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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권영배
버림받은 이에게도 해는 뜨는가
쓸모없어져 찢기고 내동댕이쳐진 자에게 봄은 오는가
한때는 빛났지만 빛을 잃어버린 지금 누가 그를 찾는가
외롭게 죽어가는 그에게 새 옷을 입혀주자
다시 세상에 나와 밤을 밝히고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되어라 |
그들은 결국 버림받지 않았다.
정치외교학과 김수영
‘버림받은 이에게도 해는 뜨는가.’ - “그럼 그렇고말고.” 나는 답 한다. “그들은 결국 버림받은 게 아니란다.” 환경의 황폐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방대한 양의 폐기물 처리도 여전히 주요한 환경문제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재활용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사용을 다한 물건을 본래 모습 그대로 다시 활용하는 리사이클링에 더하여 업사이클링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기존에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upgrade) 전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재활용 의류 등을 이용해 새로운 옷이나 가방으로 만들거나, 버려진 현수막을 재활용하여 장바구니로 만들거나, 음식물쓰레기를 지렁이 먹이로 활용하여 얻은 지렁이 배설물 비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재창조 과정 전 정확한 분리배출은 필수다. 일상 속 버려지는 생활쓰레기 중 60% 이상이 종이류, 비닐·플라스틱류로 재활용 가능한 자원들이다. 즉 분리배출만 제대로 해도 그들은 더 이상 ‘버림받은 이’가 아닐 것이다.
‘버림받은 이’에게 새 옷을 입혀주는 일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으로 환경보호, 자원절약, 창업(취업문제 해결) 이 세 가지가 있다. 환경문제는 전 세계 모든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큰 문제이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일상을 위협할 정도로 나타나지 않아 때때로 무관심하기도 한 문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 효율적인 환경보호 활동이 바로 자원 재활용이다. 재활용을 잘하면 제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그만큼 절약할 수 있고, 폐기물 감소, 대기·수질 오염물질 배출량 감소 등 효과로 이어진다. 즉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강력한 수단인 셈이다. 또한 자원을 절약하여 무분별한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최근 업사이클링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창업 성공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환경보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업사이클링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쓸모없어져 찢기고 내동댕이쳐진 자에게도 봄은’ 오고 있다. 노자는 말했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고. 코끼리는 풀만 먹기 때문에 섬유질이 풍부해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뿐인가. 새우 껍질의 키틴으로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커피 찌꺼기로 점토를 만들어 어린이 교구부터 각종 소품 재료까지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콩으로 가죽을 만들어 콩 찌꺼기로 인한 수질 오염을 개선하고 동물 가죽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업사이클링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한 재사용, 재활용을 넘어 업사이클링을 통해 쓸모없어져 내동댕이쳐진 자에게도 또 다시 봄이 왔다.
‘외롭게 죽어가는 그에게 새 옷을 입혀주기’ 위해서는 잘 사용하는 것보다 잘 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한때는 빛났지만 빛을 잃어버린 지금 누가 그를 찾는가.’ 화자는 묻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단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곳에 그들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들이 재활용으로 분류되지 않고 아무렇게나 버려진다면 그들은 영영 빛을 잃어버릴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정확한 분리배출이다. 분리수거함은 대체로 종이, 비닐, 캔, 병, 플라스틱, 음식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노끈이나 과일 포장재, 사발면 용기류 등은 버리다 보면 어디에 버려야 할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이에 대한 교육이나 안내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또한 재활용품을 생활쓰레기에 같이 넣어 아무렇게 버리는 ‘얌체족’들에 대한 규제방안 역시 필요하다. 예를 들면 동 별로 주민들끼리 돌아가며 분리수거 당번을 정하여 약간의 혜택을 주며 분리수거함을 관리하는 것 같이 말이다.
‘다시 세상에 나와 밤을 밝히고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되어라.’ 우리가 그들의 가치를 재조명하여 새 옷을 입혀준다면 그들은 더 이상 더러운 쓰레기가 아니다. 영원히 빛나는 존재로 우리 곁에서 머물 것이다. 우리가 그들이 더 이상 ‘외롭게’ 죽어가지 않도록, 예전이나 지금이나 영원하게 빛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자원이 재활용될 수 있도록 제대로 분리배출 하는 것. 우리가 제대로 실천만 한다면 그들은 버림받았지만 버림받지 않은 존재일 것이다. 나아가 그들은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환경을 오래도록 볼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