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시제 '가시연꽃(안동) 우수상 선정
삼일천하/운정 이란영
얕은 곳으로 숙여야만 설 수 있음을
가시 돋친 꽃대궁 밀어 올린 후에야
알아간 저 무지몽매
얽힌 얼굴 보는가
환호할 수 없는 파문 억장에 묻어두고
받쳐 든 가시방석 대못 박혀 아파도
좌대로 품고 빛나는
고고함을 보는가
물속을 헤아리는 자맥질은 끝이 없고
덧없이 꽃잎 녹아 사라지는 날에야
허망한 가슴 다독여
숨죽임을 아는가
우수작 선정평
가시연꽃(Euryale ferox Salisbury)의 속명(屬名)인 Euryale는 바로 그리스 신화의 “에우리알레”에서 유래한 것이다. Euryale는 그리스어로 <가시가 많다>는 뜻이나, 마치 <괴물 고르곤(Gorgon)과 같다>는 의미에서 차용했다고, <살리스버리>는 어원을 밝히고 있다. 또 <넓은 잎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종소명(種小名) ferox 역시 그리스어로<가시가 많은 또는 굳세고 단단한 가시가 많이 있는>의 뜻이다. 실제로 가시연꽃은 잎의 양면, 잎자루, 꽃 등 식물체 모두에 날카로운 가시(刺針)가 많이 나 있어 만지기도 어렵고 찔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Salisbury는 최초로 이 식물에 학술적인 이름을 처음으로 붙여준 명명자(命名者)라는 뜻이다.
가시연꽃이 서식하고 있는 대부분의 저수지에 가 보면 주로 물가의 얕은 지역이나 둑을 따 라서만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시연꽃은 수심 1m 이내의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가시연꽃의 잎자루(葉柄, Petiole)나 꽃자루(花柄)의 최대 생장 길이가 1m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시연꽃은 수심이 얕은 곳에서 좌대를 틀고 앉아있는 듯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가시가 많은 1년생 연꽃이다. 시인은 이런 가시연꽃의 모습을 마치 시인 자신이 가시연꽃이 되어 보여지는 모습을 시상으로 전개하고 있다. 화자와 독자가 연대를 형성하여 공감대를 만들어 낸다면 가장 훌륭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8월의 시제 “가시연꽃”의 우수작으로 운정 이란영 시인의 “삼일천하”를 우수작으로 선정한다.
■심사위원 배성근 예시원 김청수 김종대 정인환 김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