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기
글 이비아
넷 쨋날 노보리베츠 이야기 ㅡ
후라노에서 노보리베츠 행은
북해도 횡단 도로를 탔다
산악지대 도로는 중간중간 제설 작업이 이어지고 빙판길이라 노보리베츠 호텔까지 3시간 걸렸다
설산을 통과하니 나무들 눈이 다 녹아 갈색으로 사뭇 풍경이 달라졌다
온천을 거느린 화산 지대이니 자연스러운 변화이다
햇빛에 눈이 녹은 갈색나무들이 설국에서 막 당도한 나그네들을 맞이한다
그래도 대지는 눈이 녹지 않고 날씨 또한 춥다
예약한 스파 호텔에 짐을 맡기고 화산이 있는 지옥계곡에 갔다
가는 길에 도깨비 길이 보였다
이곳 명물인 도깨비는 무섭지 않고 인간을 보호해준다니 친숙한 도깨비이다
화산 골짜기 곳곳에서 끓어 오르는 물. 진동하는 유황 냄새. 연기를 보니 인도네시아 반둥의 화산이 떠오른다
반둥 화산에선 관광객도 적고 계란을 익혀 팔기도 했는데 이곳은 접근 금지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끓는 지표면을 보면
원시 지구의 과거와 현재가 타임머신을 탄 듯 가까이 다가온다
지구 곳곳에 일어나는 지진의 대참사는 첨단 과학도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이다
온천수 족욕탕은 접근로가 막혀 있었다
다시 스파호텔로 돌아오니 아까 맡겼던 가방들을 직원이 숙소에 갖다 놓았다
일본 전통식 료칸 호텔이라 다다미 방에 좌식 티 테이블에 따끈한 온풍에 얼은 볼이 녹는다
7시에 예약했던 저녁을 먹기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입구에서 코로나 열 체크 손소독 하니 준비된 테이블 번호로 안내해 준다
일식 정식 코스가 정갈하게 나오고 지배인이 음식 설명도 해주고 매너가 있다
일본인은 영어 잘 하는 사람에겐 환대를 한다고 들었는데 남편의 영어 덕분인지 모두 친절하다
만찬을 즐기고 드디어 온천욕 시간이다
스파 욕장에 가니 모두 수건을 사각으로 접어 머리에 얹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사람이 나도 사각으로 접어 머리에 올렸다
실내탕은 찬수건 노천탕은 뜨거운 수건을 올려야 한다
나는 노천탕이 좋아서 문 밖으로 나갔다
담장이 드높아서 외부에선 보이지 않는다
바위로 둘리싸인 노천탕 옆엔 정원수 나무 몇 그루가 있다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밤하늘 바라보니 별빛이 내려와 빈짝인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 노천탕에서 얼굴만 내놓고 좋아하는 별을 바라본다
삿보로 여행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늑한 시간이다
유황 온천수라 피부도 보들거리고 이튿날 아침 조식 전 다시 입욕했다
실내탕 투명창에서 보니 눈발이 날리고 있어 다시 노천탕으로 나갔다
오늘 아침은 아무도 없는 나 홀로 독탕이다
뜨거운 열탕에 앉아서 얼굴로 날아드는 눈송이를 맞는다
열탕 속으로 떨어지는 눈송이가 나비처럼 춤을 춘다
아침에 보니 정원수가 단풍나무 측백나무들이다
아 멀리 떠나와 나 만의 시간으로 망중한이다
문득 김순애 선생님 작곡 가곡 중에 ㆍ사월의 노래ㆍ가 떠오른다
ᆢ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ᆢ
머지 않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을 봄날을 그리며 설국의 나그네들을 녹여 준 노보리베츠를 떠난다
첫댓글 와 좋습니다 배경은 보니 내 마음이 추워지네요
일본 문화중 하나는 온천이라 하던데 저도 하고 싶은 마음
글구 저 식사 모습을 보닌까 저도 갑자기 먹고 싶다는 충동
그러나 사진속에서 한점 한범 슬쩍 뜸쳐서 먹겠습니다 쩝쩝
아 네ᆢ용주선생님
기회가 되면 심향님하고 제가 맛난 식사 대접
해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