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 시창작반 2학기 문을 열다

[道如 채기병]

오늘은 2학기 개강 첫날이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오실까 기대감을 갖고 집을 나섰다.

가천대역에서 내려 비전타워로 올라가는데, 지난 번 초우아카데미에 심양섭샘과 오셨던 분이 올라가고 계셨다. 심샘이 카톡에 올렸던 그분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인사를 했다. 유현식샘이었다. 다 같은 지하철을 탔었는지 바로 뒤에 심샘도 오셔서 같이 강의실로 향했다. 두 분이 얘기하면서 약간 뒤에 오길래 난 음료 준비를 위해 짐을 맡아주신 박인숙교수님실에 가서 물건을 꺼내어 강의실에 가니 부지런한 이봄, 지영호, 김영주샘이 벌써 와 계셨다. 커피와 녹차를 타는 동안 홍긍표샘, 류숙자샘, 김옥희샘, 조형자샘, 최혜순샘 또 지난주에 처음 나오셨던 김경숙샘도 오셨다. 김미라샘은 다음 주에 오신다고 했으니 12명이 오셨다. 한 분(최향숙)이 새로 오신다고 했는데, 차가 막혀서 늦는다고 했다. 이번에 등록한 분은 모두 14명이다.

80%가 기존 멤버이니 새롭게 개강이 돼도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그렇다 보니 첫날부터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초등학교 교실보다 더 시끄러워 교수님이 들어오시는 것도 잘 모를 지경이다. 문교수님께서는 일일이 다니시면서 반가운 인사를 했다.

첫날은 수업은 없고 오리엔테이션과 각자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셨다.

먼저 경인교대 김이재교수의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에서 발췌한 글을 소개하셨다. 문화지리학을 한 분이라는 소릴 들으니 더 반가웠다.

‘행복한 곳’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창조하고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곳,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영감을 주고, 꿈을 안겨주고,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하는 곳이 진정 행복한 곳입니다.

‘생활 속의 문학, 문학의 생활화’를 추구하는 가천대 시창작반이 바로 그 이런 행복한 곳이라고 모두 공감을 하였다. 삶속에서 우러나는 자기만의 작품, 살아있는 작품, 생동하는 작품, 감동을 주는 작품을 쓰는 우리들의 모습 안에서 행복한 곳을 만들어져가고 있다.

까뮈는 “인생은 홀로 있음과 같이 하기의 셔틀이다.”라고 했단다. 시를 쓰는 것은 홀로 있음이고 같이 공부하고 합평회를 하는 것은 같이 하기이다. 가천대 시창작반은 빨리 가는 것보다 멀리 가는 것, 함께 하는 것이 목표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어 이번 8월에 가천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정년퇴임하시는 최혜순교수님의 퇴임식과 관련된 말씀을 하셨다. 전부 여자들만 있는 퇴임식장에 우리 심양섭샘과 동인망월회 임인호샘이 돋보였고, 우리 시창작반이 가장 먼저 꽃다발을 드렸다고 하시면서 축사에 갈음하여 쓰신 축시를 함께 낭독하고 얘기해 주셨다. 최혜순교수님은 우리들에게 당신의 저서 ‘행복한 아이 행복한 부모’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다. 감사합니다.

청아한 매화(梅花)

-최혜순 교수님의 퇴임을 축하하며

                                                       문복희(시인, 가천대 교수)

지그시 눈을 감고 당신을 생각하면

한그루 청아한 매화(梅花)이십니다

전주 최씨 명징(明澄)한 집안에서 태어나

속 깊은 나무로 큰 마음을 키우셨습니다

가녀린 풀잎처럼 청정하고 정갈하신 자태로

평양 조씨 뿌리 깊은 집안에 인연이 되어

어른 공경하면서 헌신으로 살아온 삶

효와 자식 사랑이 눈부시게 빛납니다

오직 한 길 학문의 길 제자 사랑 지극하고

나보다 이웃 배려 온화한 성품으로

바른 길만 걸으셨던 유아교육 서정의 뜰에

한 그루 매화꽃을 찬란하게 피우셨습니다

오늘까지 지켜오신 퇴임의 이 자리에당신의 베푸신 덕(德)이 이토록 풍성하니

그동안 이루어놓으신 65년의 업적 아래

또 다른 65년의 새로운 생을 향해

더욱더 멋지고 황홀하게. 그리고

매화처럼 향기롭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영예로운 퇴임을 온 마음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 더 큰 복락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16. 8.30)

최혜순 교수님의 외모와 성격에 잘 맞는 시를 쓰셨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시집와서 자식을 기른 가정생활, 훌륭하게 꿈을 펼친 사회생활을 통해 최교수님의 삶의 여정을 압축하여 나타내심으로써 이 시를 읽으면 이분이 어떤 분인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거기에 130년을 사시라 했으니 최교수님은 아마도 가천대시창작반의 최고령 학생으로 남아계시지 않을까?

이어 간식 시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공부보다 더 기다려진다.

오늘도 맛있는 간식이 많이 있다. 이봄표 인절미, 류숙자표 호두과자, 김영주표 복숭아와 키위, 김옥희표 멜론, 채기병표 방울토마토. 간식을 먹기 전에 식전 행사로 사진 촬영을 했다. 사진을 찌고 먹으려는 찰나, 최향숙샘이 오셨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까? 다시 우리는 촬영모드로 들어갔다. 과일을 많이 싸오셔서 이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교수님까지 14명이 모이니 풍성한 느낌이었다. 웃고 떠들다 보면 시간은 화살같이 흘러간다.

 오늘은 교수님께서 점심을 사신다고 했다. 이제 개학을 해서 늦게 가면 복잡해 먹기 어려우니 빨리 가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15분 정도, 새로 오신 분부터 짧게 소개를 하였다.

맨 처음 유현식샘, 키가 크고 잘 생겼다. 홍긍표샘에 버금가는 인물, 하시는 일도 같은 일, 기가 죽게 만든다. 정중하게 배꼽 인사를 하셨다. 나이는 나보다 1살 많았는데, 지금도 야탑의 은행에서 근무하신단다. 심샘과 같이 야탑문학회에 소속되어 있고, 심샘 소개로 오셨다.

김경숙샘은 지난 시간에 미리 인사를 오셔서 오늘이 두 번째이다. 방송통신대 학생으로 임선영샘의 소개로 오셨다. 지영호샘과 갑장이다. 역시 키가 크고 온화하게 생기셨다.

최향숙샘도 방송대 학생으로 김옥희, 김영주, 조형자, 홍긍표샘이 모두 알고 계신분이고, 너무나 좋은 언니들이 함께 하자고 해서 오셨다는데, 집이 멀어서 힘들게 다니실 것 같다. 젊고 성격이 밝아서 우리 분위기를 높일 것 같다.

그 다음 최혜순샘, 조형자샘, 홍긍표샘, 류숙자샘, 지영호샘, 김옥희샘, 이봄샘, 김영주샘, 심양섭샘, 그리고 제 순서로 진행되었다. 하나같이 시창작반에서 누리는 행복에 대해 말씀하셨다. 이번 학기도 아주 좋은 분위기에서 재밌는 수업이 될 것 같다.

재빠르게 뒷정리를 하고 교직원식당으로 향했다. 남자샘들은 뒷정리를 하고 조금 늦게 갔는데, 개강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이 않아서 같은 자리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집에서 닭국을 먹고 나왔는데, 점심에도 닭곰탕이 나왔다. 오늘은 닭을 먹는 날인가 보다.

일이 바쁜 지영호샘, 유현식샘, 그리고 중간고사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고 홍긍표샘을 제외한 방통대샘들이 모두 가시고, 6명이 남아서 합평회를 하였다.

심양섭샘은 ‘빌리’를 위한 변명이란 수필을 써오셨다. 빌리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애칭이다. 여성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내민 작품이다. 빌리의 다양한 여성편력을 말하면서 이건 빌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란다. 내조자이면서 라이벌 관계로 결혼 생활을 하게 된 힐러리를 만난 것이 행운인 동시에 불운이었다고 주장하면서 힐러리 덕분에 대통령이 되기도 했지만 힐러리는 빌리의 바람기를 잠재울만한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에 결혼 후에도 바람기는 계속되었단다. 이제 나이 먹어 허리도 구부정한 빌리의 등을 두드려주고 싶다고 마무리 지었다. 빌리처럼 살았다는 건지, 빌리처럼 살고 싶다는 건지------

채기병은 ‘전용차선’과 ‘여인천하’ 두 편의 시를 준비했다. ‘전용차선’은 대중을 위한 시설로 복잡한 길에서 빨리 달릴 수 있는 길이라면서 정치에도 서민을 위한 전용차선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거북이 차량들 사이로/ 쌩쌩 달리는 기분/ 없는 사람이/ 신나는 세상도 있구나”. ‘여인천하’는 어린 시절 누나들 속에서 살면서 여자들처럼 살았던 모습을 표현했다. “소변은 앉아서 누는 줄 알았고/ 가끔 바지대신/ 치마를 입어야 했다.

최혜순샘은 ‘정년을 맞아’란 시 1편을 써오셨다. 이제는 지난 추억을 뒤로 하고, 다시 불꽃을 피우려는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가슴에 타오르는 불기운 새 나갈까/ 붉은 입술 굳게 다물고/ 세차게 내던지는 추억의 조각들”, “순간순간 이어져 영원으로 가는 길/ 생명이 있는 한 가슴 속 불은 꺼지지 않으니/ 이제 그 밝게 빛나는/ 그 곳을 향해 다시 또 가야 하리”.

홍긍표샘은 ‘겨울 산 소나무’ 한 편을 써오셨다. 시작한지 1년 만에 벌써 48번째 작품을 써오셨다. 겨울에 눈 덮인 산 절벽에 서 있는 소나무를 보면서 삶의 희망을 노래했다. “햇볕과 비바람에 절은/ 삶의 애증이 녹아/ 바위처럼 굳어진 소나무”, “잠시 머무는 인생이라고/ 봄날도 있을 거라고/ 소나무가/ 소리 없이 속삭인다”

이봄샘은 ‘노을’과 ‘매미’ 두 작품을 가져오셨다. ‘매미’의 울음을 가수에 빗댄 표현이 재미있는데, 그 노래 소리를 듣다보니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단다. “어느 가수에게서 배웠는지/ 신나게 뽑아대는/너의 가락에// 우거진 나뭇잎들이/ 숨죽여 듣고 있는/ 무더위 한여름” ‘노을’은 붉은 노을빛이 양심을 팔아먹는 자들을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소리친다. “산자락/ 넘지 못하고/ 선홍빛으로 이글거리는/ 저 불덩이”

류숙자샘은 ‘태평루에 바람은 무심하고’와 ‘그것이 베짱이였던 것을’ 두 편을 써 오셨다. ‘태평루에 바람은 무심하고’는 아무런 준비 없이 놀러갔다가 저혈당으로 쓰러진 남편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놀랐던 마음을 쓰셨다. “열두 그네 다 삭아지고 있다/ 경각에 달랑이는 저 줄 어쩌나// 사탕 한 알 초콜릿 하나가/ 생명줄 그걸 잡다”. ‘그것이 베짱이였던 것을’은 열심히 인생을 살았지만 허무함이 밀려올 때 그 마음을 표현했다. “동화로 남은 호롱불/ 무한의 내 항아리 채운다고 채운 것은/ 바람에 날랐는지/ 두리뭉실 남은 껍데기”.

강의실에 학생들이 들어오면 어쩌나 했는데, 2시 넘어서도 아무도 안 왔다. 오전 수업하고, 점심 먹고, 오후 합평회를 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다음 시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문 교수님의 수업이 기대된다.

[水井 이 봄]

오늘은 쓰실줄 알았어요 와 재밌다 그런데 식당에서 김치국을 먹었는데 언제 닭곰탕을 ?
맛있는 글 잘먹었어요 냠냠 꿀떡 꿀떡 에고 - 배불러 고맙습니다 울 회장님 인기 짱 홍금표 샘 멋진사진 감사합니다

[道如 채기병]

제가 수요일에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자꾸 오네요.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우 문복희]

새로 오신 김경숙, 최향숙, 유현식 선생님 환영합니다.
가천시창작반의 멋진 2학기가 기대됩니다...

[道如 채기병]

맞아요. 새로 오신 분들이 잘 하실 것 같아요.

[김영주]

가을학기가 시작되면서 기다려지는건
선생님의 글이었습니다.
역시 행복한 곳은 창조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열정을 다하여 창작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道如 채기병]

늘 감사합니다. 영주샘이 늘 과일을 많이 가져오셔서 풍요롭습니다.

[云芝 류숙자]

제번하고요!
덜 가꾸고 덜 고민한 글
점낮 같이 밝혀놓고 문우님과 나누는 고견장 합평회!
그 재미 쏠솔하다.
다시 하는 퇴고는 넘치기도 더 미달해질 수있는 위험 부담을 항상 지는 .....
저는 그렇습니다.
도여님의 충실,성실에 항상.감사하고 고맙습니다 .
문득 떠 오르는 말 우리반 애칭!
가시도 야무지고 꽃중에 꽃 장미원이라 는 오늘의 제 생각,

[道如 채기병]

감사합니다. 우리반이 꽃 장미원 맞지요.

[水井 이 봄]

와 좋아요 가시로 미숙한글 찔러서 고치고 붉게 타오르는 우리반 장미원

[맞춤법_이문희]

드디어 2학기 개강이 되었습니다.
사이버시창작반생들도 들뜹니다.

[道如 채기병]

사이버 학생도 가끔은 출석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유정숙]

여전히 풍성한 식탁.. 뉴페이스도 보이고

[道如 채기병]

항상 음식에 관심이 많으신 정숙샘. 언제나 오시려나요?

[심양섭]

바둑 두고 나서 복기하듯이 재밌습니다 ~~
제 수필은 야탑문학회에서 한 번 더 합평 받은 후 여성친화적으로 대폭 수정했습니다 ^^

[道如 채기병]

복기하는 셈이죠. ㅋㅋ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 하겠네요.

[옥당]

가천대 2학기 시창장작 반이 벌써 개강 했군요
축하합니다 훌륭하신 선생님 께서 많이오시어
활기차보입니다 가천대 명품 관으로 주옥같은 작품이
탄생할 서광이 비칩니다 거듭축하합니다.

[道如 채기병]

회장님께서 격려해주시니 잘 될 것으로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