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자가진단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에서 발표한 ‘OECD 헬스데이터 2012’ 중 당뇨병 환자 입원율(入院率) 관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당뇨 관련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351.4명(2009년 기준)이며, 남성(380.2명)이 여성(351.4명)보다 높았다. 이는 멕시코(380.6명), 오스트리아(355.2명)에 이어 3위이며, 미국은 197.8명, 아이슬랜드 54.2명 등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의 평균 160명이다.
당뇨병 입원율이 높은 이유는 환자들이 스스로 혈당(血糖) 관리를 하지 못해 합병증(合倂症)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뇨병 치료 중인 환자들조차 혈당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당뇨병 환자 3명 중 2명은 혈당 측정을 하루에 한 번도 안 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도 당뇨병 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 중에서 약 복용 등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58.5%이고, 치료 중인 환자 중에서 정상 범위로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은 23.3%에 불과했다.
당뇨병은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잘하면 병원(病院) 입원이 줄어드는 질병이다.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약물(藥物) 치료와 함께 식이(食餌) 조절, 체중(體重) 조절 등을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당뇨병 유병자(有病者)가 매년 1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당뇨병 환자가 성인 10명 중 1명꼴이며, 잠재적 당뇨환자인 당뇨병 전 단계(前段階)인 경우도 10명 중 2명꼴이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열 명 중 세 명(27%)은 본인이 환자(患者)인 사실을 모르고 있다. 특히 30〜40대 당뇨병 환자는 절반(46%) 정도가 그렇다. 젊은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당뇨병이 적기 때문에 설마 자기가 당뇨병에 걸렸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
서울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박석원 교수팀과 아주대학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팀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國民健康營養調査)에 참여한 성인 1만202명의 자료를 분석하여 국내 최초로 ‘한국인에 맞는 당뇨병 자가진단 표(自家診斷表)’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2007-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8391명을 대상으로 이 표를 적용하여 당뇨병이 있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사람 중 89%를 찾아냈다. 미국의 당뇨병 진단 표를 우리 국민에게 적용한 결과는 정확도가 50% 미만으로 나타났다. 박석원ㆍ김대중 교수팀이 개발한 자가진단표는 한국인의 체형(體型)과 체질(體質)에 맞췄기 때문에 미국 등 외국에서 만들어진 것보다 정확도(正確度)가 높다.
우리나라 ‘당뇨병 자가진단표’의 체크 항목은 나이, 가족력(家族歷), 고혈압(高血壓) 여부, 허리둘레, 흡연(吸煙) 여부, 음주량(飮酒量) 등이다. 항목 및 평가 기준 점수는 다음과 같다.
(1) 나이:
35세 미만(0점), 35세 이상〜45세 이만(2점), 45세 이상(3점)
(2) 부모ㆍ형제 중 한 명이라도 당뇨병이 있나?
아니다(0점), 그렇다(1점)
(3) 혈압약을 복용 중이거나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가?
아니다(0점), 그렇다(1점)
(4) 허리둘레:
남자: 84cm 미만(0점), 84cm 이상〜90cm 미만(2점), 90cm 이상(3점)
여자: 77cm 미만(0점), 77cm 이상〜84cm 미만(2점), 84cm 이상(3점)
(5) 흡연 여부:
아니다ㆍ과거에 흡연했었다(0점), 그렇다(1점)
(6) 하루 평균 음주량:
1잔 미만(0점), 1잔〜5잔 미만(1점), 5잔 이상(2점)
각 항목별 점수를 합산(合算)하면 당뇨병 위험도(危險度)를 알 수 있다. 합산 점수가 5점 미만이면 현재 당뇨병이 있을 가능성이 2%, 5점 이상〜8점 미만은 6%, 8점 이상〜10점 미만은 12%, 10점 이상은 19%이다.
연구팀은 5점 이상이면 당뇨병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에 가서 혈당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검사 결과 당뇨병이 없더라도 5점 이상인 사람은 앞으로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체중 감량(體重減量), 금연(禁煙), 절주(節酒) 등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당뇨병은 식이요법(食餌療法)과 규칙적인 운동(運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건강한 식생활(食生活)은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적절히 관리하여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바람직한 식사법은 여러 가지 식품을 골고루 먹어 균형 잡힌 식단(食單)을 구성하여야 한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하여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하며, 아침밥은 반드시 먹도록 한다. 끼니를 거르거나 식사시간이 불규칙하면 혈당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저혈당(低血糖)에 빠질 수 있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이나 저녁에 두 끼에 해당되는 양의 식사를 하면 한 끼에 섭취하는 음식 양이 많아져 식후 혈당이 높아진다. 즉 끼니를 거른 후 다음 끼니에 과식(過食)하면 저혈당과 고혈당(高血糖)이 반복되어 안정적인 혈당조절이 어렵게 된다. 하루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적당량을 섭취하면 과식(過食)을 막을 수 있다.
하루 섭취해야 하는 열량(熱量) 즉 하루에 필요한 열량은 개개인의 표준체중(體重)과 활동(活動)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자신이 필요한 열량을 넘지 않는 식습관(食習慣)을 지켜야 한다. 표준(標準)체중은 자신의 키(cm)에서 100을 뺀 후 0.9를 곱하며, 정상(正常)체중은 표준체중의 90〜100% 범위에 속한다.
하루 필요한 열량은 남자는 정상체중에 30〜35kcal을 곱하며, 여자는 25〜30kcal을 곱한다. 예를 들어 신장(身長) 172cm에 체중(體重) 70kg인 사무직(事務職) 남성의 표준체중은 64.8kg이다. 표준체중에 30kcal을 곱하면 1944kcal가 나온다. 만약 비만(肥滿)일 때는 남성은 (현재 체중 x 30〜35kcal) - 500〜1000kcal를 적용하며, 여성은 (현재 체중 x 25〜30kcal) - 500〜1000kcal를 적용한다. 저체중(低體重)일 때는 500kcal을 추가한다.
과식(過食)은 혈당수치를 급격하게 높이므로 삼가야 한다. 즉 음식을 많이 먹으면 포도당(葡萄糖)이 과잉 공급되므로 췌장(膵臟)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호르몬인 인슐린(insulin)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혈당수치가 오른다. 이에 많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원상태로 돌려놓아야 하므로 췌장의 베타세포 일이 급격히 늘어나며, 이처럼 갑자기 많은 일을 하게 되는 베타세포는 지치게 되고 인슐린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못해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술은 고열량(高熱量) 식품이므로 혈당을 상승시키며 각종 합병증을 악화시킬 위험이 높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알코올이 간장(肝臟)에서 포도당 생성을 방해하면 저혈당이 유발될 수 있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학교 보건학박사회 고문)
<청송건강칼럼. 2012.11.21. www.nandal.net http://cafe.daum.net/kb39cy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