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_취업이 힘에 겨운가
2015년 현재, 청년층이 대학 입학을 해서 졸업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50개월이나 걸린다. 2007년 46개월, 2011년 49개월보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 이유는 졸업하면 능력 없는 인재로 치부돼 취업이 더 어려워질 뿐 아니라 취업을 위한 자격증 준비나 어학연수 등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학기간은 점점 길어져 2015년 현재 평균 휴학기간이 28개월이나 된다. 정부에서는 청년 실업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어 2016년엔 대기업 채용 인원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대기업의 취업 인원은 전체 취업 총인원의 10% 밖에 해당되지 않는다. 취업시장의 90%에 해당하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정부 개입이 대기업에 비해 다소 소극적인 상황인지라 전체적으로 채용 인원이 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채용 인원이 늘지 않는 것이 단순히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좋고 나쁨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술과 경제는 발전하면서도 고용은 증대되지 않고 대다수 사람의 부는 증가하지 않는다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어느 대기업 전산실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40명이 근무했으나 현재는 예전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업무를 단 2명이 소화를 해낸다고 한다. 컴퓨터의 발전과 자동화 시스템의 발전은 인력 구조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청년 해외진출 등과 같은 돌파구를 찾지 않는 이상 아무리 애를 써도 채용시장은 그리 좋아질 것 같지 않다.
적합한 인재가 돼라
기업의 채용 동향에서 예전과 비교하여 가장 큰 변화는 기업 인재상의 변화다. 예전에는 최고의 인재(Best People)를 채용하기 위해 기업이 모든 힘을 기울였다면, 현재는 적합한 인재(Right people) 채용으로 변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채용 트렌드가 변한 것은 이미 기업이 최고의 인재가 결코 최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 추구의 집단이다. 채용은 회사에 돈을 벌어들이는 용병을 확보하는 과정인데, 회사의 최고 용병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최고의 ▲학벌 ▲학력 ▲학점 ▲자격증을 보유한 단순히 최고 스펙의 인재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문제해결 능력이나 새로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잠재적 능력, 업무의 이해도와 현재 업무에 대한 열정이 많은 인재가 더 좋은 성과를 냈다. 물론, 우리가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스펙 좋은 인재가 적합도에 떨어진다는 말이 아니다. 적합한 인재가 스펙까지 갖추고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현장에서 면접위원과 평가위원의 경험을 통해 스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매번 확인한다. 자신의 조직과 포지션에 맞는 적합한 인재, 많은 채용담당자들이 채용설명회에서 자사의 인재상을 말할 때 자신의 회사는 최고의 스펙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고 있다는 말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취준생들은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업종에서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또 자신이 지원할 포지션이 어떤 인재상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이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원하는 적합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 기업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 지원하고자 하는 포지션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주요 인재상에 대해 제조업이 ▲도전정신 ▲창의성 ▲주인의식 ▲팀워크를 꼽는 데에 비해 금융업은 ▲전문성 ▲도전정신 ▲도덕성 ▲열정을 으뜸으로 선정한다.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왜 그들이 이러한 인재상을 자기 기업의 인재상으로 선정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연결해야 할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합한 인재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산업별 인재상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인데, 같은 산업 안에서도 선발 주자의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과 후발 주자로 선발 주자를 따라잡으려는 기업의 인재상은 다르다. 또한, 같은 회사 안에서도 경영기획과 마케팅, 영업 포지션의 인재상은 다르며 영업 안에서도 영업기획과 고객을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서 B-to-B 영업사원과 B-to-C 영업사원은 다르다.
최고의 인재에서 적합한 인재로의 변화의 또 다른 속내는 이제 기업은 인재를 기다려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기업이 최고의 인재를 뽑아 가르치고 자신의 기업에 맞는 최상의 적합도까지 갖춘 최고의 사원을 만들어낼 여유가 있었다. 기업도 직원도 직장을 평생의 직장 개념으로 생각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어제의 트렌드가 오늘의 트렌드가 아닌 변화무쌍한 현실에서 기업은 생존을 놓고 무한경쟁하고 있다. 기업의 고민은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입사원을 채용해서 가르쳐 쓸 만해지기가 무섭게 상위 개념의 기업으로 이직해버리는 직원에 대한 고민도 있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평생의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이 활성화된 오늘날 기업은 월급이라는 기업의 자원을 투자해서 인재를 육성할 시간도 없고 그래야 할 당위성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채용 즉시 사원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처럼 처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니즈에 따른 결과로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는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용시장에서 유리한 경력직
신입사원의 문이 좁은 것에 비해 경력사원은 그래도 문이 넓은 편이다. 예전엔 경력사원의 이직이 대리 말 정도부터 시작됐다면 요즘은 사원 3년급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해서 월급을 주고 교육하며 훈련해서 현업 실무에 쓰려는 시점인데, 이때부터 이직이 시작되는 것이다.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기업은 요즘 아예 신입사원 채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풍토는 국내기업에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적은 월급의 신입사원을 채용해 훈련시키는 것보다 월급을 조금 더 주더라도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생각에서다. 따라서 채용시장은 신입사원이라는 딱지만 떼면 그 뒤부터는 채용의 문이 좀 수월해지는 특성을 보인다.
기업은 자신들이 육성한 사원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생각해야 한다. 이직을 원하는 인재는 자신에게 이직을 통해 주어진 기회의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한다. 쓸 만해지니 이직하는 사원을 잡기 위해 기업대로 많이 고심하는 경우를 봤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많은 취준생에게 대기업의 입사만이 답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휴학까지 하며 자격증과 어학연수의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이직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핵심인재에 대한 열망
핵심인재에 대한 중요성은 현재도 변함없다. 예전과 다른 특징이라면 현재 대부분 기업은 예전보다 더 소수의 핵심인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더욱 파격적인 조건으로 핵심인재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예전에는 조금 더 많은 모수집단의 핵심인재를 신입사원 때부터 채용했다. 그들을 관리하고 키우며 적합한 시기가 되면 그에 맞춰 사용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핵심인재의 절대적인 숫자도 많이 줄었고 신입사원 채용부터 핵심인재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이미 다른 회사에서 핵심인재로 지목돼 있고 누가 봐도 핵심인재라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는 인재를 회사도 핵심인재라 생각하고 있다. 당연히 그를 스카우트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핵심인재는 객관적인 검증이 거의 완벽하게 완료된 상황이라서 연봉이나 나머지 처우 부분에서는 예전보다 과히 파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핵심인재를 스카우트할 때 연봉이나 처우가 기존의 직원들과 너무 차이가 날 경우 기존 직원들의 사기를 짐작해서 핵심인재 스카우트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기존 직원들의 눈치나 사기짐작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는 핵심인재 하나에 회사의 사활이 걸렸다고 여겨 핵심인재의 확보를 위한 스카우트는 과히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직급은 과장급이라도 임원 이상의 연봉으로 스카우트 되는 핵심인재를 요즘 종종 보게 된다. 앞으로도 핵심인재의 전쟁은 우리가 발전해가는 산업 구조상 더 심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채용이 나아가야 할 길
기업의 인사 혹은 채용담당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 환경과 노동시장의 빠른 변화는 무조건 유능한 인재를 찾던 과거의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역량과 특성을 갖춘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것 같다. 특히 최근에는 신입사원에게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 의식과 도덕성, 혁신적 사고방식 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현재의 채용 관행은 매우 정형화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여전히 ▲서류심사 ▲인적성검사 ▲면접 등의 순서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입사의 당락을 결정하는 채용 면접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지만, 문제는 과연 이러한 전형적인 채용과정을 통해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선발해서 채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최고의 인재 선발은 적합한 인재의 채용보다 단순하고 쉬웠다. 자신의 기업에 맞는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서 채용담당자는 현재의 선발방법을 더욱 면밀히 검토해서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선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는 도덕적이며 혁신적인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재 노동시장은 수요보다는 공급이 과잉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가만히 있어서는 그들이 요구하는 인재를 쉽게 확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기업이 채용하고자 하는 역량과 잠재적 능력을 갖춘 핵심인력의 공급은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더 적극적으로 인재 확보를 위한 인재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공계 인재 배출로 명성이 있는 서울 소재 모 대학은 거의 매주 유명 대기업에서 취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이를 통해 우수 인재를 미리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라고 해도 이는 전체적인 규모 면에서만 그런 것이지 기업이 요구하는 특정 인력에 대한 공급이 넘친다는 뜻은 아니다. 도리어 특정 인력 집단의 경우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의 채용담당자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 국가직무역량표준)는 향후 노동시장의 채용 판도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는 NCS가 도입되는 시기라서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미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채용 시스템도 NCS가 제시하는 직무별 역량을 기준으로 한 채용 관행이 도입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국가에서 주도하는 NCS 설정에 깊은 관심을 두고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