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계획했다면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를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1852년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가우디는 어린 시절 건강이 좋지 않아 뛰어놀기보다는 자연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았다. 자연 속에서 보냈던 시간은 그의 건축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많이 사용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닮으려고 노력했다.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사용할 사람들의 편리함까지 고려한 그의 세심함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그가 디자인한 타일은 지금도 바르셀로나 거리 곳곳에 깔려 있다. 가우디가 살아 숨 쉬는 바르셀로나로 떠나 보자.
구엘 공원·카사 밀라·카사 바요트…
발 닿는 곳마다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
자연 빼닮은 곡선의 자연스러운 외관
내부 곳곳엔 사람 위한 섬세한 장치들
여전히 공사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스테인드글라스 통과한 빛 환상적
■가우디 후원자 이름을 딴 '구엘 공원' '구엘 저택'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구엘 공원'을 먼저 찾아 나섰다. 가우디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의 이름을 딴 전원주택 단지다. 자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바르셀로나 시가 공원으로 재정비해 시민에게 공개했다.
공원 건축물은 동화 속의 집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외벽은 오색의 모자이크 타일로 꾸며져 화려한데 오랜 세월이 지나도 색이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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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엘 공원의 조경이 이채롭다. |
구엘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모자이크 도마뱀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곳을 지나면 수많은 돌기둥이 받치고 있는 신전이 나온다. 그 위에는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는 지중해의 파도 같은 곡선으로 디자인된 길고 아름다운 벤치가 놓여 있다. 언덕 아래로는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는 지중해가 펼쳐져 있다.
구엘 공원에서 내려와 구엘의 이름이 들어간 다른 건축물을 찾아 나섰다. 구엘 저택은 람블란스 거리에서 항구 쪽으로 내려가다 라발지구가 시작되는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대문의 정교한 철제 장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3개 층을 뚫어서 만든 중앙 거실에 앉으니 오르골 연주가 울려 퍼진다. 음악을 따라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작은 구멍을 뚫어놓아 자연광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온다.
옥상에는 화려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타일로 장식된 굴뚝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작은 도마뱀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굴뚝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한 번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는 그라시아스 거리에 마주 보고 서 있다. 카사는 스페인어로 집이라는 뜻이다. 카사 밀라는 밀라의 집, 카사 바트요는 바트요의 집이라는 뜻이다.
카사 밀라는 석회암을 사용해 만들었다. 멀리서 보면 큰 바위산 같다. 바다의 파도를 형상화했다. 해초를 표현했다는 철제 난간도 빼먹으면 안 될 관람 포인트이다. 이 건물을 한 번만 보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낮과 밤 두 번을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예매했다.
중정을 둬서 건물 전체에 자연광이 골고루 닿을 수 있도록 했다. 옥상 테라스에는 투구를 쓴 병사 같은 모양의 굴뚝과 환기구가 수십 개 세워져 있다. 마치 이 건물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든든하다.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는 여유를 가져 보자. 생크림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천장 아래서 마시는 카페라테는 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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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
밤이 되어 다시 한번 찾아가니 옥상 굴뚝과 환기구에 다양한 조명을 비추고 있다. 그 모습이 우주와 교신하는 외계인 같아 보였다. 야간 옥상 투어가 끝나면 직원의 간단한 설명과 함께 1층에서 와인과 주스가 제공된다. 카사 바트요는 용에 관한 전설을 담아 건축한 건물이다. 지중해에 사는 나쁜 용이 사람들에게 매일 양을 제물을 바치라고 했다. 더 이상 양을 바칠 수 없다고 하자 어린아이를 요구했다. 어느 날 공주가 제물로 정해졌는데 이때 가톨릭 성인이 나타나 용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한다는 전설이다.
건물 외벽은 용의 비늘, 난간은 해골, 기둥은 뼈를 연상시킨다. 다소 무서운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아기자기하다. 실내는 층별로 다른 색의 파란 타일로 꾸며져 있다.
동그랗게 빙빙 돌아가며 올라가는 계단 옆에 있는 불투명 유리를 통해 건물 내부벽 타일을 바라보니 바닷속에 잠겨 있는 것 같다.
바트요 건물 정면은 타일과 함께 색유리 조각이 사용되었다. 햇빛을 받으면 용의 비늘이 반짝인다. 전설 속의 청록색 용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아직도 미완성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聖) 가족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여기서 가족은 마리아, 요셉, 예수를 뜻한다.
예수의 열두 제자를 상징하는 12개의 종탑과 돔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다. 이곳의 외형을 처음 보았을 때는 아! 하는 감탄사 말고는 달리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예수의 탄생을 표현한 정면은 바닷가에 쌓아 올린 모래성 같기도 하고, 커다란 돌산처럼 보이기도 했다. 늘 보았던 성당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이곳은 1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가우디가 사망한 해로부터 100년이 되는 2026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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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밀라 카페의 천장은 생크림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 |
성당 내부는 하얀 벽과 오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무지개에 들어가 볼 수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천장과 닿아 있는 높은 기둥은 큰 나무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모습이다. 햇볕이 잘 드는 숲에 들어와 있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성스러우면서 따뜻한 분위기에 그만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정하길 잘한 것 같다.
바르셀로나(스페인)/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여행팁가우디 건축물 투어를 할 때 각 건축물의 홈페이지에서 티켓 예매는 필수이다. 입장을 하는 줄도 길지만 티켓을 사기 위한 줄도 끝이 없이 이어진다. 시간이 없다면 자전거나 도보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관광지를 찾아갈 때 지하철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때 10회권인 T-10을 구매하면 편리하다. 가격은 9.95유로이고 2인이 함께 사용 가능하다. 이 티켓으로는 지하철, 버스, 푸니쿨라(등산 열차), 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여행의 즐거움에 맛있는 음식을 뺄 수 없다. 큰 팬에 쌀, 채소, 고기, 해산물을 넣어 만든 스페인 요리 '파에야'를 잊지 말고 맛보자. '타파스'라고 불리는, 한 접시에 담긴 다양한 요리도 맥주 안주로 좋다. 박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