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 여의도 샛강,
그리고 정영선 조경 전시회/정동윤
버드나무 꽃이 지고
녹음 우거진 양화진의 오월,
외국인 선교사 묘역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한글 띄어 쓰기를 주장한 선교사
헐버트 박사의 묘지까지 왔다가
절두산 천주교 성지로 옮겨
천주교 성인들의 모습을 둘러보고
한강변으로 내려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동차 소리 잉잉거리는
양화대교에 오르니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가볍다
화요일 아침의 인적 드문
선유도로 스며 들어가니
오월의 풀빛이 공원 가득 넘치고
숲에서 초록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졸업 앨범의 사진을 찍는
학생들의 높은 웃음소리가
나무들 사이로 싱싱하게 들려온다
선유정에 앉아 선유도의 추억을
상기하며 잔잔한 강물과
선명하게 보이는 북한산을 담았다
선유봉을 깎아 여의도의 둑으로
만들었기에 지금의 여의도는
홍수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
선유교를 지나 한강변으로 내려와
여의도 샛강 생태 공원 방향인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 시간 남짓 강변을 걸으며
활짝 핀 해당화와 찔레꽃이
눈에 들어와
야생 찔레에서 장미로 변신한
아름다운 오월의 장미를 생각하며
장미를 사랑한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폭군 네로 황제와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 왕비,
샤넬 NO.5 향수를 잠옷 대신
뿌리고 잠이 든 메릴린 먼로,
찔레나무로 담배 파이프를 만든
던힐의 이야기가 피어올랐다
샛강 생태 공원에 도착하니
점심 무렵이라 근처의 사무실에서
바람 쉬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으며
아기자기한 샛강을 편한한 휴식처로
잘 가꾸어 놓았기에
다시 찾아오고픈 충동이 일었다
3 시간 걸어온 발걸음을
쉬기 위하여 음식점을 찾다가
신길역 가기 전에 식당을 발견하고
옥돔구이와 김치찌개를 주문하여
맛있게 배를 채웠다(공깃밥 추가)
바로 옆 커피점에서 느긋하게
환담하며 커피를 마시다
선유도를 조경 설계한 조경 예술인
정영선(83세)의 전시회를
관람하기로 의기투합하고는
지하철 5 호선을 타고 광화문역으로,
걸어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점으로
찾아갔다. 존중 받는 나이라
전시회 무료 관람권을 발급받아
미술관 지하로 내려가니
조경을 예술로 승화시킨
탁월한 자연의 연출가가 창조한
수많은 조경 작품을 관람하면서
자연은 자연스러울수록
더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꼈다
2 만보 이상 걸었지만
나른한 피곤함보다
뿌듯한 오월의 향기에
한나절 푹 젖어보았음이
더욱 즐거운 둘만의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