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부엌은 홈 카페다. 워터 듀(water-dew:더치커피) 기구와 그라인더(grinder:원 두 분쇄기), 드립 커피(drip-coffee)를 위한 각종 드리퍼(dripper), 프렌치프레스(french-press)까지. 허브티와 홍차, 그린 티와 밀크티, 캐러멜과 헤이즐넛, 바닐라 시럽은 선반 안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 새벽에 따뜻한 라떼를 마시고, 아침에 눈을 떠서 물대신 시원한 커피를 마신다. 김치는 떨어져도 커피는 떨어트리지 않는다는 게 우리 커플의 철칙이다.
"카페를 차리는 게 꿈이에요."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8월, 전날의 빗방울이 아스팔트에 꾸덕꾸덕하게 남아있던 4년 전의 여름. 우리는 처음 만났다. 홍대 입구 9번 출구에서 시작된 가벼운 인사, 인파를 뚫기 위해 마주 잡았던 두 손. 나는 그녀를 반지하에 있는 카페로 이끌었다. 무과수 마트 지하에 있는 cafe noname. 우리 이마에는 송골송골한 땀이 맺혀 있었다.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아메리카노. 유리잔 밖으로 송골송골 물방울이 맺혔다. 언니는 티슈로 내 컵의 물기를 닦아주었다.
"원래는 글을 쓰고 싶어서 국문과에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걸로 어떻게 먹고 살 수 있겠냐고, 부모님이 반대하셨죠. 그래서 이과 전공을 하게 된 거예요."
글을 쓰는 사람은 멋있다고 언니는 말했다. 나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 더 멋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멋있어했다. 그렇게 우리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바닐라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그녀의 꿈은 내 꿈이 되었고, 내 글은 그녀의 글이 되었다.
우리의 고향은 같다. 서울은 우리에게 낯선 곳이었다. 사귄 지 채 한 달도 안되었을 때, 같이 살기로 결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시작은 작은 원룸이었다. 신축에 첫 입주였고, 풀옵션으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지만, 손을 뻗으면 벽이 닿었고, 발을 뻗으면 발이 닿았다. 한 달, 두 달, 반 년이 지나면서 우리의 짐들은 머리맡에 발언 저리에 쌓여갔다. 거북이의 등껍질이 딱딱해지듯, 서울에서 사는 시간만큼 짐짝이 늘러났다.
그 시절, 출근하기 전에 종종 역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와 크로크 무슈를 나눠 먹었다. 언젠가는 볕이 잘 드는 집으로 이사를 가자며, 그 창가에 테이블을 놔두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자고, 한 쪽에는 작은 선반, 아니면 캐비닛을 놔두고 커피와 차 관련 용품으로 꽉꽉 채우자며, 오븐에서는 쿠키를 굽고, 가끔 오렌지를 넣은 파운드 케이크를 굽자고. 슬슬 입김이 나오는 계절의 잠이 덜 깬 아침, 커피향 가득 한 미래를 약속했다.
다음 달이면 우리가 함께 산 지도 4년이 된다. 워터 듀(water-dew:더치커피) 기구에서는 커피가 한 방울씩 톡톡 떨어지는 아침. 후덥지근한 여름날의 시작은 얼음을 가득 넣은 아이스커피로 시작했다. 곧 발을 동동 굴리게 되는 겨울이 오면, 하루의 끝은 따뜻한 커피로 마무리될 것이다. 나는 종종 스콘을 굽고, 언니는 커피를 내리고,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차 한 잔씩 내어줄 수 있는 우리 집은 그런 곳이다.
우리는 커피를 내어주고 싶다. 더운 날에는 시원하게, 추운 날에는 따뜻하게, 그렇게 마음을 내어 주고 싶다. 내가 언니에게 마음을 내어주었듯이, 언니가 나에게 마음을 내어주었듯이. 부드럽고, 향긋하게, 때로는 정신이 바짝 들 정도로 진하게. 우리의 커피 한 잔이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 문장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