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미사
11월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며, 특히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 성월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예부터 죽은 이를 위한 장례를 정성껏 치러 왔습니다. 그리스도교 장례 예식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세례로 하나가 된 신자들이 죽음을 통하여 그분과 함께 생명으로 건너가도록 도와줍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은 장례 예식이 그리스도인의 죽음이 지니는 파스카적 성격을 더욱 명백히 드러내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81항 참조). 이는 중세의 중‧후기를 거치면서 죽음에 관한 속죄와 참회의 측면이 강조되었고, 그 영향으로 초기 교회부터 간직해오던 파스카적 요소가 많이 축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969년 8월 15일에 개정‧출간된 「장례 예식」에선 그리스도인의 죽음을 그리스도 파스카와의 연관성 안에서 설명합니다. 또한 예절 형식에 있어서는 지역 풍습과 사목적 필요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인정합니다.
장례 미사는 평일이든 주일이든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의무 대축일, 성주간 목요일, 파스카 성삼일, 대림‧사순‧부활 시기의 주일에는 드리지 못합니다. 이럴 때는 다른 날로 옮겨야 합니다. 부득이 미사가 아닌 장례 예식을 거행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반드시 말씀 전례와 고별식을 해야 합니다.
장례 미사는 고별식으로 마무리됩니다. 고별식은 죽은 이를 정화하는 예식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죽은 이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예식입니다. 죽은 이의 정화는 앞서 거행되는 성찬례를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고별식은 ① 사제의 권고, ② 침묵 기도, ③ 성수 예식, ④ 분향, ⑤ 고별 노래, ⑥ 사제의 기도 순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성수 예식은 죽은 이가 세례로 영원한 생명을 얻었음을, 분향은 죽은 이의 육신이 성령의 성전이었음을 기리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고별식은 시신을 모신 장례 예식에서만 거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천재지변이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유골만 있거나 시신이 없는 경우도 고별식을 거행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 경우엔 기도문을 알맞게 바꾸고, 유골까지 없을 땐 성수 뿌림과 분향을 생략합니다. 참고로, 모든 장례 예식은 예비 신자들을 위해서도 거행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안타깝게도 신자인데도 제대로 된 가톨릭교회의 장례 예식을 치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예식은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최선의 배려이고 최고의 사랑 표현입니다. 이를 통해 고인의 영혼은 정화되어 성인 성녀와 함께 하늘나라에 들어가고, 그 육신은 복된 희망을 품고 그리스도의 재림과 죽은 이들의 부활을 기다릴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유가족과 친지, 친구들의 신앙과 관심으로 한 사람의 교우도 빠짐없이 가톨릭교회의 보화를 누리며 주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세상을 떠난 이와 유가족을 위하여 애쓰는 연령회 봉사자들에게도 주님의 위로와 격려가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의정부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