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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주원(吐珠黿)은 '구슬을 토해내는 자라'라는 뜻으로 본명은 아니다.
『삼국유사』, 『대동운부군옥』 등에 관련 전승이 기록되어 있다. 권력자의 총애를 받던 인물의 몰락을 비유하는 내용이다.
신라 원성왕 때 일이다. 화엄종(華嚴宗)의 상좌 묘정(妙正)(대동운부군옥에선 사미승(沙彌僧)으로 기록되어 있다)이
우물가에서 바리때를 씻을 때마다 어떤 큰 자라 한 마리가 우물에서 떴다가 잠기곤 했다. 묘정은 자라에게 남은 밥풀을 주면서 장난으로 어떤 보답을 해줄 거냐고 물었고,
며칠 뒤 그 자라가 묘정에게 나타나 작은 구슬 하나를 토했다.
묘정은 그것을 허리띠 끝에 매어 놓았다.
그 후로 왕이 묘정을 보면 애지중지하며 늘 곁에 있게 했다.
얼마 뒤 잡간(迊干-진골만 받을 수 있는 벼슬) 하나가 당나라로 사신을 가는데 묘정을 귀하게 여겨 왕에게 수행원으로 함께 하기를 청했다.
묘정이 사신을 따라 당나라에 들어갔더니 당 황제(9대 황제인 덕종(德宗)으로 추정)가 그를 보자 곧바로 총애하기 시작하였다.
어떤 관상인이 황제에게 말하길, 묘정은 사람의 신임과 존경을 얻고 있으니 반드시 특별한 물건을 갖고 있을 거라 하였다.
이에 황제는 사람을 시켜 묘정의 몸을 뒤지게 하고 결국 허리띠에 맨 구슬을 찾아냈다. 황제는 묘정에게 자신이 가진 여의주 네 개 중 하나를 잃어버렸는데, 묘정의 구슬을 보고 자신이 잃어버린 여의주라고 말하며 연유를 물었다.
이에 묘정은 사실대로 말하였는데, 우연히도 묘정이 구슬을 얻은 날과 황제가 여의주를 잃어버린 날이 일치하였다. 결국 황제가 그 구슬을 압수하고 묘정을 돌려보냈는데,
그 후로 묘정을 애지중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구슬을 토할 정도로 큰 자라가 황제의 여의주를 훔쳤다는 것을 볼 때,
이 자라는 황실 보물창고에 숨어드는 것에 능한 능력이 있어 상당한 영물인 것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