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을 풀고 기운을 보하는 영아자.
산행을 하다가 갈증이 나면 필자는 습기가 있는 주위를 살핀다. 흔하게 보이는 벌깨덩굴 사이로 약간 색이 바랜 듯 수줍게 자리하고 있는 영아자를 발견한다. 그 순을 따서 우물우물 씹는다. 약간의 쓴맛을 느끼다가 이내 단맛으로 변한다. 하나, 둘 뜯어먹다보면 필자의 입술은 어느 새 까맣게 변한다.
산행 중 갈증을 삭히고 기운보충을 해준다. 힘든 산행에서 이만한 산채나물은 드물다. 영아자를 씹으면 갈증이 나지 않는다. 하얀 진액이 묻어나와서 손가락을 끈적이게 하지만 기분이 나쁜 끈적임은 아니다. 똑부러지게 끊긴 대에서 하얀 진액이 배어나온다. 그 진액은 천연 소화제라고 해도 무방하다.
상추나 만들레, 씀바귀 등과 같이 하얀 진액이 나오는데 이게 비타민엑기스라고 해도 된다. 상추처럼 약간의 쓴맛이 있고 끝에 느끼는 단맛은 훨씬 강하다. 상추보다 비타민의 함량이 4배 이상 높다. 이 영아자는 알고 있는 사람만 먹을 수 있는 나물이다. 특히 벌깨덩굴과 혼돈하여 구분을 잘하지 못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벌깨덩굴은 더 환하게 보이며 윤기가 있어 보이고 잎이 똑같이 모아져 있고 영아자는 약간 잎의 색이 바랜 것처럼 보이고 잎은 어긋나기를 하고 있다. 특히 순을 꺾으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바로 하얀 진액이다. 벌깨덩굴은 투명한 액이 보이지만 영아자는 하얀 진액이 금방 배어나온다. 그리고 맛에서도 차이를 느낀다. 벌깨덩굴은 아무맛도 나지 않지만 영아자는 쓴맛과 동시에 강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영아자는 그 자체로 비타민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타민A와 C가 풍부하여 나른한 몸에 활력을 샘솟게 한다. 산행 중 지쳐있을 때 영아자를 씹으면 기운이 난다. 영아자에는 비타민을 비롯 칼륨, 마그네슘, 글루타민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봄의 보양채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나물이다.
고지가 낮은 야산에서 많이 자라지만 필자는 500고지 이상에서도 종종 발견했다. 습기가 있는 곳이라면 고지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보인다. 등산로 가장자리 그늘에서 종종 발견하여 입안에 넣고 우물거렸다. 산행을 마치고 거울을 보면 입술이 까맣게 물들어 있기도 했다. 사실 필자는 산행자체를 보양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먹을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영아자는 봄철 꽃가루로 인한 기침이나 가래, 천식에 아주 좋다. 특히 잔기침이 심한 사람에게는 보약이나 진배없다. 몸이 나른하고 입맛도 떨어지며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사람에게 아주 좋다. 소화불량과 변비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도 좋고 기가 허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먹으면 활력이 생긴다. 소화를 돕고 속을 편하게 하며 숙변을 제거한다.
흔히 산미나리싹으로도 불리며 그냥 미나리싹, 무잔대, 염아자, 여미자, 염마자, 모시잔대 등으로도 불린다. 성질은 평하거나 따듯하다. 어느 누구든 부작용은 없으며 몸이 찬 사람에게 아주 좋은 약재다. 생채쌈으로 즐길 수도 있고 살짝 데쳐서 나물반찬으로 먹을 수도 있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그늘에 말려 차로도 즐길 수 있다. 부침전의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영아자의 발견은 야지, 고지를 가리지 않으며 계곡주변의 습지에서 많이 보인다. 계절에 상관없이 약재로 쓸 수 있으며 뿌리도 먹을 수 있다. 다만 뿌리는 자생할 수 있게 뽑지 않는 것이 좋다. 줄기와 잎을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 아닌가. 영아자. 산행을 하면서 유심히 관찰해보기를..
약초연구소 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