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회] 오계국에 찾아든 평화(3)
눈은 우리등같고 머리는 연단로같고
온뭄은 삼복의 청태같이 파랗고
발톱은 구추서리같이 날카롭다.
두 귀를 축 늘어뜨리고 꼬리는 빗자루처럼 길다
푸른 털은 예기가 있어 보이고 시뻘건 빛이 번쩍인다
잇빨은 구슬펀을 세운듯하고
곱슬곱슬 수염은 창같이 빳빳하다.
거울에 비친 요괴의 모습을 보니
문수보살이 타고 다니던 사자였다.
"보살님, 이놈은 보살님이 타고 다니시던 푸른사자가 아닙니까?
어떻게 빠져나와 도깨비가 됐습니까?
이 까짓것을 왜? 마음대로 다스리지 못하십니까?
"저 놈은 도망간 것이 아니다.
여래님의 분부로 오계국에 파견된 것이란다."
"이런 요마가 왕권을 찬탈했는데
그게 여래불이 시키신 일이라고요?
그럼 나도 몇가지 칙서를 받아야 겠군요. 당승을 보호하느라
그간 이만저만 고생을 한게 아니니 말입니다."
"너는 자세한 사정을 모른다. 저 국왕 적정이 처음엔 착한일을 즐기고
불제자를 잘 대접했기 때문에 여래께서는 그를 서방정토로 불러서
금신나한으로 삼으려고 나를 보내셨지.
나는 본 모습으로 그를 만날 수가 없어서 행각승으로 둔갑해서
그를 찾아가 시주를 청하며 짐짓 두세마디 비난을 하여 그를 시험했지.
그러자 국왕은 대뜸 나를 묶어서는 성밖의 해자속에 사흘이나 담가두었단다.
그래서 여래께서는 육갑금신을 보내 날 구해주시고
대신 내가 타는 청사자에게 명령하여 국왕을 우물에 밀어넣게 했다.
그래서 국왕은 삼년동안 우물속에 갇혀있게 된 것이다.
여래님은 이로서 내가 당한 사흘의 수난을 갚아 주신거지
이 세상 모든 일은 사소한 것 하나라도 모두가
인연따라 일어나는 법이지.
지금 그대들이 용케도 이곳까지 온것도
역시 큰 공덕을 세운 셈이야."
"보살님은 사사로운 원한을 풀었는지 모르나
이 놈은 그동안 많은 사람을 해쳤습니다."
"그렇지 안도다. 이 놈이 여기있는 삼년동안 농사는 풍년이고
나라는 태평했고 백성은 편안했다. 어찌 사람을 해쳤다고 하느냐?"
"그건 그렇지만 삼궁의 황후들과 베게를 같이하고
그들의 몸을 더럽혔습닏.
이는 사람으로서 할 수없는 짓인데
어찌 사람을 해치지 않았다고 하십니까?
"황후를 더럽힐리가 없지, 이놈은 거세한 사자란다."
그 말을 듣고 팔계가 사자의 사타구니를 들여다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 요괴는 정말 그게 없는데요.
허우대만 멸쩡하지 빛좋은 개살구였군."
오공이 보살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어서 이놈을 데려가십시요.
때 마침 보살님께서 오셨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놈은 살아남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보살은 주문을 외우고 호통을 쳤다.
"이 짐승아 아직도 본모습으로 돌아오지를 않고
무엇을 꾸물거리는게냐?"
마왕은 비로서 본모습을 드러냈다.
보살은 연꽃에 둘러쌓이더니
청사자의 등에 올라 상서로운 빛을 밟으며
오공과 작병하고 오대산을 향해 날아갔다.
오공의 형제 세사람이 구름을 낮추어 궁중으로 도랑오니
국왕 적정과 황후 무애심, 태자 관조와 신하들이
차례로 엎드려 예를 올렸다.
"은혜가 태산같습니다. 사부님"
오공이 문수보살이 요괴를 잡아간 얘기를 들려주니
국왕이하 신하들은 세사람 앞에 엎드려
머리를 땅에 대고 절을 올렸다.
일동이 기뻐하고 있는데 황문관 혜월이 와서 고했다.
"폐하 밖에 스님 넷이 찾아왔나이다."
오공은 국왕에게 스님들을 들어오게 하라고 시켰다.
잠시후 들어온 사람들은 보림사의 주지와 중들이었다.
손에는 적정황제가 아침에 벗어놓고 온 갓과 온, 신을 들고있었다.
"아하, 때 맞춰 잘왔군, 잘왔어."
오공은 중들이 가져온 보따리를 풀어 황제가 갈아입게 했다.
황제는 짐꾼으로 꾸미느라 몸에 걸쳤던 중의 옷을 벗고 황제의
의관으로 다시 단장을 하였다. 오공은 태자 관조에게 백옥규를 내오게 해서
국왕 적정에게 주고는 용상에 앉으라고 권했다.
나라에는 한시라도 임금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니
용상을 비워둘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국왕 정적은 사양하며 용상에 오르려 하지 않았다.
층층대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사부님, 나는 벌써 삼년전에 죽은 사람입니다.
지금 스님들 덕택에 환생을 했지만,
어찌 다시 임금자리에 오를수가 있겠습니까?
사부님께서 왕위에 올라 이나라를 다스려 주십시요.
난 처자를 데리고 성을 나가 평범한 백성으로 살아도 좋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삼장이 누군가? 그 말을 받아드릴리가 없다.
그는 오로지 하루라도 서천에 가서
부처님을 배알하고 경을 가져오려는 마음 뿐이다.
삼장이 사양하니 오공에게 권했다.
오공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 손공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 넓은 천하 어느나라에선들
왕이 되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왕이던 스님이던 인연법에 다라 주어진대로
살게 된것이 세상에 이치올시다.
제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 있던들
인연법에 주어지지 않은 일은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대왕님은 황제로 황후는 비빈으로 저는 중으로
정해진 운명을 거역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저희들은 스님으로 서천으로 갈 것이고
황제와 황후께서는 팔자대로 이나라를
다스리며 살아가야 합니다.
저희는 지금처럼 중으로 여행을 계속 하렵니다."
국왕 적정은 더 이상 권할 말을 잃었다.
할 수없이 보전으로 올라가 남쪽을 향해 용상에 앉았다.
곧이어 나라안에 대대적으로 사면령이 내리고
보림사의 중들에게도 후한 상을 내렸다.
그런 다음 동각을 열어서 삼장일행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여는 한편
화공을 시켜 사제 네사람의 화상을 그리게 해서 그것을
금란전에 걸고 조석으로 인사를 올리게 했다.
삼장일행은 오계국이 안정되자 국왕과 작별하려고 했다.
국왕과 황후, 태자와 신하들은 나라에 비장해둔
보물과 금은 비단을 내려 은혜를 갚고자 했다.
그러나 삼장은 끝내 아무것도 받지안고 통관문첩에
인을 받고는 오공을 재촉하여 출발을 서둘렀다.
국왕은 못내 섭섭했지만 하는 수 없이
수레를 갖추어 삼장을 태우고
문무백관에게 길을 열게 하고 자기는
무애심황후와 태자 관조를 데리고 삼장의 수레를 따랐다.
국왕 적정은 성문 밖까지 나가서야 삼장과
작별을 고했다.
"사부님, 서천에 들러 돌아오실때에는
우리나라에 틀림없이 다녀가십시요"
하면서 삼장 일행이 안보일때까지
석별의 눈물을 흘리고 서있었다.
흥미진진한 다음편을 기대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