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인생이 무상(無常)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인생이 꿈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이 꿈에서 깨어나고 싶습니다. 어떻게 꿈에서 깨어날까요?
◼법륜 스님
인생이 무상하다는 것은 허무하다는 뜻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표현이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영원하거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라는 뜻이다. 모든 존재는 변한다. 물질세계의 변화는 성주괴공(成住壞空)하고, 육신은 생로병사(生老病死)하고, 마음은 마음대로 변하는 것은 생주이멸(生住異滅)이라고 한다. 이 우주에 항상(恒常)하는 것, 불변하는 것, 영원한 것은 없다. 이 세상에 존재 하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것은 자연의 모습니다. 사람들 변화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고통을 지니고 산다. 그래서 허무하다는 것은 무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변하는 것을 변한다고 하면 아무 문제가 안 되는데, 변하는 거를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시간이 흘러놓고 보니까 자기 의도하고 자기 생각하고 안 맞잖아요. 그러니 고통이 생기는 거요.
인생이 무상하다는 것은 허무하다는 뜻이 아니다.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없다. 이런 말도 의미가 없다. 인생은 그냥 사는 것이다. 그냥 살되 잘 사는 것이 낫다. 불행하게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게 낫다. 하루를 살더라도 재미있게 살지 괴롭게 살 필요가 없다.
우리가 뭔가 움켜쥐고 하는데, 집착하는데, 그게 내 손에 잡히지를 않습니다. 잡히는 것 같지마는 시간이 지나면 또 바뀌어요. 그런 이치를 알면 생겨났다고 즐거워할 것도 아니고 소멸한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이런 얘기요.
새싹이 피어났다고 막 좋아했다가 낙엽이 진다고 울고 그럴 일이 아니다. 새싹은 새싹대로 좋고, 낙엽은 낙엽대로 좋고. 인생이 꿈이라는 것은 허무하다. 인생이라는 것은. 쓸데없는 거다. 이런 뜻이 아니에요. 인생이 꿈과 같다. 이 말은 꿈에 여러분들이 강도를 만났다. 이거야. 그래서 도망을 다닌다. 눈을 뜨고 보니 강도가 없어. 이거는 그냥 마음에서 그려진 거지 실제가 아니다. 이게 꿈이에요. 헛 거다. 이 말이오.
그런 것처럼 우리가 저 사람은 나쁜 놈, 저 사람은 좋은 사람. 이건이래서 문제고, 저건 저래서 문제고, 하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거요. 내 업이 그려낸 그림에 불과하다. 그 실제라고 믿지 말라는 거요. 마치 꿈이 실제가 아니듯이 우리가 지금 이러니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는 시비분별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꿈같은 것일 뿐이다. 실제가 그렇지 않다는 거요. 내 마음이 그려낸 하나의 그림에 불과하다는 거요.
그러니까 그거는 집착할 바가 못 된다. 이거야. 마치 꿈은 눈뜨면 헛것인 것처럼, 우리가 지금 시비 분별한 거 이거는 깨닫고 나면, 이건 다 꿈과 같은 거요.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꿈속에서 꿈이 실제인 줄 착각하기 때문에 꿈속에서 도망 다닌다고 땀을 뻘뻘 흘리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생각이 그려낸 환영 속에 지금 사로잡혀서 지금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래서 꿈에서 깨듯이 이 환영에서 깨라.
그래서 인생살이가 사는 게 꿈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옳으니 그르니 맞니 틀리니 기쁘니 슬프니 하는 이것은 마음이 그려낸 거다. 이거야. 그건 마치 꿈속에서 강도를 만났다. 은인을 만났다. 하는 거와 같은 거다. 그래서 마치 눈뜨면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다 헛것인 것처럼 마음이 그려낸 이런 것들은 여러분들이 이 사로잡힘에서 벗어나면 그냥 하나의 헛된 공상, 망상에 불과한 거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거기서 깨어나면 여러분들은 이런 괴로움에 휘둘려서 살지 않게 된다.
여러분들 제가 이렇게 앉아있지 않습니까? 그죠? 여러분들이 볼 때 내가 괴로울 일이 있겠어요? 없겠어요? 여러분들이 보는 눈에는. 없지. 괴로울 일이 뭐가 있어? 부모가 있어? 자식이 있어? 마누라가 있어? 재산이 있어? 뭐가 있어? 얼마나 가볍고 좋으냐? 그러지마는 이 머리통 속에 들어가면 자기 나름대로 또 고민이 있나? 없나? 온갖 고민이 있어. 그죠? 북한의 굶어 죽는 애들 생각해야지. 인도 애들 생각해야지. 아프가니스탄의 것도 생각해야지.
그런 것처럼 내가 여러분들을 보면, 여기 계신 이 보살님. 뭐가 문제겠어요? 아무 문제없지. 오늘 아침에 식사하고 오셨어요? 여기서 점심 드셨어요? 저녁 굶을 거요? 먹을 거요? 옷 입고 있지. 뭐가 문제요? 잠잘 집 있겠다. 옷 있겠다. 얻어먹든지 절에 가서 먹든 세끼 밥 먹겠다. 사실 아무 걱정도. 그런데 저 머리통 속에 들어가 보면 세상 짊을 혼자 다 짊어지고 있어. 그래서 이 마음에서 만든 병이다. 이거요. 모든 병이 다.
오늘 앉아서 법문 들으며 히히덕 히히덕 웃을 땐 아무렇지 않다가, 내일 아침에 진단해서 암이다. 하면 죽는다고 이런단 말이오. 암이 그러면 갑자기 생겼나? 웃을 때는 있었어요? 없었어요? 있었어. 마음이 다 짓는 거요. 마음이 암을 짓는 게 아니라. 괴롭고 슬픈 게 마음이 짓는 거다. 암이 있어도 지금 뭐 신경 안 쓰면 아무 문제도 아니고, 없어도 혹시 있을지 모른다. 이래 생각하면 밤잠이 안 오고 그런 거요.
의사 또 말 잘못해주면 어때요? 없는데도 밤새도록 맨날 며칠로 죽는다고 난리요. 그래서 이런 건 다 마음이 짓는 거다. 그래서 마치 꿈하고 똑같다. 이런 얘기요. 그래서 꿈 깨듯이 이 망상(妄想)으로부터 깨어나라. 이런 얘기요.
출처 : 법륜 스님 <즉문즉설 1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