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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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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야기 최진석 경계에 흐르다-'분류의 틀'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건너뛰며 서로 이질적인 것들을 연결하여 소통시키는 것이 은유 *경계 시모음
시냇물 추천 0 조회 127 22.10.02 22:19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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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2.10.03 09:45

    첫댓글 경계/  이영광

    모내기철 기다리는 남양주 들판
    해질녘, 논은 찬데
    황새는 물 위에 떠 있다
    보이지도 않는 긴 다리를
    철심처럼 진흙에 박아놓고

    가까이서 보면 그는 외발,
    가늘고 위태로운 선 하나로
    드넓은 수면의
    평형을 잡고 있다
    물 아래 꿈틀대는 진흙 세상의
    혈을 짚고 서 있다

    황새는 꿈꾸듯 생각하는 새,
    다시 어두워오는 누리에 불현듯 남은
    그의 외발은 무슨 까닭인가
    그는 한 발마저 디딜 곳을 끝내
    찾지 못했다는 것일까
    진흙 세상에 두 발을 다 담글 수는
    없다는 것일까

    저 새는 날개에 스며 있을 아득한 처음을,
    날개를 움찔거리게 하는 마지막의 부름을
    외발로 궁리하는 새,
    사라지려는 듯 태어나려는 듯
    일생을 한 점에 모아
    뿌옇게 딛고 서 있었는데

    사람 그림자 지나가고,
    시린 물이 제자리에서 하염없이 밀리는 동안
    새는 문득, 평생의 경계에서
    사라지고 없다
    백만 평의 어둠이 그의 텅 빈 자리에
    밤새도록 새까맣게 들어앉아야 한다

  • 작성자 22.10.03 09:46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노향림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신 햇빛 아래 소리 없이 핀
    작디작은 풀꽃들,
    녹두알만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고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떼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무슨 경계를 넘어가나요.
    무슨 이름으로 묻히나요.

  • 작성자 22.10.03 09:46

    경계선/ 정호승

    경계선에는 경계가 없다
    경계선은 아무도 지킬 수 없다
    새들도 경계선을 지키지 않는다
    새들은 경계선을 무심히 넘나들 뿐
    경계선을 입에 물고 하늘을 날 뿐
    경계선에서 경계를 허물지 못하는
    인간 같은 새들은 아무도 없다

  • 작성자 22.10.03 09:47

    경계/백무산

    누가 이런 길 내었나
    가던 길 끊겼네
    무슨 사태 일었나 가파른
    벼랑에 목이 잘린 길 하나 걸렸네

    옛길 버리고 왔건만
    새길 끊겼네

    날은 지고
    울던 새도 울음 끊겼네

    바람은 수직으로 솟아 불고
    별들도 발 아래 지네

    길을 가는 데도 걷는 법이 있는 것
    지난 길 다 버린 뒤의 경계

    아, 나 이제 경계에 서려네
    칼날 같은 경계에 서려네

    나아가지 못하나 머물지도 못하는 곳
    아스라히 허공에 손을 뻗네
    나 이제 모든 경계에 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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