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메타세쿼이아와 키 작은 맥문동이 ‘찐 조합’을 이루는 광주 ‘문화소통길’
길이 있다. 키 큰 나무와 키 작은 풀꽃이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면서 막바지 여름날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에 있는 '천·지·인 문화 소통길'이다. 매년 여름 이맘때쯤이면 하늘에서 푸른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키 큰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푸르름과 그 아래 키 작은 풀 맥문동의 보라색 꽃이 환상적인 '찐 조합'을 이루는 길이다.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동 문흥동 고가도로 밑에서 오치동 쌍굴다리까지 약 4km 정도 화려한 보라색 꽃길이 이어진다. 키 작은 꽃들이 서로 겹치고, 포개지고, 이어지며 절대 평등을 이루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 보면 연보라색 초콜릿을 듬뿍 묻힌 막대사탕을 촘촘히 꽂아 놓은 것 같고, 멀리서 보면 마치 보라색 카펫을 깔아 놓은 듯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길은 광주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호남고속도로변의 완충지역을 주민들이 나서서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화초를 심어 명품 꽃길로 조성한 길이다.
키가 큰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에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으며 담양에서 전라북도 순창으로 가는 국도변에 조성된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전국적인 명소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이 길도 그 길 못지않게 아름다운 길이다.
담양에 있는 그 길의 주인공이 키 큰 메타세쿼이아 나무라면 이 길의 주인공은 단연코 키 작은 풀, 맥문동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에는 방송에도 나오고 사진동호회 모임에서도 많이들 찾고 있는 광주의 명품 길 중의 한 곳이 되었다.
맥문동은 백합과 여러해살이 풀로 약초로 많이 쓰인다. 겨울에도 푸른 잎이 남아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다 하여 '맥문동(麥門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보라색은 파랑과 빨강이 혼합된 색으로 고독과 우아함, 화려함을 느끼게 한다.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주고 종교적으로는 '성자의 참회'를 의미한다고 한다. 정치적으로는 권력자들이 '권위의 상징'으로 보라색을 사용했다.
불교에서는 스님들이 부처와 중생을 이어준다고 믿었기에 보라색 예복을 입었고, 가톨릭 교회에서도 교황청의 주교나 고관들이 보라색 수단(soutane)을 입었다.
중국에서는 황제가 거처하는 궁궐을 보라색 의미가 담겨있는 '자금성(紫禁城)'이라 했고, 황제가 입는 옷을 '자포(紫袍)'라 했다. 로마제국에서는 황제와 황태자만이 퍼플색 옷을 입었고, 영국 황실의 상징색도 보라색이다.
가는 여름이 아쉽다면 예술가가 되어 '영감'을 얻고, 성직자가 되어 '참회' 하며, 권력자가 되어 '권위'를 느껴 보면서 이 길을 한 번 걸어볼 일이다. 서둘러야 한다. 이달 말이면 보라색 양탄자는 자취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매미 울음 뚝 그치고 9월 중순쯤 구름 높은 가을 하늘 다가오면 이 길에는 다시, 붉디붉은 그리움으로 가득한 '상사화 레드 카펫'이 깔릴 것이니. 문화소통길은 사시사철 아름답고 걷기 좋은 광주의 명품 길 중의 한 곳이다.
임영열 대동문화재단 문화재 돌봄사업단
첫댓글 어느쪽도 다 예쁘네요,
저도 한 번 가 봐야 겠어요,
green road, 맥문동이 만발하여 장관 이네요,
힐링시간 이었어요
황성공원에도 맥문동이 아름답던데...
황성공원은 소나무와 맥문동이 어우러져 장관~중,,
청솔모와 만나기도, 다람쥐도 넘 귀여워용,,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