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께서 주신 고귀한 선물 *
-내친구 어진 방울에게-
1고수 2명창이라 했던가?
내가 한(限)을 품어 목청 높여 소리하는
명창(名唱)이라 치면
넌_. 추임새도 기막히게
북 장단 잘 맞추는 명 고수(鼓手)이리라.
내가 취하여
몸 가누지 못하는 취객이 되었다해도
넌_. 막걸리 한 사발 더 권하는
넉넉한 주모 일게다.
내가 추억(追憶) 사냥에 나섰을 때
넌 거침없이 몰이꾼이기를 자처했고
\'어느 재벌이 너와 손잡고 함께 여행하고 싶어하겠냐\'며
스스로 부자 친구 되어
흥부의 능청낭에서 돈을 꺼내 쓰듯
나를 위해선
돈 아까운즐 모르고 나서던 친구야!
나와 만나기 전 미리
내게 해주고픈 것 메모 해놓고
이 덩치큰 나를 업어주고 싶어했고
진흙맛사지 소금찜질등등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온갖 맛사지팩 준비해놓고
이거 해주랴 저거 해주랴....
온천에 데리고 가
손수 때 밀어 주기를 한사코 고집했던 너
전국 먹거리 수첩 만들어놓고
한 장 한 장 설명해 가며
네가 먹어보지 않은 것은
내게 권하지도 않았으며
별미음식 한가지라도 더 먹이고 싶어서
안달하던 너
내가 움직이는 모습하나 놓치지 않고
사진에 담아두려했고
전국지도 펼쳐놓고 가고싶은 곳
어디든지 손가락만 짚어만 달라던...
잠들기전에 들어야할 음악...
또 깨어나서 들려 줄 아침음악들을
선곡하며 행복해 했었지
내가 미국 도착하기 전에
자기 편지가 먼저 가서
날 기다려야 한다며
나를 만나기 전부터 편지 쓰기 시작 했다던...
그 긴 편지를 받아보니
지금쯤 서울에 있겠구나
오늘은 무슨 일을 하겠구나 하며
내 스케줄 따라
편지 한 장씩 메꾸어가며 즐거워했던 친구야!
한정된 시간이었기에
계획대로 다 해주지 못해
그저 안타까워만 하던 너!
나를 이민 보내놓고
무에 그리 걸리는 게 많았는지
항상 마음 아파하던 너
난 네게 준거라곤 그 아픔밖에 없는데.....
현령아!
무슨 재주로 너같은 친구 두었냐고
옆에서들 물으면
내 삶에 이런 福도 없으면
숨막혀 죽을까 봐
神께서 내게 준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 헐란다.
그런데 나 있지 왜 이리 눈물이 나오냐?
지난 네 편지속 여기저기 씌어있는
\'사랑한다\' 보고싶다\' 그런 글귀들이
\'고귀한 선물\'이랑 춤을 추듯
눈앞에 그려지며
슬픔 아닌 감동의 눈물이 맺혀지니
애써 참지 않고
몇 방울만 흘려 버릴란다.
안녕.
콜로라도에서 Young Sun.
-1999년가을 방울과 주고받은 편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