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봅니다.
입원을 하기위해 수속을 밟고 있는데 아내의 표정이 이상합니다.
입원수속으로 한참 부산을 떠는데 아내가 아주 미안한 표정으로
여보!
나 이 수술 안하고 그냥 집에 가고 싶은데요...
하면서 저를 처다 봅니다. 황당했습니다.
그리고 변덕을 부린 아내가 미웠습니다.
수술날짜 빨리 잡느라 자존심 접고 여기저기 부탁해서 어렵게 잡았는데...
저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의자에 앉아 온갖 상념에 잠겼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본 아내가 저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내가 이 수술을 견디지 못할 것 같고
더구나 항암치료는 더 힘들 것 같으니까 그냥 집에 갔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한참 아내의 변명을 듣던 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
가자...
언젠가 전주비빔밥을 먹고 싶다던 아내의 말이 생각나
전주에 들러 비빔밥을 먹자고 했더니 아내는 너무도 좋아합니다.
우리는 전주에서 비빔밥을 가장 잘한다는 식당을 찾아 갔습니다.
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아내를 보면서 저 속으로 많이 미안했습니다.
큰 것에 익숙한 사람도 아니고 명품을 바라는 사람도 아닌데...
내가 아내에게 많이 소홀했구나 하는 미안함이 크게 밀려왔습니다.
멀고 무겁게 느껴지던 내려오는 길이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로 바뀌고
아내는 가벼운 농담도 건네옵니다.
겨울에 함박눈이 내릴 때 눈을 오래토록 보고 있으면
그 눈이 내 눈 속으로 들어오는 착각을 느끼잖아요?
그런데 나는 당신을 보고 있으면 꼭 당신이 내 눈 속으로 들어올 것처럼 느껴져요...
하면서 환하게 웃어 보입니다.
이틀 뒤 서울 중앙아산 병원에서 ARS로 예약을 알려왔습니다.
가고 싶지 않다는 아내를 달래서
아산병원의 내분비내과에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많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삼성의료원과 똑같은 결과가 나오면 어쩌지...
낙담할 아내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저도 모르게 온몸에 진저리가 일었습니다.
아쉽게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내분비내과 선생님께서 외과의 홍석준 박사님과 수술에 관한 상의를 했으면
어떻겠냐고 하면서 저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싫다는 아내의 의견을 뒤로 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홍박사님의 첫인상은 쉽게 말을 붙이기에 무거운 분위기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병원을 다니면서 의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것에 불만이 많이 쌓여있던 터라
이분도 같은 과려니 하면서 별 기대를 안했는데...
나오는 말씀은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저...
환자분은 지금 수술을 할 수 없습니다.
사진 몇 장을 보고 수술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만약 수술을 한다면 이 수술은 큰 수술이니까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발이 되었다면 다른 방법도 고려해 보면서 우리 서로 상의하시게요..?
이렇게 물어오셨습니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혼란스런 진찰과정을 겪은 아내가 뭔가 의심의 질문을 하려고 하자
제가 우리나라에서 갑상선 암 제발 수술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저를 한번 믿어보세요 손해 볼 것 없잖아요...
너무 걱정 마시고 진찰을 하다보면 결과가 좋을 수도 있으니까
음식 잘 자시고 남편 너무 성가시게 하지 마세요...
내분비내과에서의 절망이 홍박사님을 만나고 조금의 희망을 봤습니다.
광주에 내려온 저는 바다를 좋아하는 아내를 설득해서 일박 이일의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는 전라남도 목포로 정 했습니다.
소풍가는 어린아이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목포 북 항 (뒷께)을 따라 해양대학 정문을 지나면 큰 호텔이 있습니다.
그 호텔 앞에는 바로 바다가 펼쳐지기에 바다가 보이는 방을 예약했습니다.
처음으로 아내를 동행해서 바다가 훤히 보이는 방에 들었습니다.
아내가 너무도 좋아합니다.
여보!
당신 혼자 시인이잖아요.
(아내는 저더러 혼자는 시인이라고 놀리곤 합니다) 창밖의 느낌을??
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인은 좋은 것을 보면 가슴에 담는 거야....
옷을 두툼히 입은 우리는 일층 커피숍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여유와 함께 마시고
코스도 정하지 않고 팔을 두르고 나섰습니다.
잘 정돈된 도로를 따라 펼쳐진 바다에는 포말과 함께
파도가 심 하게 용트림을 하고 좁은 바다인데도 오가는 배들은 흔들림이 심했습니다.
조금 가자 평소 목포에 가면 제가 잘 다니는 준치 비빔밥을 잘 하는 식당이 보였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내가 잘 다니던 곳인데 함 가볼래?
우리는 주저 없이 옆으로 미는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습니다.
전에는 할머니가 손님을 반겨 줬는데 오늘은 젊은 아주머니가 손님을 맞았습니다.
할머니가 계실 때는 맛있는 계장이 나왔는데 오늘은 그 계장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쉬움을 안고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어디 가셨습니까?
저희 집 오신지가 상당히 되신 것 같습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면 보이다 보이지 않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기가 주저 될 때가 있습니다.
이 식당에도 그런 유고가 있었나 봅니다.
저는 비빔밥을 참 잘 비빕니다.
오늘도 그 실력을 발휘해서 아내의 비빔밥을 맛있게 비벼주고 제 밥을 비비는데
건너편 자리에
“딱” 봐도 이녁 것이 아닌 것 같은 중년의 저 X와X가 저를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저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제가 아내에게 밥을 비벼 준 것이 시샘이 낫는지 보고 있던 여자 분이
자기의 밥그릇을 별로 힘없게 보이는 남친 앞으로 슬며시 들이 미는 것입니다.
저처럼 비벼 달라는 것이죠...
식당을 나선 우리는 바다를 따라 많은 시간과 없는 약속
그리고 있는 돈을 무기로 한껏 여유를 부리며 아내의 손을 내 호주머니에 담아 넣고
충만한 여유를 즐기면서 어시장에 도착했습니다.
어시장은 파장이었고 남아있는 풍경은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할아버지들과 생선 담는 상자를 만드는 손길만이 분주했습니다.
바지 가랑이 걷어 올리고 폴짝폴짝 웅덩이 피해서 어시장을 나선 저는
아고~!
그만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길 언저리에 나뒹구는 깡통을 보고 그만 이놈의 발이 운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발끝을 떠난 깡통은 페인 웅덩이에 떨어졌고
쪼깐 거시기 하게 보이는 남자의 옷에 구정물이 튀기고 말았습니다.
순간 아! 사고를 처도 크게 친 것 같은디...
하는 생각에 난감한 얼굴로 아내를 보고 있는데
햐~~ 저 제 아내가 그렇게 똑똑한? 줄 몰랐습니다.
얼른 그 거시기한 남자에게 가더니... 죄송합니다...!
제가 치운다는 것이 그만 하면서 자기가 잘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저를 금방 거시기하게 맹글어 붑디다.
그 거시기한 친구 왈, 아따 이거시 머시다요...
하면서 아내를 한참 짜대더니 누님! 하는 것입니다.
아내도 그 친구를 보더니 너 동식이 아니냐??
아내의 고향은 목포의 인근도서인 신안군 증도면 입니다.
동식이는 이웃해 살았던 친구의 동생이었습니다.
지금은 목포 하당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었습니다.
저 한숨 크게 쉬었습니다.
동식이와 아내는 이런저런 잡다한 애기들을 주고받더니
아내가 저를 동식이란 사람에게 소개를 했습니다.
동식이는 절더러 매형이라 부릅니다.
근석 참말로 붙임성 하나는 끝입디다.
동식이의 간절한 초대를 뒤로하고 아내와 저는 목포항 대합실에 들렸습니다.
25년 전 그날, 바람은 심하게 불었고 아내와 처음 가는 妻家 길은 순탄치 못했습니다.
고생을 얼마나 했던지 초죽음이 되어 처가에 도착한 저는
마을 청년들이 한 판 붙자고 벼르는 이벤트도 뒤로 하고
이틀을 꼼짝도 못하고 자리보존을 했었습니다.
아내에게는 따뜻한 물 한잔을 저는 자판기 커피를 앞에 놓고
당시의 띨띨한 저의 모습을 설탕삼아 재미나게 얘기 삼매경에 빠져든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지금은 매립을 해서 깨끗하게 변한 선창이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과 비릿한 냄새가 어우러져 조금은 역겹기도 했었는데...
사람 사는 맛은 그때가 훨씬 좋았다고 느껴지는
선창을 지나서 복원 공사가 한창인 삼학 도를 지나 갓 바위 공원까지
내 호랑에 아내의 손을 넣고 바람을 가르며 우리는 추억의 산책을 이어갔습니다.
공원 노점에서 구운 옥수수 한개, 솜사탕 한 꼭지를 사든 우리는
옥수수에 솜사탕을 석어 오물거리며 하당까지 걸었습니다.
가로등 밝힌 거리에는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한적한 풍경을 연출 하고 있었고
그 안에 우리도 여유로운 연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초저녁을 보낸 우리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렁 같은 잠에 빠져들었고
긴 하루의 추억 여행을 그렇게 마감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유익하고 즐거운 여행이었으며
그동안 작은 일에 무심했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미안하고
남은 시간이 많지 안은 것 같아 뭐라 말이 이어지지가 않습니다.
느~을, 행복...
첫댓글 ★부부간의 애틋한 정을 매끈하게 잘 묘사하여서 우리에게 찐한 감동을 주군요. 부인의 질병이 꼭 회복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느~~~~을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