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구매하는 데 웬 나이 문제가 나오고 여성 혐오가 등장한답니까?"
1990년대 영국을 상징하는 록그룹 오아시스가 15년 만의 재결합 선언과 함께 내년 여름 영국과 아일랜드 공연 일정을 공표하고 곧바로 예매 창구를 열자마자 뜨거운 구매 경쟁이 펼쳐져 17차례 180만명의 티켓 예매가 완판됐다. 이런 가운데 어느덧 기성 세대가 된 X세대 팬들이 왜 나이 어린 여성 팬들이 티켓 구매에 끼어드는지 모르겠다며 자신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어떠냐는 글들을 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아재 팬들' 정리에 그룹의 리더인 노엘 갤러거의 딸 아나이스(24)가 직접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아나이스는 틱톡커 조시 캔넬의 글에 덧글을 달았는데 조시는 '모든 사람이 지금 갑자기 오아시스를 사랑한다'고 적은 덧글을 봤다면서 “당신은 모든 사람이 갑자기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가요? 모든 사람이 언제나 그들을 사랑했답니다. 그들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밴드 중 하나예요. 베이브, 오아시스랍니다. 그들은 언더그라운드의 알려지지 않은 인디 아티스트가 아니에요"라고 적었다.
아나이스는 덧글에다 "내가 지지하지 않을 한 가지는 표를 얻는 사람들 주변의 연령 차별과 여성혐오증"이라면서 "만약에 분홍색 카우보이 모자를 쓴 열아홉 살 소녀가 그곳에 있길 원한다면 난 오늘 우정의 팔찌를 준비할 것"이라고 적었다.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라온 냉소 가득한 포스트를 한 번 보자. “15년을 오아시스 재결합 공연을 보겠다고 기다렸는데 이제 막 그들의 음악을 듣기 시작한 스물한 살 클로이에게 티켓을 양보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한 사람은 나이 든 팬들을 옹호하며 “난 이런 일을 연령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팬들이 기회를 놓치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거의 알지 못하는 일부가 팬이 되는 일도 없이 그저 티켓을 얻어 가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은 오아시스 공연 티켓이 사전 예약 판매 몇 분 만에 6000 파운드(약 1055만원)가 넘는 값에 재판매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오아시스의 컴백 공연 티켓은 30일 저녁 3시간가량 사전 판매됐는데, 공식 가격은 장당 73∼506파운드(13만∼89만원)이었다. 그러나 사전 판매 직후 온라인 티켓 판매 플랫폼 '스텁허브'와 '비아고고'에 암표가 등장했다. 내년 7월 4일 열리는 첫 번째 공연 티켓은 916∼4519파운드(161만원∼795만원)에 올라왔다. 내년 7월 26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티켓은 6000파운드, 8월 12일 에든버러 공연 티켓의 가격은 4000파운드(703만원)가 넘었다.
이에 대해 오아시스는 티켓을 높은 가격에 되팔지 말라고 경고했다. "공연 티켓은 '티켓마스터'와 '트윅켓츠'를 통해 액면가로만 재판매할 수 있고, 허가받지 않은 재판매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 티켓은 취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 높은 가격에 재판매되는 티켓 중 일부는 사기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991년 결성된 오아시스는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우리의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1990년대 영국의 정신을 상징하는 록 그룹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밴드의 주축인 노엘과 리암 갤러거 형제가 파리 공연을 마치고 크게 다툰 뒤 2009년 해체했다. 그러다 지난 27일 그룹 X 계정에 내년 7월 4일 웨일스를 시작으로 한 투어 일정과 함께 재결합 소식을 알렸다. 공연 기대감으로 과거 발매했던 음반들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