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창가학회의 역사와 철학
1930년대 말, 일본은 군국주의가 극에 달하여 세계제2차대전에 끼어들면서, 자국 내의 사상과 종교도 통제하였다. 그 당시 작가이며 교육자였던 마키구치 쓰네사부로(1871-1944)와 도다 조세이(1900-1958)는 일본의 교육을 개혁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여 1930년에 교사들이 작은 모임을 만들고 ‘창가교육학회’, 즉 가치를 창조하는 교육학회라 명명하였다. 이들은 일본불교의 한 종파인 일련정종日蓮正宗의 개조인 승려 니치렌 대성인의 가르침을 따르는 재가불자였음으로 자연스럽게 창가학회는 일련정종의 배경을 갖게 되었다.
사람이 하는 모든 활동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사상을 뿌리로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세계적인 조직망을 가지고 있는 국제창가학회의 뿌리가 되는 일련정종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일련정종은 창시자의 이름을 딴 것으로 니치렌(日蓮, 1222-1282) 성인을 종조로 하는 일본 불교의 종파를 총칭하는 말로서 현재 아마나시켄에 있는 구원사를 총본산으로 한다.
니치렌 성인은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히에이 산에서 10년동안 천태교의 교리와 수행을 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일체를 포용하는 최상의 진리는 천태종의 근본 경전인 법화경에 있으나 말법시대의 일반인에게는 천태종의 교의와 법화경 독송이 너무 어렵다. 법화경의 본래 명칭인 ‘묘법연화경’이라는 이름 자체가 모든 경전의 본질이며,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의 경지와 같고, 일체가 총체적으로 들어나는 경지인 진여와도 동일하다고 니치렌 대성인은 선언하였다. 그러므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모든 사람이 ‘나무묘법연화경’을 염송하는 수행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자신의 가르침을 확실히 하고 신앙대상을 확고히 하기위하여 만다라를 만들었는데, 나무묘법연화경이라는 글씨를 중심으로 주위에 부처와 보살의 이름들과 유명한 불자들의 이름, 일본 신도의 신들의 이름이 둘러싸고 있다.
니치렌 성인은 교리나 이론보다는 적극적인 실천과 행동을 강조하였으며 다른 교학이나 수행방법을 모두 배격하였다. 같은 부부라도 일련종 신자가 아니면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그 정도의 적극적인 포교방식을 취하였다. 남묘호렌게쿄를 봉창하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최대로 개발하여 강한 생명력과 지혜를 갖게 되어 소원성취를 한다는 가르침은, 외형상 편협함과 기복에 머물러 정법의 깊이는 없으나, 불교의 사회적 대응이라는 면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으며 후대의 창가학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마키구치 쓰네사부로와 도다 조세이는 틀에 박힌 학습방법을 지양하고 사유하는 개인을 길러내는 교육개혁을 외치자 군국주의 일본정부는 불경죄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그들을 감옥에 가두었다. 신념을 굽히지 않았음으로 마키구치는 1944년 옥사하였고, 도다 조세이는 일본이 패전 후, 초대 회장의 옥사에 대한 비통함을 가지고 출옥하여 2대 회장이 되었다. 감옥에 있는 동안, 그는 니치렌 대성인의 교학을 깊이 공부하여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으로 창가교육학회를 창가학회로 개칭하고 철학을 넓혀서 ‘비참’이라는 글자를 없애겠다고 결의하고 창가학회를 재건하였다. 1958년 도다 조세이가 세상을 뜨자 이케다 다이사쿠(1928- )는 32세에 3대 창가학회의 회장이 되었다. 1975년에 51개국의 대표가 모여 국제창가학회SGI를 설립하여 오늘날의 190 개국과 지역에 지부를 두는 거대한 조직으로 키웠다.
교육개혁에서 세계평화로 이어진 창가학회의 철학을 국제창가학회의 글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한 사람의 인간혁명은 한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고 더 나아가 인류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 ‘인간혁명’이란 한 사람의 생명으로부터 촉발된 내면의 변화가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으며, 나아가 주위에 그 파동을 넓혀 간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두려움에서 확신으로, 파괴에서 창조를, 증오에서 자비로 이어지는 생명변혁의 다이나믹한 과정이며, 그 결과로 국제창가학회가 지향하는 인간애 넘치는 평화적인 세계를 창조해 갈 수 있는 것이다.”
국제창가학회의 현실
4월, 맑은 캘리포니아 날씨, 국제창가학회 미국 본부까지 차를 태워다 주실 분이 기다리는 LA의 달마사로 향했다. 한국 절에서 행자 수업을 하고 있는 미국청년과 보리화 보살님이 커다란 밴을 몰고 오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1시간 남짓 걸리는 산타모니카로, 영화에서 본 헐리우드라는 글자가 보이는 산을 지나, 차는 달렸다. 약속시간인 오후 2시경에 SGI 플라자라고 되어있는 디귿자 형태의 2층 건물에 도착하였다. 빈 공간에는 캘리포니아의 독특한 아열대 나무들이 가꾸어져 있고, 건물은, 현관, 책방, 전시실, 회의실, 기도실, 주차장 등으로 깔끔하면서도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로비에서 잠간 기다리니 미국 SGI 부회장이며 이사인 중년의 이안 맥이레드 Mr. Ian McIlraith씨가 상냥한 미소를 띠고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전시실과 겸한 회의실로 들어가니 7명의 운영위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마침 운영위원회가 있는 날이라 8명의 운영위원들과 합동 인터뷰를 갖게 되었다. 탁자위에 국제창가학회 측의 녹음기가 놓이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우선 조직과 운영이 궁금하였다.
정확한 조직형태는 묻지 않았지만, 이케다 회장 아래 중앙운영위원회가 있을 것이고, 각 지역마다 운영위원회가 있어 독립적으로 일 년 행사를 계획하고 운영한다. 조직의 운영은 수 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며, 미국 SGI 본부에서 고용하는 사람은 한두 명 정도라고 한다. 출판과 많은 행사들 등 재정부담은 98%이상이 회원들의 자발적인 보시로 충당된다고 하니, 필자로서는 과연 무엇이 이 사람들을 이 각박한 사회에서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게하고 보시하게 하는지가 궁금하였다
모든 행사와 자원봉사, 보시 등의 기반이 되는 것은 한 달에 한번정도 회원들의 집에서 돌려가며 모이는 좌담회 형식의 수행모임이다. 작은 수행모임에서 회원들은 서로가 니치렌 불교의 선생이 되고 학생이 되어 토론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평등하게 대하기, 우정과 보살핌, 상호 존중을 다져간다. 작은 수행모임들이 이렇게 다져졌기 때문에 세계적인 조직을 키우고 이끌어 나가나보다.
국제창가학회 지역별, 나라별 지부이외에 부속기관으로는 소카 교육연구소, 소카 대학, 미국 소카 대학, 도쿄 소카 대학, 칸사이 소카 초등, 중고등, 대학, 도다 지구평화정책연구소, 동양철학연구소, 21세기를 위한 보스톤 연구센터, 민-온 음악박물관, 토교 후지 미술관 들이 있다. 출판물로는 미국 SGI에서 영어로 발간되는 격월간지 Living Buddhism, 주간지 World Tribune, 계간지 SGI Quarterly들이 있고, 한국어로 World Tribune 지가 미국에서 발간된다. 그 외에 니치렌 어록 등과 불교관련 서적들도 출판된다. 활동은 비폭력운동, 종교 간의 대화, 평화문화건설의 테두리 안에서 교환학생제도, 지구헌장제정 등 환경운동에 참여, 문화축제, 전시, 니치렌 불교의 교육, 출판사업 등이다.
이케다 다이사쿠 회장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회원들의 정신적 지도자며 니치렌 불교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회원들을 이끌어 주는 스승이다. 그가 미국에 와서 일본여성들에게 한 말은, 영어를 배우세요, 운전면허를 따세요, 좋은 시민이 되어 주세요 였다고 한다. 그의 가르침의 핵심은, 각자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평등함을 실천하고 상호존중 하도록 하며, 불성이 실제 생활 속에서 역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어록과 저서들을 회원들은 니치렌 교학과 함께 읽는다. 이케다 회장은 시인, 저술가, 평화운동가 등으로 소개되어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에서 주는 평화상도 받은 적이 있다. 도쿄에서 부인과 두 아들과 살고 있다.
인터뷰는 5시경에 끝났다. 차와 예쁘고 맛있는 일본과자가 나왔고 영역된 법화경과 니치렌 대성인의 교학, 다른 여러 가지 자료들을 가방하나 가득 받았다. 그날 저녁 7시 회원의 집에서 정기모임이 있다고 하여 참석하기로 하였다. 위원 중 4분이 한국 분이었고 그중 두 분이 LA 유명한 한국식당까지 가서 저녁을 사주시고 다시 본부 근처 회원의 집 수행모임에 함께 참석하여 주셨다.
7시 저녁수행모임은 회원의 집에서 있었는데 20여명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참석하였고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니치렌 성인의 만다라 앞에서 ‘남묘호렌게쿄’를 3번 봉창하는 ‘제목삼창’으로 수행모임은 시작되었고, 법화경중 방편품과 여래수량품을 일어로 독송한 후, 리더와 함께 법화경에 나오는 글을 중심으로 토론을 했다. 돌아가며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 했고 마지막에는 남묘호렌게쿄를 3번 봉창하고 다과시간으로 이어졌다. 회원들로부터 그들의 생의 위기를 어떻게 창가학회의 수행으로 넘겼는지를 들었다. 모임은 진지했고 따뜻한 분위기였으며 회원들의 이야기도, 자세도 진지하였다. 인터뷰에서, 한 미국인 여성 운영위위원이 회원이 된 이야기를 하였는데 소개하기로 한다. 그분의 이야기는 아마도 미국 및 외국의 국제창가학회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 될 것이며, 저녁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들도 비슷한 것들이었다.
티 부인은 아이들과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동서고금 어디서나 일어나는 결혼위기가 왔고 티 부인도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국제창가학회 회원인 친구의 권유로 수행모임에 참석하였으나 비판적인 성격 탓으로 신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상황이 심각하게 되자 할 수 없이 수행모임이라도 참석하자는 생각에서 남묘호렌게쿄를 봉창하기 시작하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환경이 호전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고, 신기한 마음에 계속 수행모임에 참석하였더니 마침내 결혼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게 되었다. 이제는 남을 위해, 세계평화를 위하여 남묘호렌게쿄를 봉창하며, 삶의 위기에 선 이웃들에게 권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60년대에 재일교포가 일련종을 소개하였으며 2000년도에 국제창가학회 한국지부로 명칭을 바꾸었다. 현재 한국의 국제창가학회 회원은 70만 정도이며 170여개의 회관이 있다고 한다. 국제창가학회 및 일련종은 한국에서는 불교의 한 종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유는 신앙의 대상이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고 니치렌 성인의 만다라이며, 만다라에는 일본의 국조 천조대신, 일본 수호신 팔번보살 등의 이름이 들어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한다. 한국지부에 대해 주종관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한다.
‘불교의 가치를 적용한 평화문화 건설’이 국제창가학회가 내세우는 깃발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전 우주가 포함되며, 불법에 포함되지 않는 종교가 없으며, 일체가 불법 아닌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창가학회도 새로운 형태의 불교로 간주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불법의 진수는 우주 일체가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연기’라고 한다. ‘연기’의 깊은 뜻은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것이다. 한 면을 언어로 나타내 본다면, 불법에서 평등은 사람들 사이의 평등만 아니라, 금강경에 정의되었듯이, 일체 중생 즉 우주내의 일체 생명체인 생각이 있는 것들과 생각이 없는 무생물체들 간의 평등까지를 뜻한다고 본다.
국제창가학회는 인간중심적인 교의에 한계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중심의 서구문명이 만들어온 오류들을 국제창가학회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법화경은 분명히 대승경전 중에서 수승한 경전이며 국제창가학회는 이 경전을 소의 경전으로 하고 있으나, 모든 종교들이 가진 문제처럼, 사람들의 해석과 그에 따르는 행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불교의 교의적인 배경을 접어두고, 우리는 서구사회에 뚜렷하게 제시하는 그들의 불법의 제시방법과 불법을 구체적으로 펼치는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에게서 기복을 떠나서는 종교가 있을 수가 없다. 그것을 기초로 하여, 다민족의 미국사회에서 모두에게 공통되는 평화라는 주제를 목적으로 하여, 누구나 원하는 ‘바른 교육’ 이라는 매체를 통해 국제창가학회는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며 급성장을 해온 것이다.
한국불교의 특징을 들라면, 석가모니 부처님을 따르며,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나오는 모든 수행을 인정하는 통불교와 간화선을 든다. 모든 불교수행법을 품어 안으면서 불법수행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진리를 간화선을 통해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어떤 형태의 불교보다 넓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어째서 한국불교는 세계화의 뚜렷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일까. 뛰어난 장점들을 지니면서 가치관의 혼돈의 시대인 21세기에 북극성 같은 한국불교가 될 수 없을까.
이추경 email: ckyi44@yahoo.co.kr
참고 자료:
www.sgi.org, www.buddhasite.net, http://cafe.daum.net, www.beopbo.com
첫댓글 벗찌님, 잘 읽었습니다...()...
이글을 올린 이유가 뭘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