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질 어느 봄날은
교육단지 학교로 옮겨 근무하는지 삼년 째 접어든다. 이전 학교서도 그렇지만 차량을 소유하지도 운전을 할 줄도 몰라 출퇴근은 걸어서 한다. 비바람이라도 세찬 날이면 드물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현재 학교는 출근과 퇴근 왕복 동선이 아니고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 아침엔 창원스포츠파크 동문을 거쳐 폴리텍대학을 지난다. 저녁엔 충혼탑에서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으로 향한다.
사실 이보다 마음에 드는 출퇴근 코스가 있는데 그곳은 몇 차례 다니질 않았다. 폴리텍대학 후문에서 대상공원 숲으로 들어 전망대에서 극동방송국 쪽으로 내려서면 근무 학교다. 숲속을 걸으면서 사색도 할 수 있으나 고립을 너무 자초하지는 않은가 싶어 잘 다니질 않는다. 산기슭을 내려서면 울타리 철망에 번호열쇠가 달린 쪽문이 있는데 드나들 때마다 열고 닫는 일도 귀찮아서다.
이른 아침에 폴리텍대학 구내를 지나면 아주 조용했다. 교육단지 차도 곁 인도를 따라 걸으면 차량 통행이 적어 매연이나 소음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길고 널따란 보도를 걸어가는 행인은 나 혼자 뿐이다. 버스로 통학하는 학생들은 맞은편 충혼탑 사거리 방향에서 걸어오기에 나하고는 반대 방향이다. 굳이 대상공원 숲속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도심 속 공원을 걷는 길이나 진배없다.
저녁에는 아침에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음은 일상의 단조로움을 벗어나기 위함이다. 교문을 나서 충혼탑 사거리에서 아트막한 비탈을 올라 내려서면 문성대학과 마주한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이다. 창원실내운동장 사이에서 만남의 광장으로 빠져 원이대로 횡단보도를 지나면 반송시장이다. 퇴근길 노점에 파는 물건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콩나물이나 과일을 고르는 시장을 보기도 한다.
드물긴 하지만 친구와 접선해 족발가게에서 맑은 술잔을 비운 경우도 있었다. 그보다 더 운치 있는 퇴근길을 비라도 부슬부슬 내릴 때다. 이런 날은 귀가를 서두르지 않고 노점을 기웃거리다가 칼국수 골목과 인접한 시골밥상으로 들린다. 주인아주머니가 노점으로 찌개를 배달 가거나 학원 강사들이 이른 저녁밥을 먹는 집이다. 나는 그 집에 혼자 들러 계란말이로 곡차를 들고 일어선다.
이즈음 아침마다 지나는 교육단지 도로를 한 번 더 소개하련다. 사계절 가운데 유독 봄철에만 반짝 풍물시장이 들어선다. 밤에만 열리는 야시장이 아니라 낮에도 버젓이 영업하는 포장마차다. 진해에서 군항제가 열리면 팔도에서 야시장이 찾아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멀지 않은 중앙동 상인연합회는 벚꽃 개화를 전후해 보름 정도 교육단지 보도에 상춘객 대상 포장마차 난전이 펼쳐진다.
학교 교문 근접거리는 교육환경 보호구역으로 교육에 유해한 상행위를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벚꽃 개화기에 맞추어 상인들은 보도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한다. 아마 행정당국에서는 상인들과 실랑이도 하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눈을 감아주는 모양이었다. 마침 벚꽃이 풍성해서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 기계공고 앞이라 포장마차가 들어서도 학습권 침해에 덜 민감한 듯했다.
바야흐로 벚꽃 개화기가 다가온다. 제주도는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우리 지역은 삼월 하순부터 사월 초순이다. 군항제도 그 기간에 열린다. 벚꽃은 진해 여좌천이나 경화역 일대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창원대로나 공단 배후도로에서도 화사하게 피는 벚꽃이 있다. 내가 아침마다 지나는 교육단지 가로수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학교 뒤뜰은 가히 꽃 대궐을 이룬다.
삼월 하순 주중 수요일 출근길이었다. 지난 주말부터 교육단지 보도엔 포장마차 설치를 위한 시설물들을 쌓아두고 있었다. 나는 이태 전 봄날 이즈음 보도에 쌓아둔 그 물건들이 무엇에 쓰려는지 궁금했다. 며칠 새 포장마차가 세워지더니만 벚꽃을 완상하러 나온 이들을 대상으로 파전이나 두부로 곡차도 팔고 맑은 술도 팔았다. 올봄에도 마찬가지다. 벚꽃이 질 어느 봄날 퇴근길은 … 1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