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을 끝마쳐 가는 한 심리학과 학생이 할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를 길러 주신 할아버지가 이대로 돌아가실까 봐 무척 염려했습니다.
졸업을 얼마 앞둔 시점에서 휴학을 하고 할아버지와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도 고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마지막 학년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었기에 이번에 학업을 끝마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제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나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이 우주가 당신을 상실이라고 하는,
인생의 박사 과정에도 등록해 놓았음을 깨달아야 해요."
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집과 자동차, 직장, 돈과 젊음, 심지어 사랑하는 이들까지도 우리가 잠시 빌려 온 것입니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이들도 우리 곁에 영원히 붙들어 둘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안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자각으로, 지금 이 순간 누리고 있는 경험들의 소중함과 사물들의 가치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이 하나의 학교라면, 상실과 이별은 그 학교의 주요 과목입니다.
상실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필요한 시기에 우리를 보살펴 주는 사랑하는 이들,
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자각하기도 합니다.
상실과 이별은 우리의 가슴에 난 구멍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이끌어 내고, 그들이 주는 사랑을 담아 둘 수 있는 구멍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를 창조해 낸 완벽한 세계인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상실을 겪으며 이 고통스런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배가 고프다고 해서 언제나 먹을 것이 제공되지는 않는,
또는 자신을 돌봐 줄 어머니가 없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어린 시절 언제나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던 우리는 갑자기 땅 위에 홀로 서야 할 순간을 맞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은 이사 등의 이유로 우리 곁을 떠나가며,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부서지거나 사라지고, 야구 시합에서 패배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첫사랑과는 결국 헤어지게 될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이별들은 겨우 시작에 불과합니다.
한 해 한 해 흘러갈수록 우리는 선생님을 잃고, 친구들을 잃고, 어린 시절의 꿈을 잃습니다.
청춘, 꿈, 자유와 같은 무형의 것들도 결국엔 사라지거나 퇴색해 갑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은 잠시 빌려 온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주인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현실은 영원하지 않으며, 우리가 갖고 있던 것들에 대한 소유권 역시 영원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일시적인 것들입니다.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모든 것을 언제까지나 소유하고 있으려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그리고 상실을 막으려는 어떤 시도도 허사로 끝납니다.
우리는 삶을 이런 식으로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마치 삶이 영원한 것처럼, 삶 속에 있는 것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것처럼 가장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인 상실인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놀라운 일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가족들이 환자의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질 때까지도 다가올 죽음을 숨긴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어야 할 상실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죽어가는 이에게 그것을 언급하는 건 더더욱 원치 않습니다.
병원 관계자 또한 아무 말도 해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삶의 끝에 다가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상황을 모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의 행동이 얼마나 근시안적인가요? 게다가 이것이 그 사람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도 얼마나 어리석은가요?
많은 불치병 환자들이 자신의 가족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내가 죽어간다는 걸 숨기려 하지 말아요. 어떻게 그런 걸 숨길 수가 있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내가 죽어간다는 걸 일깨워 주고 있는 걸 모르겠어요?"
죽음을 앞둔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잃어가는지 알고 있으며, 그 가치를 이해합니다.
자신을 속이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입니다.
인생 수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