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수록 제대로 된 취미생활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바쁜 생활에 치여 이렇다 할
취미를 가질 기회가 없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아이들과 가볼 만한 곳에서 하루쯤 즐거운 취미생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을
추천한다. 그곳은 바로 박물관. 오래된 역사와 유물이 살아 숨쉬는 박물관은 전통과 역사를 배우는 차원에서 가족들이 나들이 장소로 많이 들르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박물관이 나의 새로운 취미를 찾는 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왜 하필, 박물관일까?
일단 박물관은 나들이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주요 여행지나 데이트 코스에서 쉽사리 만나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박물관. 가볍게 산책한다는 마음으로 가족 혹은 연인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발길이 닿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부담 없이
찾아와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진짜 좋아하는 나만의 취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셈.
또한, 기존의 전시 일색의
박물관이 점차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취미 재발견에 한몫하고 있다. 가만히 보기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만들고 체험해보는
것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실감나는’ 경험을 맛보게 해 준다. 그리고, 이렇게 취미를 찾는 작업을 돕기 위해 국내 최초의 취미 박물관인
‘하비인월드’가 과천 서울대공원 자락에 문을 열었다.
과천 서울대공원의 만연한 봄기운을 느끼며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독특한 오오라를 내뿜는 건물과 만나게 된다.
이곳이 바로 2011년 7월 오픈한 국내 최초의 상설 취미 박물관 ‘하비인월드’다. 입구의 형형색색 아기자기한 건물이 시선을 끌며 아이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1년 365일 취미 활동의 결과물인 작품을 보며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모토로 열린 이곳은
입장하는 순간부터 평소 흔히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준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공간이 많아 한 번 들어서면 한 나절은 훌쩍 넘기곤
한다는 이곳, 속속들이 살펴보자.
하비인월드에 들어가 처음 만나는 1층에서는 독특한 전시가 눈길을 끈다. 바로 파워레인저 특별 전시가 그것.
프라모델 커뮤니티 ‘더 팬츠’에서 대량 협찬을 해 준 덕에 깜짝 놀랄 만큼 다양한 모델의 파워레인저를 만날 수 있다. 부모 세대에 출시되었던
파워레인저에서부터 최근 아이들이 좋아하는 신형 모델까지 접할 수 있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무려 32년 치의 컬렉션이다. ‘파워레인저 모델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방대한 양에 어느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코를 박고 전시품에 집중하게 된다.
2층으로 올라가면 좀 더 놀랄지도 모른다. 다양한 종류의 프라모델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 국내와 해외에서
두루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각자의 작품을 선뜻 전시하도록 해 주었고, 작품의 완성도 또한 탄성을 내지르게 할 정도로 높다. 이 세밀한 작품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프라모델의 원리와 종류 등에 대한 궁금증이 샘솟는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한 켠에는 간단한 프라모델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체험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최소 4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지만 어린 아이들도, 지긋한 어르신도 군말없이
프라모델 조립에 집중하곤 한다.
3층으로 올라가면 꽤 넓직한 경기장이 반긴다. 이곳은 실제로 작동하는 RC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현직
선수들이 미니지컵 레이싱 경기를 위해 이곳을 찾기도 할 정도로 유명하다. 주말이면 헬기 조종과 RC 경주 등이 이곳에서 실제로 벌어져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되기도 한다. 선수들뿐 아니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직접 만들어보고 움직여볼 수 있다. RC를 조립하고 움직여 보며 자동차와 헬기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은 특히 남자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하다.
지금껏 소개한 취미 분야가 다소 남성중심적이라고 느껴졌다면, 여성적이고 아기자기한 취미 또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하비인월드 2층에서 만날 수 있는 유니세프의 아우(AWOO)인형이 바로 그것. 여러 연예인들이 홍보대사로 나서면서 유명해지기도 한
아우인형은 내가 직접 인형을 만들어 나눔에 참여하는 색다른 형태의 기부 방식이다. 누군가가 만든 인형을 보고 그 인형을 3만원에 구매하면 이
돈이 질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돕는 데 쓰이게 되는 것. 평소 관심 있던 사람들의 참여도 많지만, 이 아우인형 부스에서 ‘인형 만들기’라는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부 문화에 동참하게 되는 사람들 또한 많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 이 밖에도 다양한 종류의 인형과 클레이 제품이
전시되어 있기도 해, 인형과 관련된 취미를 찾고자 하는 여성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취미를 찾는 것이 아직도 막연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하비인월드 이요안나 전시공간디자이너와의 일문일답.
어떤 사람들이 주로 오나요?
주로 가족 단위로 가장 많이 오시곤 해요. 최근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긴 했지만
저희 박물관은 전 연령층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이랍니다. 모든 연령대의 가족들이 아이를 도우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답니다. 베이커리 체험이나 조금 어려운 프라모델 조립 체험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의 도움이 없으면 힘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
더욱 많이 찾곤 합니다.
이곳에서 어떤 취미를 개발할 수
있나요?
프라모델, RC 조립, 인형 만들기, 정크 아트, 베이커리 체험 등 다양한 종류의 취미를 접하실 수 있어요. 특히
부서진 장난감이나 버리는 물건 등의 폐자재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정크 아트’는 많은 분들이 이곳에 와서 처음 접하고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으세요. 이 밖에도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그래피티, 가구에 그림을 그려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데코파쥬, 여러 종류의 그릇에 그림을 그리는
포슬린 페인팅 등 색다른 분야도 접해볼 수 있답니다. 저희 박물관에서는 딱히 어떤 분야의 취미를 개발해야겠다기보다는 최대한 여러 종류의 분야를
많은 분들이 접해볼 수 있게 전시 분야, 체험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전시하고 있지 않지만 한지공예와 닥종이 공예 작품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을 때, 대공원 뒷산에 등산하러
왔다가 들르신 분들이 계세요.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었는데 너무도 환한 표정으로 연신 ‘재미있네, 재미있어’ 감탄하시며 구경하고 돌아가실 때
참 뿌듯하더라고요. 또한 이곳은 여러 분야의 취미를 다루고 있지만 프라모델의 경우 전문적이기도 해요. 그래서 오시던 분들이 계속 오셔서 바뀐
전시품에 대해 여쭤보시기도 하고, 저희가 배우기도 한답니다.
- 개관 시간 오전 9:30~오후 7:30(동절기), 오전 9:30~오후 9:30(하절기)
- 이용 요금 어른 10,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8,000원
- 위치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하차 후 2번 또는 3번 출구에서 서울대공원 분수대 광장 방향으로 직진 후
스카이리프트 탑승장 지나 우회전
- 문의 02-507-5210
- 하비인월드 홈페이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한의약박물관. 이곳에서는 평소 양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하기 힘든 한약에 대한
지식과 만날 수 있다. 또한 한방차 만들기, 매듭 체험교실 등 한방 전반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체험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문화를 접한다는 차원에서 최근에는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또한 증가하고 있다.
- 한의약박물관 홈페이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한의약박물관. 이곳에서는 평소 양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하기 힘든 한약에 대한
지식과 만날 수 있다. 또한 한방차 만들기, 매듭 체험교실 등 한방 전반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체험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문화를 접한다는 차원에서 최근에는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또한 증가하고 있다.
- 삼성화재교통박물관 홈페이지
| Editorㆍ Photographer 이지혜 |
Cooperation 하비인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