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이 행복이다
‘행복의 전부가 여기 있네’
일본의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에세이집 『여행 아닌 여행기』 중.
“만약 내일이 마지막 하루라 하더라도 오늘과 똑같이 지내리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나날을 살아가자.”
“지금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겠다
천천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비법, 순간을 여행처럼, 매일을 여행처럼 살기를 바란다
일본 대표 작가, 언제나 묵직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선사하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인생과 여행을 주제로 에세이를 출간하였다.
『여행 아닌 여행기』는 여행하는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면 가까운 곳에서도 얼마나 많은 생각을 얻고,
나아가기 위한 용기를 지닐 수 있는지 몸소 체험한 것들을 담담하게 기록한 책이다.
꼭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마치 여행처럼 의미 있는 일상을 살아내는
소설가의 다양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랑하는 친구나 존경할 만한 아티스트를 만나는 일,
가족과 추억을 나누고 또 만들어 가는 일,
예상하지 못한 이별까지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체험은
삶이라는 여행 속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마주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마치 여행길에서 낯선 골목에 들어선 것처럼,
잠든 감각을 깨워 보면 같은 풍경도 낯설게 볼 수 있다.
『여행 아닌 여행기』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여러 곳에서 게재한 47편의 글을 모았다.
작가는 후기를 통해
“사람이 보다 편견없이, 보다 행복하고 마음 편히,
그리고 보다 사람답게 생명을 불태우며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 후회가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으로 신중하게 글을 골랐다고 의의를 밝혔다.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특별한 삶의 여행을 떠나 보자.
매일같이 평범하게 만나는 반려동물, 친구, 가족, 장소 모두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살아 있어 기쁘다.
가족이 웃는 얼굴로 손 닿는 거리에 있어 기쁘다.
하루가 끝나는 게 서글프다. 딱히 관대해진 것은 아니다.
짜증을 부리고, 화도 내고,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한껏 그렇지 않게 지낸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작가로서,
그리고 엄마이자 딸이자 아내로서 모든 역할을 잘 해내는 것에 지쳐 있을 때 불쑥
“내 인생은 내 것”임을 잊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고 밝힌다.
아무리 존경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자기를 맡길 수는 없다는 것.
“무엇에도 자기를 넘기지 않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반드시 자기 눈으로 판단하다.
나도 그러고 싶고, 그렇게 하려고 한다.”
인생이라는 확실한 감각을 지니고 주변을 바라본다.
책임감이라는 말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비슷한 일은 어느 인생에나 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산책을 하고, 깊이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고 ……
그 속에서 요시모토 바나나는 깊고 아름다운 생의 반짝임을 건져낸다.
소중히 살펴보고 그것에서 감동하고 다시 새로운 하루의 마음을 단련하면서
나날이 어른이 되어 가는 모습을 이 책은 보여 준다.
나는 오만하게도 자기 인생은 혼자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처음 깨달았다.
인생에는, 매일의 시간에는 파도가 있다는 것을.
그 파도를 무시하고 혼자서만 앞으로 쑥쑥 나가면 파도를 읽어 내지 못한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추우면 맑은 공기를 음미하고,
그때그때 행복한 일을 찬찬히 헤아리자”
힘든 나날일수록 흐름에 몸을 맡기면 보이는 것들
행복은 도달점이 아니라 어떤 상태라는 말이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에세이를 읽다 보면 그것이 무슨 모양인지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다.
“창밖을 보니 날은 화창하고, 우연히 첫사랑의 집이 보이고,
옆에서는 준이 느긋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때 ‘행복의 전부가 여기 있네.’ 하고 생각했던 일을 잊지 못한다.”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어 불안하고 조급한 인생에서
“꽉 움켜쥐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바람을 타고 파도를 타고 판단하는 것뿐, 그런 본능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만약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면 된다는 것을
작가는 담담하게 말해 준다.
어느덧 중견 작가가 된 요시모토 바나나.
어느덧 데뷔한 지 36년이 된 그녀의 문학 세계는 여전히 정점을 향해 나아간다.
소소한 것들을 귀하게 보듬으며 살아온 바나나의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오랫동안 바나나를 읽어 온 오래된 독자들에게도, 또 새로이 바나나를 만난 독자들에게도
오랫동안 가시지 않을 여운을 남길 것이다.
“만일 내일이 마지막 하루라 하더라도 오늘과 똑같이 지내리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나날을 살아가자.”
세상사는 것은 기쁘고, 즐겁고, 아름답다
살아가는 나날, 일상적인 삶이 행복이다
행복의 전부가 여기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