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선의 시 명상] 혼돈을 사랑하라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내 안에 해답이 있다
진정한 나다움은 혼돈 안에 있다. / 셔터스톡
세상이 가르쳐 준
모든 규칙을 잊으라.
너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고
너 자신의 언어를 정의하라.
너의 혼돈을 억압하는 대신
사랑해야 한다.
만약 너의 혼돈을 사랑한다면
이 세상은 해답을 주지 못할 것이다.
해답은 네 안에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너의 가장자리를 두려워하지 말라.
누군가가 너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
그에게 말하라.
'나의 혼돈을 사랑하라'고.
너의 혼돈에 질서를 주입하려고 하는
세상에 반역하라.
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세상을 힘껏 두드려야 한다.
두려움은 단지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에 불과할 뿐,
네가 해답에 다가갈수록 우주는
너와 놀이를 하며
너로 하여금 질문을 잊게 할 것이다.
너 자신이 되라.
남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면
정복당할 것이니,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너의 다름을 사랑하라.
너를 다르게 만드는 것
사람들이 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사람들이 너에게 바뀌기를 원하는 것
너를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
그것을 사랑하라.
혼란스럽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워한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워하고 어찌 해야 좋을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한다.
가끔은, 아니 자주 그 혼란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이 두려워 다른 사람이 내놓은 해답을 붙잡기도 한다. 사람들이 말해주는 기존의 가치관에서 답을 찾아내기도 한다. 종교에서 답을 구하기도 한다. 강하고 주관이 뚜렷한 누군가가 내놓은 그 답.
그러나 무엇을 해도 그 답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자주 마음을 변경하거나 진로를 변경하는 이는 그것이 나의 답이 아님을 깨달은 이다. 그 일, 변경을 계속한다면 그는 어디서건 자신을 찾지 못한다. 나는 바깥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내 안이다. 내 안에 비록 혼돈이 있어도 그 안에 답이 있다. 인류의 스승들은 모두 광야로 나갔다. 그들은 소리를 끊었고 접촉을 끊었으며 오로지 자신의 안만 들여다보았다.
그들이 어떤 답을 길어올렸을까. 아마도 그들이 길어올린 것은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것이었을 거다.
나다움은 독특하다. 나다움은 나만의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다. 나다움만 있다면 살아낼 수 없다. 나다움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의 무수한 틀에, 규칙에 대응해야 한다.
세상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나는 그곳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므로 나답게 살기 위해 더불어 사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 과정은 지난하다.
배움은 익히는 과정에서 온다. 나다움을 긷기 위해 광야에 나갔다고 해도, 거기서 나다움의 씨앗을 심었다고 해도 사회에서 비로소 발아한다. 그것은 더불어 살면서 싹트고 자란다. 나다움이란 그 자체가 나와 타인을 구분하는 표현이므로.
사람들이 너에게 정복 당하기를 원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면,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나다움은 이미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나다움은 갈등에서 자란다.
글 | 이강선 교수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