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보라 꽃이 층층이 모여 피어… 풀 아닌 나무여서 겨울에도 살아요
층꽃나무
▲ 층꽃나무 꽃은 햇살이 강한 7~9월 줄기를 둘러싸며 수십 송이가 층을 이루며 피어요. /국립생물자원관
이름 그대로 꽃 무더기가 줄기에 층층으로 달려 눈길이 가는 식물이 있어요. 얼핏 보면 풀처럼 보이는데, 나무라는 점에서 다시 보게 되죠. 작은 보라색 꽃이 층층으로 모여 피는 '층꽃나무'예요. 전체적인 느낌이 풀처럼 보이고 줄기가 겨울에 말라 죽지만, 줄기 밑부분은 목질(木質)이어서 풀인지 나무인지 혼동되죠. 이런 이유로 '층꽃풀'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땅 위로 난 줄기 아랫부분이 살아남아 이듬해 다시 새싹이 돋는 작은 나무를 '반관목(半灌木)'이라 해요.
층꽃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에 분포해요. 우리나라에선 경상도, 전라남도, 제주도 등 따뜻한 지역에서 볼 수 있어요. 햇빛이 잘 드는 척박하고 건조한 산비탈이나 바위에서 자라요. 남부 바닷가 가까운 산에 가면 바위에서 자라는 층꽃나무를 쉽게 볼 수 있죠.
층꽃나무는 줄기가 무더기로 나오며 높이 1.5m 정도까지 자라고 작은 가지에 털이 많아 흰빛이 돌아요.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이며 가장자리에는 굵은 톱니가 있어요. 특히 잎 뒷면은 털이 빽빽해 회색빛이 도는 흰색으로 보이죠.
꽃은 햇살이 강한 7~9월 가지 끝과 잎겨드랑이에 줄기를 둘러싸며 수십 송이씩 층층으로 둥글게 모여 피어요. 꽃받침은 컵 모양인데, 다섯 갈래로 깊게 갈라져 열매가 익을 때까지 계속 남아있어요. 꽃부리는 통 모양이고 끝이 5개로 갈라져요. 아래쪽 갈래 조각 하나는 크기가 크고 혀 모양으로 길게 나와요. 가장자리가 실처럼 가늘게 갈라져 있죠. 암술은 하나고 암술머리는 둘로 갈라지며 수술과 함께 꽃부리 밖으로 뻗어 있어요.
11월이 되면 남아있는 꽃받침 속에 딱딱한 열매가 4개씩 모여 달려요. 열매 표면에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작은 날개가 있는 것이 특이해요. 열매가 떨어진 꽃받침은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겨울에도 그대로 달린 모습이 정말 멋있어요.
층꽃나무는 매력이 참 많은 나무예요. 털이 많아 회색빛이 도는 줄기와 잎에 계절 내내 눈길이 가요. 푸른색이 도는 보라색 꽃은 이런 색깔이 거의 없는 늦여름과 초가을에 피어 화사함을 더하죠. 겨울에는 부풀어 오른 듯한 꽃받침이 층층으로 그대로 오랫동안 달려 꽃이 떨어져도 쉽게 알아볼 수 있어요. 이런 매력과 더불어 높이가 보통 1m를 넘지 않고 층을 이루며 피는 모습이 아름다워 정원에 심으면 좋아요. 물 빠짐이 좋고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심으면 정원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작은 정원에 특히 적합한 나무라고 해요.
층꽃나무는 정원에 심는 관상용 가치뿐 아니라 앞으로 활용이 기대되는 식물로 꼽혀요. 최근 연구 결과, 항산화와 주름 개선, 미백 등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밝혀져 화장품 원료로 가치가 있대요. 살충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져 천연 살충제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어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