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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센터는 한자협 뒤에 숨지 말고 사용자로 소송에 임하라
한자협은 장애인 인권 운동의 외피로 노동자 인권 탄압을 정당화하지 말라
전국활동지원사노조(이하 지원사노조)는 2023년 3월 23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한자협)의 기자회견에 대해 심각한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
한자협은 3월 23일 “「시급제 활동지원사 처우」는 보건복지부에, 「관공서 공휴일 수당 지급」은 고용노동부에 책임을 물어라!”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기자회견은 우리 지원사노조가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인 A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A센터)를 상대로 제기한 “취업규칙 무효 확인 소송”을 두고 “지원사노조는 정부에 책임을 물으라”고 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이었다. 이날은 해당 소송 첫 공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한자협은 보도자료에서 “공익성 사업 활동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수익사업을 하고 있지 않”는 ‘A센터’에게 관공서공휴일 수당지급의 책임을 묻지 말고 복지부와 노동부에 책임을 물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자협은 지원사노조와 A센터가 소송에 이르게 된 핵심을 ‘제대로’ 잘못 짚고 있다. 지원사노조가 A센터를 고소한 된 핵심은 ‘장애인의 인권을 위한 공익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A센터가 ‘노동자의 인권은 무시하는 반민주적 운영’을 하고 한다는 데 있다.
A센터는 2021년 12월 취업규칙에 “시급제 직원의 경우 관공서공휴일이 비번일(무급휴무일 또는 무급휴일)과 겹칠 경우 무급휴일로 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여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2022년 8월 10일 지원사노조는 이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는 취업규칙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 취지는 개정조항이 시급제 노동자인 활동지원사에게 관공서공휴일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것을 목적으로 하여 근로기준법에 위배되고, 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는 월급제 노동자와 활동지원사 간에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한자협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갈등의 원인제공은 정부 부처별 일관성 없는 정책설계에 있다고 지적하고, 복지부가 수가 총량만 지급하고 법정수당을 지원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A센터 취업규칙 개정은 노동부의 행정해석에 근거하여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주장했다.
A센터가 취업규칙 개정의 근거로 삼은 노동부 행정해석은 “애초에 근로가 예정되어 있지 않은 날이 관공서공휴일과 겹칠 경우는 유급으로 처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하는 노동부 행정해석「임금근로시간과-743」이다.
장애인활동지원 현장은 50인 이상 300인 이하 사업장에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규정이 적용되는 2021년부터 이 행정해석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활동지원사의 노동시간은 이용자와 활동지원사의 협의로 계획되고, 활동지원기관이 이를 승인하여 정해진다.
활동지원기관은 한 번도 관공서공휴일 근무에 대해서 간섭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21년부터 이 행정해석을 준용해 유급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관공서공휴일 근무를 막기 시작했다.
공휴일에도 일을 멈출 수 없었던 활동지원사는 공휴일근무를 허용하는 기관을 찾아서 사업장을 옮기거나 임금포기 서약을 해야 했다. 선택권을 침해당한 장애인의 항의도 통하지 않았다.
시급제 노동자에게 불리하고 차별적인 노동부 행정해석을 장애인활동지원 현장에 적용하고 널리 퍼뜨리는 데서 한자협은 일찍부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한자협은 관공서공휴일 적용시기에 맞춰 회원기관들에 해당 행정해석을 회람시켰고, A센터는 관공서공휴일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고전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우리 노조는 지켜보아야 했다. 2021년에 월급제 노동자들과 동등하게 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던 기관들도 2022년에는 근로계약서를 개악하고 공휴일을 무급휴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한자협의 공로가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A센터는 자신들이 노사협의회를 성실히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일이다. A센터는 노사협의회를 거치지 않고 활동지원사들에게 취업규칙 개정 동의 서명을 받았다. 노동자위원이 뒤늦게 이야기를 듣고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노사협의 자리에서 사측은 노동자위원의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답했지만, 그 때는 이미 개정 취업규칙을 노동부에 신고한 후였다. 활동지원사들은 취업규칙 개정 내용이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것”이라는 말만 들었지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서명지를 받아 든 시간도 활동지원사들이 가장 바쁜 일지제출 시간이었다. 지원사노조는 개악된 취업규칙의 삭제를 요구하는 A센터 노동자 80명의 서명을 받아서 센터에 보냈지만, A센터 대표로부터 들은 말은 ‘법대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한자협이 주장하는 “노사협의체를 성실히 운영”하는 A센터의 실체다.
A센터는 관공서공휴일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노동자와 대화를 거부하고 ‘사업주’ 그것도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나쁜 사장’으로 노동자와 노조를 상대하였기 때문에 지원사노조는 ‘법대로’ 상대를 하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활동가의 발언, 선을 넘었다
이날 기자회견의 첫 발언자였던 장추련 활동가는 인권운동가의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차마 상상하기도 어려운 말들을 쏟아내었다.
“활동지원사노조는 장애인당사자가 활동지원서비스 안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본인의 활동지원사를 통해서 인권침해 상황에 다수 놓이는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거나 이것과 관련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근로조건만을 가지고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국가를 상대로 해야 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중개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 센터들을 공격하는 형태로 진행을 하고 있다”
“장애인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많은 활동지원사들의 문제로 계속 상담이 계속되고 있다. 근로조건과 관련한 문제 이전에 활동지원사 노조는 이것과 관련한 문제들에 어떻게 자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활동지원사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활동지원사의 근로조건과 처우는 마땅하게 개선되고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활동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활동지원사들이 과연 인권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
해당소송은 권리를 찾으려는 노동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권리투쟁을 하는 노동자에게 도덕적 성찰을 요구하는 것은 사용자의 전형이라서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결코 아니다. 부당한 일을 겪는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하려면 노동자는 주머니의 먼저 한 톨까지 점검해야 한다. 사용자가 자신도 모르는 흠집까지 찾아내어 만신창이가 되도록 털어댈 것이기 때문이다. 장추련 활동가의 발언은 그와 다를 것이 없다.
이 기자회견은 “장애인의 권익옹호와 자립생활, 탈시설을 지원하며 장애인 차별을 철폐”를 표방하는 한자협 이름으로 진행되었으나, 동시에 한자협은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사용자단체가 핵심구성원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숨겼다.
한자협은 갈등의 모든 책임을 원청에 떠넘기는 하청업체답게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A센터가 활동지원사업을 통해서 남긴 이익으로 센터를 얼마나 키웠는지 모른다고 할 것인가? A센터는 활동지원사들에게 수가가 낮고 돈이 없어서 수당지급을 못한다고 말할 때 이사비용과 인테리어에 3억5천만원을 썼다는 사실을 떳떳이 밝힐 수 있는가?
나중에 챙겨야 할 인권은 없다.
한자협과 A센터는 “지금당장” 활동지원사의 권리를 “내놔라”
원청사장이 나쁘다고 하청업체 사장의 노동착취가 정당화 될 수 없다. “시급제 활동지원사를 만든 것은 기관이 아니라 정부”라고 한자협은 주장한다. 그러나 시급제 고용은 정부의 사업비로 사업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민간위탁기관들이 선택한 것이다.
장애인운동단체 중에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용자가 될 수 없다면서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반납한 단체는 딱 한 곳 뿐이다. A센터는 그 반대의 길, 노동자의 희생으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유지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구조의 피해자를 자처하면서 실상은 그것을 이용해 센터의 몸집 키우기까지 이뤄낸 것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업에 대한 정부책임을 묻는 일은 노동자가 알아서 할 일이지 사용자가 훈계할 일이 아니다. 원청이 단가를 후려치면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하청업체의 태도에 대해 인권단체가 정당성을 부여한 적이 없다. 오로지 장애인활동지원사업만 예외라는 잘못된 신념이 장애인운동의 명분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한자협은 반성하길 바란다.
A센터 소속 활동지원사는 이 기자회견을 보면서 “권리중심 일자리는 장애인의 권리이고 노동의 혁명이라고 얘기하는 A센터 소장이 돌봄노동 종사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시도를 어찌보아야 하냐 난감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이건 활동지원사이건 노동의 권리는 모두에게 평등한 것이다. 장애인 인권이, 장애인단체의 생존이 보장되어야 노동자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한자협의 기자회견은 철학의 빈곤을 드러낼 뿐이다. 세상에는 나중에 챙겨도 될 인권은 없다.
2023년 3월 28일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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