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86) - 2020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도보 대행군 기행록(7)
7. 열심히 걷고 잘 먹다(현충사 부근 – 공주 정안 28km)
8월 12일(목), 가끔 구름 끼고 더운 날씨다. 아침 6시에 숙소를 나서 인근의 식당에서 가정식 조반을 들고 승용차 편으로 출발지인 현충사 근처 곡교천 애견센터로 향하였다. 7시에 정시 출발, 일행은 당일참가자 2명을 포함하여 15명이다. 모처럼 맑은 날씨, 은행나무 숲이 울창한 제방을 따라 온양방향으로 나아간다. 한 시간쯤 걸으니 곡교천이 온양천으로 바뀌고 온양3동이라 표시된 마을길에 들어선다. 하천 곳곳이 통행제한이라 일부 구간을 우회하여서.
현충사 근처 곡교천을 출발하여 걷는 모습, 은행나무 숲이 울창하고 하천의 물이 불었다
차량들이 질주하는 큰 도로를 건너 소로에 접어드니 정자가 있는 간이 쉼터가 나타난다. 잠시 휴식, 이곳 지리를 잘 아는 김명중 씨(천안 거주)가 부근에 한 때 잘 나가던 신도리코 공장이 있다고 설명한다. 소로를 따라 흐르는 하천은 금곡천, 하천 건너편 산기슭에 금곡초등학교가 있고 그 옆이 조선 세종 때 명재상 맹사성의 고택이라고 김명중 씨가 손짓으로 알려준다. 그 마을은 신창 맹씨의 집성촌, 맹사성 고택의 수백 년 된 고목이 최근 베어졌다는 설명과 함께.
정해진 순로는 산비탈을 낀 신흥리 지역, 한참 가던 길이 토사로 막혀 다리 건너 맹씨 마을(중리)에 들어서니 마을 초입에 수백 년 된 고목아래 성황당이 볼만하다. 큰 바위에 새긴 문구는 흑암성황지위(黑岩城隍之位), 우람한 고목은 330년 된 느티나무로 성황당의 분위기가 격조 있다. 국외자의 의견, 백의종군 신흥리 코스를 중리 성황당 코스로 바꾸면 더 품격이 있겠네!
중리의 흑암성황지위(黑岩城隍之位), 성황당의 분위기가 격조 있다
중리를 지나는 지방도로는 맹사성의 호를 따서 고불로, 완만한 고갯길이 길게 이어져 넙티에서 천안시 광덕면과 경계를 이루며 보산원로로 바뀐다. 긴 고갯길 오르느라 다리가 뻐근하고 땀이 솟는다. 때마침 장조카가 걷기행사를 성원 차 승용차 편으로 찾아오는 중, 11시 경 넙치고개 너머 보산원 3리 마을회관에서 조우하였다. 격려목록은 토마토, 복숭아, 포도 등 싱싱한 과일, 즉석에서 잘 씻어온 토마토로 입가심하니 일행 모두 생기가 돋는다.
점심장소는 보산원초등학교 인근의 식당, 메뉴는 호두영양돌솥밥이다. 12시에 식당에 도착하여 점심을 들고 12시 50분에 오후 걷기, 오랜만에 쬐는 햇볕이 따갑고 장마로 신발이 계속 젖어 발이 부르튼 이들이 많아 걷는 속도가 줄어든다.
공주시 정안면으로 가는 오후 행로 중 경사가 급하고 풀숲이 우거진 게테고개가 있다. 오후에 한 시간 반가량 걸어 도착한 곳은 전통 있는 사찰 도인사, 그곳에서부터 게티고개로 접어든다. 경사가 급한 산길은 폭우에 땅이 젖고 풀이 우거져 힘이 부치는 난코스, 조심조심 더듬어 산중턱에 이르니 오르막을 지나 내려가는 길이 둘로 나뉜다. 한쪽은 더 숙련된 이들, 한쪽은 고령자와 여성들을 주축으로 나누어 고개 아래에서 합류하기로 하였다. 그중 난이도가 낮은 코스도 만만치 않은 길, 가까스로 오르막 지나 가파른 비탈길을 천천히 걸어 안전한 지점에 이르니 무사통과의 안도보다 위험코스의 변경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아무렴,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은가.
위험한 대치고개 넘어와서 잠시 휴식
반대편 일행은 10분 후 도착, 역시 위험도가 높다는 의견이 다수다. 앞으로 검토할 사항, 험한 산길 통과 후 맛보는 포도가 일품이다. 힘든 고개 넘어 다시 한 시간 반 걸어서 목적지인 정안면 행정복지센터에 이르니 오후 5시 15분, 10시간 걸려 28km를 걸었다.
목적지에서 한국체육진흥회 세종지부 임병수 회장과 임원들이 일행을 환영, 만찬에 초대한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승용차 편으로 이동한 만찬 장소는 세종시 외곽의 음식점, 메뉴는 유황닭백숙이다. 오랜 강행군에 지친 체력을 회복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따뜻한 배려에 감사, 일행 모두 흡족한 저녁식탁이 되었다.
즐거운 식탁, 세종지회 임원들과 함께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9시, 다른 이들은 휴식에 들어갈 시간에 기행록 작성하기가 남은 일이다. 가족과 지인들의 근심어린 반응, 체력적으로 무리하지 마시라. 솔직한 당부, 나이 들어서도 심신의 단련과 극기에 도전하는 자세를 응원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