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에 이어 소비자단체들의 분양가 인하 압력이 거세지자 3월 초
청약접수하는 서울 2차 동시분양에 나서는 대다수의 건설업체들이 대부분 분양가를 내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분양가 인하는 대부분 소폭의 ‘생색내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분양가 인하에 대한 업계와 소비자단체간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2일 서울 2차 동시분양에 참여하는 업체들에 따르면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
임’(소시모)의 지적에 따라 대다수 건설업체들이 당초 책정한 분양가에서 평당 20만∼55
만원까지 내리는 것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구청의 인하권고가 있을 때까지 기
존 분양가를 유지할 계획이다.
분양가 인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업체들은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된 데다 분양가
인하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당초 분양가로 분양에 성공하엔 무리라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2차(저층) 아파트를 재건축해 ‘역삼 아이파크’ 241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인 현대산업개발은 소시모의 지적을 수용해 분양가 인하를 적극 검토하고 있
다. 당초 평당 1400만∼1999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강남구청의 인하권고가 있을 경
우 조합과 협의해 분양가를 내릴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평당 20만∼30만원 정도 인하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조합과
의 협의가 문제”라며 “일반분양가를 내릴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늘어나는 것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두산위브’ 164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인 두산건설도 당초 책정한 분
양가에서 평당 45만∼55만원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시장분위기를 감안해 전략적인 차원에서 분양가를 내리기로 했다”며
“이렇게 되면 가구당 1500만∼3000만원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현대홈타운’ 86가구를 일반분양 예정인 현대건설과 양천구
목동에서 ‘e-편한세상’ 276가구를 분양예정인 ㈜삼호는 아직까지 분양가 인하를 검토하
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구청의 인하권고 여부에 따라 분양가를 내릴 수는 있지만 현재까지
는 내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삼호측 관계자도 “소시모의 분양가 평가방식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민간 건설
업체의 사업비 가운데 토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도 불구, 공시지가로 비교하는 것
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호는 구청의 인하권고가 있을 경우 인하여부를 검토할 계
획이다.
특히 당초의 분양가 고수를 주장하고 있는 일부 건설업체들은 최근 철강재값 상승 등 건설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해 분양가를 내릴 경우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소시모의 분양평가 결과 2차 동시분양에 나오는 11개 단지 모두 주변시세 보다 높
게 분양가를 책정한 것으로 나타나 ‘주변시세 보다 낮게 정하자’는 주택협회 등의 자율조
정 결의가 무의미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분양승인 신청때 분양가 인하권고를 의식해 그만큼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다가 가격을 내
리거나, 인하폭이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