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꼭 다시금 돌이켜 새기고 해결해야 할 것들이 수십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가 하면, 굳이 되풀이되지 않아도 될 허접한 것들이 별 이유없이 계속 되풀이되기도 하는 게 세상입니다. 영화계에서도 위에 해당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곤 하는데, 이번에 좀더 업그레이드되어 우리 곁을 요란뻑적지근하게 찾아온 <미이라2>가 바로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2>에도 노골적으로 언급된 바 있지만, 속편을 만든다는 건, 그것도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유로는 우선 관객들이 전편의 틀과 규칙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전편에서 주인공이 악당의 엉덩이 사이에 젓가락을 꽂아 죽여 관객을 실신시킬 만한 충격을 주었다 칠 때, 속편에서는 엉덩이 사이에 부지깽이를 꽂아 죽여도 관객에게는 전혀 새로운 게 되지 못하며, 강도를 높여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고 할 때까지 계속 찌른다 해도 관객은 여전히 전편의 장면들을 연상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역시 전편보다는 못 해!'라는 결론이 내리기 십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수많은 속편들이 끊임없이 제작되는 것일까요? 이유야 간단합니다. 전편이 흥행에 성공했거나, 인지도가 높을수록 그 속편 또한 전편의 인지도를 그대로 물려받게 되며, 기본적인 흥행은 보장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같잖은 속편을 만들어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속편에 대한 욕심을 아니 버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미 2003년까지 3편 제작이 예약되어 있는 <매트릭스>나, 9편까지 나온 <13일의 금요일>, 그리고 무려 13편까지 나온 <애마부인>은 속편에 대한 제작자들의 집착이 얼마나 광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미이라2> 또한 그러한 맥락으로 만들어진 속편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사실 전편이 너무 기대 이상의 흥행을 했기에 <미이라2>는 안 만들어질래야 안 만들어질 수가 없었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속편을 만들어내는 전편이 가진 기본적인 완성도를 <미이라>는 전혀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이나 악당도 없고, 흥미진진한 설정도 아니며, 게다가 별로 재미도 없었던 전편이 흥행할 수 있었던 건 '미이라'를 소재로 한 영화가 근래에 씨가 말라 하도 없어서 그나마 신선해 보였기 때문이었고, ILM이 맡았던 컴퓨터 특수효과가 그런대로 뛰어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2년 후 만들어진 <미이라2>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편의 허접한 요소들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볼거리의 신선도는 더 떨어지고, 특수효과는 인정사정없이 때려부어 평론가 김봉석 씨의 말대로 '이게 애니메이션인가, 실사영화인가' 싶은 졸작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선 내용이 부실하다 못해 픽 쓰러져버릴 듯 빈약하다는 것입니다. 이모텝이 다시 부활하고, 그에 맞서 우리의 주인공 릭과 에블린과 아들내미 알렉스가 싸워 그의 야욕을 분쇄시킨다는, 거의 <우뢰매> 내지 <후레쉬맨> 스타일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전편과 마찬가지로 악당 이모텝은 그 어떤 카리스마도 없고, 그나마 전편에서는 관객으로 하여금 불러일으키던 동정심마저 사라지고 없습니다. 게다가 대사는 멍청하고, 스펙타클은 공허할 뿐이니, 그에 대한 관객의 분노를 미리 알아챘는지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그는 이 영화의 각본까지 썼습니다) 중간중간에 브랜든 프레이져의 입을 빌어 관객의 심정을 대변하는 대사들을 내뱉게 합니다.
"몇년전이었다면 그런 얘기는 굉장히 새롭게 들렸겠지만, 이젠 아냐."
그리고 노골적으로는,
"난 미이라가 싫어!"
까지. 물론 특수효과 하나는 볼만합니다. 무수한 스콜피오의 전사들이 떼거리로 벌이는 전투씬이나, 버스를 타고 달아나는 릭 일행과 쏜살같이 뒤쫓는 미이라들이 벌이는 추격씬, 이모텝의 얼굴을 한 물벼락이 릭 일행을 뒤쫓는 장면 등등은 충분히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후자는 역시 전편에서 가장 볼만한 요소였던 모래 폭풍을 강력히 연상시켜 맥이 빠지고, 그러한 볼거리를 빼면 영화가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단점입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서는 그런 볼거리만으로도 관람료 아깝단 생각은 안 할 수도 있으니, 미취학 아동 자녀나 조카들을 데리고 가서 오붓하게 아무 생각없이 더위를 피하는 것도 괜찮은 피서가 되리란 생각입니다.
감독 스티븐 소머즈는 전혀 영화의 완성도에는 관심 있는 감독이 아닙니다. 그의 전작 <정글북>이나 <딥 라이징> 같은 영화를 보아도 그러한 그의 B급 성향은 충분히 드러나지요. 종일사랑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굉장히 바보같은 허접이었지만, A급의 특수효과에 B급의 상상력이 만났다는 점이 또 관객에 따라서는 독특한 개성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종일사랑이 허접이라 하든, 바보 같다 하든, 미국에서 굉장한 흥행을 기록했고, 우리 나라에서도 꽤 흥행하리라 짐작이야 되지만, 여하튼 보고 있노라면, 2편은 물론 3편까지도 굉장한 재미를 안겨주었던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영화 <미이라2>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