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새벽 산책을 나섰다.
간밤에 내려준 비 덕분에 온 세상이 싱그럽다, 신선하다, 상큼하다, 초록초록하다를 넘어선
새로운 단어가 필요한 그런 기분좋은 아침 산책길의 늬앙스는 결국 "온 몸의 세포가 춤을 춘다"로 결정났다.
물론 혼자만의 느낌인 것이지만 나름 청정 공기의 흐름을 흡수하여 저만의 방식으로 연두에서 초록으로 이동중인
나무들의 결기스런 움직임으로 물올리는 소리와 잎새들의 수선거림과 새들의 요란스런 존재감을 감지하는 것.
그중에서도 나무들의 생동감이 결기로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였다는 것을 저절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아침 산책으로 전달 받는 최대치의 선물이요
그 선물의 대가는 온 몸을 춤추게 한다 였다는 말쯤 되시겠다.
어쨋거나 새벽 산책길에서는 홀로가 당연하고 그 홀로됨에서 누려야 할 덕목 중에 하나는
느껴지는 것을 감지하여 그에 관련된 생각이나 사념들을 추출해내는 묘미를 즐기는 것 일터.
하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도 굳이 잠겨지지 않는 생각이나 기억들이 있는 법.
돌아와 손은 뜨락의 풀들을 뽑으면서도 계속 생각이 저 홀로 흘러다니는지라 애써 몸을 혹사하였다.
그리고 산책 덕분에 늦어진 컴퓨터를 열고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 놓은 음악을 열었다.
오늘의 선곡은 "I always wanna die sometimes" / the 1975의 곡을 음색장인 한승윤이 커버곡으로 들려주는
쥔장의 최애곡이자 요즘 최고로 좋아하는 싱어게인 17호 보컬 한승윤의 음색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어제 하루를 생각해보았다.
늦은 오후 다섯시 즈음에 뜨락으로 들어선 두 남자.....비온다는 소식에 텃밭을 일구고 채소들을 심느라 분주하고
엉망진창인 차림새로 그들을 맞기는 하였지만 겉모습이 전부는 아닌 쥔장인지라 내심 반가웠다.
어느 날 문득 십년만에 손편지 하나 떠억 날려주고는 또 무소식으로 한참을 기다려야 하려나 싶었던
"유쾌한 기태씨"가 지인과 함께 찾아들었다.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이긴 하였지만 전화나 편지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대화는 또 따로 있는 법이어서
그런 필요불충분의 여건을 누리기 위해서도 찾아든 것이었다.
하여 절로 반가웠음은 두말 할 필요 없으나 그는 그동안 세월의 흔적을 푸짐하게 늘려온 듯 하다.
예전에도 수다는 울타리 밖으로 넘어갈 정도로 심하였으나 그런대로 지적일 혹은 날카로움이랄 예전의 첫 인상은
이제 푸근한 얼굴로 나이듦의 미학으로 약간의 변형을 완성시켰다면
그의 수다발은 100프로에서 200프로를 넘나드는 경지가 되어버린 듯하였다.
이야기의 흐름이 자꾸 끊기고 맥락이 바뀌는 난공불락의 수다스러움을 장착하여 돌아온 그 남자 "유쾌한 기태씨"
사실 그런들 어떠리였으나 와중에 앞 뒤가 없는 혹은 에너지 넘치는, 쉼없이 누군가에게 문어발을 늘리느라
다담의 영역을 넘어가는 전화통화 덕분에도 곁자락 지인이 신경 쓰이기는 했다.
그나 쥔장이나 십년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어제 만났듯 수다발을 날려도 상관 없을 일이나
초면인 동행에게는 무례할 일이요 그는 그저 우스갯 소리로 운전기사를 자청하여 찾아들었노라는 말이었지만
그 지인, 첫눈에 귀티난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자다.
바로 첫눈 1초 원픽이었던 싱어게인 17호 한승윤이 고품격 귀티나는 마스크를 장착한 덕분에 눈에 들기도 했고
음색장인의 보컬로 쥔장에게 매력치를 선사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그러했다.
그런고로 그 뉴페이스에게 신경줄을 늘리고 다담을 나누고 싶었으나 쉽게 그러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오늘 다시금 그가 기억 속으로 다시 찾아들었다.
I bet you thought life would change 네 삶이 바뀔 거라 생각했지만
But you're sat on a train again 넌 또다시 기차 위에 앉아 있어
들려오는 노랫말에 유쾌한 기태씨와 동행한 그 남자 권ㅂ두님이 생각났다 는 말이다.
그랬다.
세월의 흔적이 비껴간 듯한 곱상한 얼굴 뒤에 감춰진 블루틱한 예감은 그냥 쥔장의 촉이긴 하다.
같은 공간에서 다담을 나누면서도 어쩐지 따로 또같이였던 그 시간들에서 감지된 겉껍데기.....2미리 만큼의 촉.
어쨋거나 찌들었다와는 거리가 먼 삶을 영위해왔을 것이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편 어디에선가는 이 세상과 상관 없는 저 혼자 세상에서 분주하지만 생각이 많고
그 많은 생각의 골을 무심히 지난 채 스스로의 저장고에 깊음으로 생각이나 사고를 간직한 사람으로 보이긴 했다.
노랫말의 기차가 의미할 그의 인생 여정의 기차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한다는 말쯤 되려나?
A face collapsed through entropy 무질서 속에서 나는 붕괴되는 것만 같아
I can hardly speak 나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어
And when I try it's nothing but a squeak 시도해봤자 나오는 건 삐걱대는 소리 뿐이야
그 남자 권ㅂ두님이 영위하는 삶 속으로 들어가 본것은 아니었으나 어쩐지 소통이 필요한 즈음이겠다 싶은
노랫말같은 그의 흔적이 전해진다면 너무 앞서가는 것일까? 싶지만 암튼
그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한 어투로 뭔가를 묻고 싶어한다는 것을 눈치는 챘다.
단지 그가 첫 만남의 익숙하지 않은 낯섬에서도 뭔가를 되묻긴 했다는 말은
기회가 주어졌다면 어쩐지 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3초 안에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은 어떻게 감지되는 것이냐"고....라는
하여튼 유쾌한 기태씨가 선점한 다담의 흐름은 그렇게 흘러가고 그는 바깥으로 돌았다.
다리가 편편치 않아 양반다리는 어렵다는 핑계를 달고...혹은 늦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는 조바심을 드러낸 채.
하지만 또 간만에 만나 쉽게 돌려보낼 쥔장도 아닌지라 또다시 장소를 청학대로 옮겨 저녁 시간을 나누었다.
엄청 기분좋아 보이는 유쾌한 기태씨의 어깃장 같은 정의감 발 난사 언어가 분수처럼 파편을 튀긴.
그러나 실례랄 수도 있었던 늦은 시간의 어수선함을 함께 공유하면서 난감하였던 그와 쥔장과 화가 이종호님.
그리하여 그냥 모르쇠로 지나가는 센스를 발휘해준 그의 유머 코드는 "침 튀겼을까봐 덜 먹겠다" 였으며
유쾌한 기태씨의 무용담을 들으며 그저 웃지요 만을 남발하는 와중에 드러낸 그의 배려심에 눈길이 갔다.
그렇게 그렇게 그 시간들은 공중분해되어 흘러가고 기태씨와는 나라가 허락하지 않는 허그 인사를 하며 헤어졌으며
그와는 "다음 기회로" 라는 말을 전해받으며 작별을 고했다.
돌아와 늦은 시간을 기다려 유쾌한 기태씨의 도착 소식을 듣고 그 남자 역시 잘 도착했겠거니
한 켠의 마음을 접었다.
언젠가는....
음색장인 싱어게인 17호 한승윤의 보컬로 전해지는 노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If you can't survive, just try 살아갈 수 없다면, 그저 시도라도 해봐.......
라는 노랫말이 달팽이관을 흝으며 들어온다.
그래 언젠가는
어느 누구라도 편편하게 삶을 마주대할 날이 오겠지 싶은 그런.
첫댓글 누구라도 편편하게 삶을 마주대할 그날이 어서 오기를~!
누구나 모두 편편하게 삶을 마주대할 수는 있을까 싶기도 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삶은 즐기고 누리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