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약속에 늦는 당신의 속마음
영국 정신과 醫 말하는 ‘지각의 심리학’
회의에 자꾸 늦는다면...한번쯤 돌이켜보자. / 셔터스톡
‘관악 타임’이라는 말이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짧게는 5분, 늦게는 30분 정도 약속 시간보다 늦는 것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사실 OO타임이라는 말은 서울대학교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에서 쓰는 말이다. UC 버클리나 옥스포드 대학교의 경우에도 버클리 타임, 옥스포드 타임 등의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이는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인 듯 싶다.
그런데, 이처럼 약속 시간에 늦는 이유는 단순히 바빠서일수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속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와 함께 알아보자.
◇ 지각이 ‘공격성’의 표현이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닐 버튼은 사이콜로지 투데이에서 매번 지각하는 사람들의 숨은 심리, 일명 ‘지각의 심리학’에 대해 파헤쳤다.
버튼에 의하면, 지각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타인의 시간보다 귀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늦는 행위를 통해 상대방에게 “나는 당신보다 중요하다”거나 “내 시간은 당신보다 소중하다”, 심지어는 “나는 당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각은 단순한 배려 부족이나 우월감을 넘어서 공격성이나 자기기만의 징표일 수 있다고 버튼은 말한다.
먼저 지각이 공격성의 표출일 수 있는 이유를 알아보자.
평소 과하게 침착하거나 예의 바른 사람들의 경우, 공격성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고 은근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수동적 공격성(Passive Aggression)’을 보인다.
예컨대, 상대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잊거나 누락하는 것, 요리나 청소 등과 같은 일상적인 책임을 전가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공격성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고 우회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정서적, 사회적 비용을 적게 들이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와의 약속시간에 늦는 행위야말로 바로 ‘수동적 공격성’의 대표적인 표현 방식이라고 버튼은 지적한다.
지각의 또 다른 동기는 ‘낮은 자존감’이다.
앞서 우월감의 표현인 경우와는 반대로, 이 경우에는 지각이 ‘낮은 자존감’으로부터 비롯된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소 사람들로부터 배제당했다고 느끼는 이들은 지각함으로써 상대의 주의를 끈다. 따라서 도가 지나치게 사과한다거나 느닷없이 사무실 의자를 정리하는 등 과장된 행동을 함께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편, ‘수동적 공격성’과 ‘낮은 자존감’이라는 두 가지 동기가 함께 있는 경우도 많다고 버튼은 설명한다.
◇ 때로는 지각이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물론, 지각하는 모든 사람들의 심리에 이 같은 불건강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때로 지각은 무의식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가령 회의에 자주 늦는 것은, 당신의 무의식이 그 회의가 당신의 인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또, 바빠서 늦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버튼은 “바쁜 일정 이면에는 홀로 있는 시간을 피하고 싶은 심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깊은 생각과 감정에 빠지는 것을 막아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만일 당신이 OO타임을 장식하는 주인공이 되는 일이 잦다면, 한 번쯤 돌이켜보자. 어쩌면 당신도 모르는 속마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