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아야 계곡도 깊고, 물도 맑다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강천산은 다
르다. 십오리가 넘는 계곡에는 쉴새없이 적당한 물이 흐르고, 차가워서 인
지 이끼가 끼지 않는 맑은 물로도 유명하다.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리는
강천산, 강천산 입구로 이어지는 2km가량 메타스퀘어 가로수 길은 그림같은
곳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8선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로 빼어난 가로수
터널은 영화의 한 장면같은 풍경이다.
"이름을 물으니 그냥 물이라 합니다.
어디 가느냐 물으니 그냥 따라오라 합니다.
함께 갈 수 있느냐 물으니 그냥 따라오라 합니다.
난 물이 아니라 따라갈 수 없을거라 하니 그냥 살라 합니다.
물처럼 그냥 살라 합니다."
1981년 1월 7일. 우리나라 최초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강천산(583.7m)은 전
북 순창군 순창읍에서 8km 가까운 거리에 있다.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의
경우는 그 유명세 탓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군립공원은 잘 알려져 있지 않
다. 수려한 산세와 울창한 숲, 그리고 기암괴석과 짜릿한 스릴을 느낄수 있
는 절경등의 볼거리를 갖춘 풍부한 관광자원이 있어 군립공원으로 지정을
받게된 것이다.
지난 9월 인고 56산악회의 강천산 산행계획이 짖궂은 우천으로 중단되어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던차 <인천 덕산산악회> 10월중 등산일정에 강천산
이 포함되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와 다정한 화요산우 禹大均. 任基石.
洪錫天. 그리고 筆者등 4명은 의기투합하여 산행동참을 약속한다.
2004년 10월 20일(수). 조기산행으로 한시간 이른 새벽 5시 연수동 출발지
역을 떠난 뉴스타 산행버스는 중간 기착지에서 참여 회원들을 태우고 새벽
의 여명을 가르며 일로 남으로의 여정에 오른다.
동녘이 훤히 밝아지는 아침 여산휴계소에서 잠시 휴식후 호남고속도로에서
일반국도 30호 선으로 노선을 변경하고 산구비 고개를 넘는다. 시야가 넓어
지며 너른 옥정호수가 나타나고 도로변에는 낙옆되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
지에 붉은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휘어저 있으며, 높다란 느티나무 가지사이
에는 까치집이 덩그러니 올라앉아 산간 마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한다.
마침 차내에 비치된 월간 山 잡지 10월호에는 <단풍명산 7선>이 시즌 특
집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제1경 순창의 강천산 제2경 장성의 입암산
3" 태백의 태백산 4" 정선의 노추산
5" 동두천의 소요산 6" 양평의 도일산
7" 양양의 점봉산
이라 기록되어 있어 강천산을 찾아가는 필자의 입가에는 빙긋한 웃음이 떠
오른다. 올바른 선택을 하였다는 의미있는 웃음이리라. 참고로 초겨울 <억
새명산 7선>이 계속 소개되는데
제1경 장수의 장안산 제2경 보성의 제암산
3" 창녕의 화왕산 4" 장흥의 천관산
4" 포천의 명성산 6 " 정선의 민둥산
7 " 홍성의 오서산
으로 되어있어 12월 중에는 억새능선 따라 장수의 장안산에 올라 설경과 함
께하는 겨울산행을 즐겨 볼거나?
오전 9시 30분. 郡立公園 剛泉山이라 깊이 새겨진 돌비가 마중하는 강천산
계곡 초입 너른 주차장에 당도하여 강천산 안내판 앞에 모여 鄭九雄 사장의
산행 안내 설명을 듣는다.
등산은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진다.
A 팀은 덕산산악회의 전문 매니어들로 5시간 정도의 산행코스를 완주하고,
B 팀은 우리같은 아마튜어들과 신입 부녀회원들로 각자 자신의 체력에 맞
추어 산행코스가 안배되며 보통 3시간 코스라고 한다.
9시40분. 드디어 산행이 시작된다. 道詵橋를 지나니 우측으로 병풍폭포가
병풍바위를 타고 흘러 내린다. 높이 40m, 폭15m, 낙수량 분당5톤으로 병풍
바위를 비단처럼 휘감으며 쏟아져 내려오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전
설에 의하면 이 바위 밑을 지나는 사람은 생전에 지은 죄가 깨끗하여 진다
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계곡을 가로질러 金剛橋를 건너며 오른편 등산
로에 접어든다. 바로 강천산(왕자봉)으로 오르는 길목이다.
강천산에는 5개의 등산로가 있다.
제1은 해발 415m의 옥호봉 코스로 3km. 3시간 소요
2은 425m 신선봉 5.5km "
3은 583.7m 강천산 7.5km 4 "
4는 565m 광덕산 11.6km 5 "
5는 603m 산성산 9.4km " 이다.
우리 일행은 제3코스인 강천산 병풍바위-깃대봉-정상(왕자봉)-구름다리-전
망대-신선암-주차장으로 되돌아 나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강천계곡을 벗어난 등산로는 시작부터 급격한 오름길로 변하여 진다. 초장
부터 된통 잘못 걸렸다.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솟아나오고 가쁜 숨을 몰아쉬
며 앞사람만 바라보며 올라간다. 등산은 항상 산행 시작 30분 전후가 어려
운 고비이다. 신체 각부위가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터, 워밍엎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 고비만 지나면 온몸이 부드러워 주변을 조망하는 여유로
움 속에 산행의 묘미를 만끽하게 된다.
1차 지능선에 올라 한숨 고르고 발걸음을 옮긴다. 멀리 왼편으로 왕자봉
정상이 아련히 올려다 보이며 깃대봉-천지봉간 삼거리가 나타난다. 이제 주
능선상에 올라 깃대봉을 향하여 왼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선발대는 이미 멀
리 앞서 나가고 우리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마침 북서쪽으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이마를 시원하게 스쳐 지나간다. 목덜미가 시원하다.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며 발밑에는 낙옆이 수북히 쌓여 등산화를 타고 오
르는 감촉이 부드럽다. 드높은 가을하늘 아래로 밝은 햇살이 따스하게 비
춰주어 산행 하기에게 최적의 날씨이다.
10시 50분, 깃대봉 580m 표지석에 선다. 우리의 돌샘 다정한 산우의 모
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인고 56카페에서 오래오래 그 모습을 남기려고........
잠시후 일행은 깃대봉-왕자봉-형제봉 갈림길에 선다. 선두조는 형제봉 방향
으로 진행방향을 노면에 표시하고 지나갔다. 우리도 선두조의 유도방향 따라
가는데 계속 방향이 서북쪽으로 이어진다. 이상하다. 집행부에서 나누어준
등산 안내도에 의하면 왕자봉 쪽으로 좌회전 하도록 되어 있는데, 갖고있는
나침반으로 방위측정을 하여보니 방향이 틀리다. 서둘러 오던길로 되돌아가
니 후미조 인솔자가 기다리고 있어 의견을 나누고 둥산 안내도 따라 왕자
봉으로 죄회전하고 합류한 부녀회원들과 산행을 계속한다.
11시 20분. 이윽고 강천산 정상 왕자봉에 선다. 모두 모여 기념촬영을 하
고 갖고온 간식으로 입맛을 다시며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멀리 멀리
이어져 있는 봉우리가 안개속에 가리며 그림처럼 떠있다. 우리나라는 동부
지역 산세보다 서부지역 산세가 웅장하지는 않지만 수려하며 아기자기하여
등산객이 많이 찾는다.
자! 이제는 하산 할 시간이다. 급격한 비탈은 경사가 몹시 심하다. 위험지
구는 밧줄로 손잡이를 해 놓았다. 3단 등산스틱을 길게 뽑아 안전하게 디딤
받침으로 하고 조심조심 내려온다. 멀리 저 아래로 길게 늘어진 구름다리
(현수교)가 보이며 그 아래로 강천계곡이 청록의 계곡수 따라 길게 늘어져
있다. 빨간 단풍이 아름답게 피어 보는이의 시각을 밝게한다. 목탁소리가
은은히 들리는 것을 보니 강천사가 지척에 있는 것 같다.
일단의 등산객이 땀을 흘리며 힘들게 올라온다. 광주산악회의 깃발을 보니
광주에서 오는 일행인 것 같다. 수고하신다는 인사와 함께 정상이 얼마 남
지 않았다고 위로의 인사를 건넨다.
12시 40분. 강천산 군립공원내 비룡계곡을 가로지르는 길이75m/폭1m의 구
름다리가 지상 50m 높이 위에 서 출렁거린다. 일행은 멋진 구름다리를 건
너 팔각정 정자 전망대를 향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방향감각의 초점을 잃는다. 마침 고창 산수원산악
회에서 고창 14개 면민을 7대의 관광버스에 태우고와 이곳 비룡계곡에 풀어
놓았으니 주변은 온통 시장바닥 같이 혼잡하여 후미일행을 잃어버렸다. 전
망대에서 내려오는 이들 말로는 그 넘어로는 길이 없다기에 任교수와 필자
는 부득이 구름다리를 되짚어 철계단을 타고 계곡으로 내려선다.
이곳이 바로 강천산이 자랑하는 가로수계곡 메타스퀘어 가로수 길이다. 단
풍과 어우러져 계곡 따라 잘 정비된 도로가 이어져 있으며 우리는 편안한
발걸음으로 걸어 내려온다. 도로 왼편으로 강천사가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신라 진성여왕 원년(887년) 道詵國師가 창건한 전통사찰로서 원명은 福泉寺
라 하였으며 또한 산세가 용의 꼬리를 치며 승천할 형상이라 하여 龍泉寺라
고도 하였다. 한때는 500여명의 승려가 있던 큰 절이 었다고 한다.
평일임에도 많은 행락객이 계곡을 거슬려 올라온다. 어디서 오셨냐 물으니
부산/대구/청주/광주등 전국 각처에서 모여든 단풍객이라 한다. 위룡호를 만
나 맑고 푸른 계곡수에 발을 담그니 그렇게 시원 할 수가..........
松蔭橋. 極樂橋를 지나며 여유로움 속에서 주차광장에 도착한다. 시간을 보
니 오후 1시 40분. 빼어난 단풍에 넋을 잃고 사진을 촬영하느라 많은 시간
을 허비한 탓에 무려 4시간이나 지체 하였다. 순수한 토종단풍 나무로 잎이
작고 색깔이 고우며 서리가 내려도 지지않는 일명 애기단풍이 유난히 많은
강천산계곡은 매년 11월 초순께가 절정을 이룬다고 하니 우리는 10여일 일
찍 이곳을 찾은 것 같다. 항상 짙푸른 담양호와 추월산을 볼 수 있고 산성
산-광덕산으로 이어지는 본격 산행을 위하여 내년 11월중 다시한번 찾아야
되는 것 아닌가?
오후 3시. 강천산 산행일정을 무사히 마친 일행은 이곳에 명물. 순창읍
백산리에 위치한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을 찾는다. 10여개의 기와집 민
속마을로서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필자
의 등산백에도 매실장아찌 한통이 자리를 잡는다.
이른 새벽부터 산행준비로 피곤에 지친 탓일까? 차창 등받이에 기대 앉으
니 스르르 눈꺼풀이 잠겨온다. 그래, 오늘 하루 수고 많이 했다. 이제 조용
히 꿈나라로 들어가자. 호남의 소금강 강천산 산행은 이렇게 마감이 된다.
산우 회원 여러분!
다음 산행시 까지 모두 모두 안녕히............
첫댓글 언제나 보아도 자상하고,또 그속에 많은 지식이 내포된 재성형의 산행기는,마치 내가 함께 산행을 하는 느낌을 준다. 강천산의 아름다움 잘감상하였읍니다.
반갑습니다. 상세하고 자상한 산행기 감사합니다. 18일 목요일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에 한번 나오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