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은 언제부터 조던이었을까..

[코코파더]

제 나이가 올해 36이고, 80년대에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NBA에 관심을 갖기도, 접하기도 힘들었습니다.

90년대 초반, "슬램덩크->마지막승부->농구대잔치 대박" 으로 이어지면서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정도의 농구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당시 개국한지 얼마되지 않았던 SBS에서 공중파최초로 NBA를 정규방송으로 편성하면서 자연스레 NBA에 빠지게 됐죠.

92-93시즌이 끝났을 당시, 한국나이로 31살에 불과했지만 마이클조던의 위상은 이미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때 이미 3번의 우승(쓰리핏)과 3번의 파이널MVP, 3번의 시즌MVP, 7연속 득점왕의 금자탑을 쌓았고,

나이키 에어조던 시리즈는 모두가 동경하는 명품슈즈의 상징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농구황제, 때로는 언론에서 이미 농구의 신으로 그를 묘사하기 시작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때의 위상이 지금과 같았느냐?

제 기억으로는 결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지금과 같은 인터넷 문화가 없었기 때문에, 스포츠에 대한 토론을 나누는 것은 지인들에 한정되어 있던 시기였고, NBA에 대한 소식은 TV/신문/잡지를 통해 제한된 소식만을 얻을 수 있던 때였기 때문에 깊은 정보도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90년대 초반 이미 2,30대를 형성하고 있었던 지금의 어르신들은 80년대 닥터제이와 매직,버드를 통해 NBA를 접하신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조던이 최고다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절대 압도적이지 않았습니다.

"쪼단은 진짜 한번 떴다하면 내려오질 않아."

"쪼단이 최근에는 젤 잘하긴 한데 그래도 닥터제이나 매직존슨이 진짜 최고였지."

와 같은 의견을 피력하는 성인들이 굉장히 많았고,

심지어는

"쪼단은 자유투에서 떠서 덩크했는데, 옛날에 닥터제이는 하프(하프라인)에서 붕 떠서 덩크했어."

와 같은 말도 안되는 전설적 풍문까지 돌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이제 막 초딩6학년을 벗어나던 시기의 어린 저는 저런 말을 그대로 믿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마치 대단한 정보라도 얻은양 다음날 친구들에게, "야, 옛날에 닥터제이라고 있었는데 쪼단은 쨉도 안돼."라고 아는체했죠.

제 기억이 맞다면 93년부터 본격적으로 농구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루키와 같은 NBA잡지들이 정기적으로 발행되기 시작했고, PC통신을 통해 어느정도 동호회도 형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지리적한계를 넘는 NBA정보공유가 시작했었습니다.

딱 그러던 시기에 "쪼단"이 은퇴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몇년뒤 프로리그를 출범시킬 정도로 당시 농구대잔치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슬램덩크도 절찬리에 연재중이었죠.

이미 NBA에서 스타가 된 선수들만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접했던 이전과는 달리,

이때부터는 새로 리그에 데뷔하는 선수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신기하게도 그 시기 등장한게 샤킬오닐이었습니다.

이 글의 맥락과 관계없지 않을거 같아 중간에 잠시 딴얘기를 하자면,

지금은 최소 역대 탑10에는 기본적으로 거론되는 위대한 샤킬오닐 역시 90년대 초중반만 해도 자주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시무시한 힘과 피지컬을 이용한 그의 농구가 마치 힘만 센 애송이인양 취급되는 일들도 다반사였죠.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얼마나 단순한 편견이자, 얼마나 우리나라 농구동호인들의 수준이 얕았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95년 제가 중학생으로서 농구에 한창 미쳐있던 시절 조던이 컴백한다는 소식이 우리나라의 뉴스에도 빈번히 소개됩니다.

90년대 초반 농구열풍이 불기 시작한 최초부터 이미 NBA에 빠지며 조던과 바클리와 같은 기성스타들에 빠져있던 저같은 팬들과는 달리 94년, 95년에 들어서야 NBA에 빠지면서 당시 새로 등장한 페니나 그랜트힐에 빠져있던 친구들도 상당수였죠.

말만 팬이지 조던에 대해서는 하늘미디어에서 나온 조던관련 잡지정도에서나 그나마 과거의 그에 대한 정보를 접했던 때였고,

페니나 그랜트힐과 같은 신세대 스타들에 빠져있던 친구들 역시 조던의 플레이의 위대함이 뭔지도 몰랐었기 때문에

그 당시 궁금했던 것은 오직 한가지,

"진짜 돌아오나? 정말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하다." 였습니다.

그때 관심좀 있다하는 조던 팬들은 그의 하이라이트를 모아놓은 쪼단비디오(comefly with me, mj's playground)에서 그가 얼마나 날라다녔던 선수인지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플레이를 이제 동시대에 관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흥분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90년대 초반, NBA가 이제 막 우리에게 대중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을때만 해도, 얕은 지식과 추측성 정보만을 가진 일부 성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당시 청소년들의 NBA 지식수준이, 어느새 몇년이 흐르는 동안 직접 적극적으로 정보를 취득하는 단계로 변화되었다는 겁니다.

조던의 두번째 쓰리핏 당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제 세대와 당시 대학생 정도의 연령대, 아마 지금 3-40대인 분들이 가장 대표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세대들이 마이클조던의 위대함을 직접 눈으로 목격함과 동시에 세상은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고, 가뜩이나 위대한 그의 업적이 너무도 온전하게 보존되고 다음 세대로 계승되는데 한몫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또 조던의 리그데뷔와 전성기는 컬러비디오가 대중적으로 막 자리잡기 시작했던 시기와도 맞물리면서, 이전의 스타들보다 훨씬 많이 대중들에게 어필될 수 있었고 지금 시대에까지 그의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98년 6번째 우승을 마지막으로 그가 은퇴를 발표했을때 그는 이미 인간이 아니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그의 나이가 한국나이로 지금의 제 나이였습니다. 36살이라는 나이의 대중스타의 카리스마와 위상이 이정도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 누구도 하프라인에서 뛰어올라 덩크를 성공시킨 닥터제이와 공을 정말로 순간 사라지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매직존슨이 조던보다 뛰어나다는 얘기를 더 이상 할수 없는 그만의 신성불가침영역이 만들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르브론을 포함하여 수많은 스타들이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낼때마다 조던과 비교될 겁니다.

이제 역대최고라는 평가를 받진 못해도 아직도 탑5, 탑10에 꾸준히 오르내리는 매직존슨보다도 더 오랜 기간동안 그의 향수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스티브잡스가 말한대로 "삶의 가장 위대한 발명은 죽음"이라면, 언젠가는 새로운 스타들에 빠져있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조던 역시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채임벌린이나 빌러셀만큼이나 아날로그적인 역사의 일부분으로만 남는 순간도 올 겁니다.

아마 그때쯤엔 우리 세대들은 이미 노인이 되어 젊은 사람들에게 괜히 조던얘기했다가 꼰대취급이나 당하는 서글픈 모습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오지랖이겠지만 저보다 어린데 돈은 훨씬 잘 벌고 훨씬 잘나가는 새로운 스타들에게 건방지더라도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습니다.

"조던도 처음부터 조던은 아니였어."

[Shake & Bake]

마이클 조던스 플레이 그라운드를 비롯한 홈 비디오를 보며 성장한 1인이라 그런지 무슨 말씀이 하고 싶은지 그 주제가 확 와 닿네요
죄다 검정 누벅 농구화를 신고 모래 바닥 코트위에서 뽀얗게 흙먼지 뒤집어 쓰고 게로레이 마시면서 농구하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twenty-two]

공감 백번하고 갑니다 ㅠㅠ

[돼지 밀러]

공감 백일번하고 갑니다 ㅠㅠ

[이낙]

ㅋㅋㅋㅋㅋㅋㅋㅋ

[V6박차]

눈올땐 목장갑 추가요~~ㅋㅋ

[락스테디]

공감100배... 입니다 ㅎㅎ

농구팀에 떨어지던 어린 조던에게

미래의 조던이 등장해서 조언하는

플레이그라운드 비디오 구성도 재미났었고

하일라이트 영상도 너무 멋졌죠~

[Davidoff]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쪼단이라는 발음이 상당히 익숙하고 친숙하고 듣기 좋네요 ㅎㅎ

[키드+가넷]

저녁 식사 시간에 2차 쓰리핏을 달성했다는 스포츠 뉴스가 나올때 하이라이트를 보시던 저희 어머니 말씀이 "엄마가 농구는 모르지만 저사람이 다른 선수들이랑 달라보이긴 해"라고 하신게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The King J]

재미있는 글 잘봤습니다. 저는 어린시절에 항상 보던 스포츠 뉴스에서 활약이 잠깐 나오는 정도로 조던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대단한 선수라는것은 알고 있었죠. Nba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으면서 조던에 위대함을 알게 된거 같습니다.

[부천놈]

조던 2차 은퇴할때만해도 지금처럼 부동의 올타임 1위는 아니었습니다
거의 1위를 하긴 했어도 가끔 3대센터에게 1위자리 뺏기기도 했죠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 오면서 어느 순간부터 부동의 1위를 하게 되더군요
현역 선수나 은퇴 바로한 선수 평가는 높게도 낮게도 평가 받는것 같아요
정확한건 은퇴후 3~5년이 지나고 나서 자리를 잡는것 같습니다

[V6박차]

읭~? 제 기억엔 96시즌 우승부터는 확고히 역대 최고선수 소리들었습니다.
98시즌 중에는 '앞으로 조던보다 대단한 선수가 안나올거다'라는 친구 말에 '무조건 나온다'고 했는데..

20년이 다 되어가도록 안나오고 있네요..

[부천놈]

최고의 선수지만 지금처럼 부동에 넘버원은 아니었습니다
가끔은 1위를 3대센터한테 뺏길때도 있었는데 2000년 초반 되면서 부동에 1위가 됐죠
(최근 10년넘게는 조던이 1위를 못한 올타임 순위가 없었는데 90년대 말에는 가끔은 1위를 못했다는 말이에요)

[똑같은닉네임꺼져]

어릴적 조던은 종로 피카디리 극장 앞에 있는 스파게티 집에서 브로마이드랑 영상으로 접한게 처음이었는데요
자유투가 약하다는? 소리를 해설이 하는거를 듣고 조던은 자유투가 약점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ㅋㅋㅋ실제로 그 장면에서 자유투를 흘리기도 했고요.
느바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을때는 조던이 워싱턴으로 복귀했을 때라서 참 아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좀만 빨리 태어나서 전성기를 라이브로 즐겼으면 어땠을까 하고요 ㅋㅋㅋ

[네루네코]

저랑 동갑이시네요^^
저도 본격적으로 조던을 본건 45번을 달고 왔을때부터였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셔서 괜시리 더 반갑네요ㅎㅎ

[덩커데이비스]

동갑이네요...그때 당시 중학교 운동장에
농구 올크트 하나 반코트...6개인가 있었는데...점심시간이나 체육시간때 빈자리가 없었습니다ㅎㅎ
저도 그중에 한명 이었고...
엄청난 인기였죠...

일본방송 조던경기 비디오녹화떠서...
친구들끼리 돌려보고 했습니다..ㅎ
신발은 에어조던이랑....

리복 샤크...인기였죠ㅎ

[원싱이]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ㅎ

[Jordan Club]

전 삼촌의 영향으로 90-91시즌부터 nba봤는데 저도 당시 쪼단이라고 했네요 ㅋㅋ

[이한량]

초등학생이었는데 아침마다 스포츠신문을 확인하고 불스의 소식을 스크랩했던 기억이 ㅠㅠ 72승을 달성했던 95~96시즌이었죠 ㅎㅎ
확실히 그때는 신은 아니었고, 황제?정도였죠
98년 은퇴후,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대중화 되면서 각종 기록이 발견?되고 공유된게 하나. 다른 하나는 포스트조던을 찾으면서 끊임없이 조던과 비교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조던이 대단했다는 점만 각인된거라 생각되네요

[LegendDuncan]

전 농구가 30대 중반에 전성기 시작하는 스포츠인줄 알았었죠ㅋㅋㅋㅋㅋ

[V6박차]

30초반 즉 31~33살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죠.ㅎㅎ조던 96시즌이 조던 33세였으니..

[FOR_THE_WIN]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