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파업에 “퇴근길 만원열차 3대 보내”… 강남역엔 도로까지 탑승줄, 곳곳 혼잡 극심
퇴근시간대 운행률 평소 75% 그쳐
한노총 소속 제2노조는 파업철회
발디딜 틈 없는 지하철역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플랫폼이 퇴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일부가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경고 파업에 돌입하면서 이날 주요 역에는 퇴근길 혼잡이 이어졌다. 이한결 기자
“벌써 만원 지하철을 세 대나 보냈어요.”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공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9일 오후 6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직장인 하모 씨(32)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파업 소식에 퇴근을 1시간 앞당겼다는 하 씨는 “40분 가까이 기다렸지만 아직도 지하철을 못 탔다. 내일은 버스를 타야겠다”고 했다.
노조가 9일 오전 9시부터 예고한 대로 ‘경고 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 지하철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교통공사는 대체 인력을 투입했지만 오후 6시 기준으로 지하철 운행률은 평시 대비 75.4%에 그쳤다. 9일 오후 5시경 강남역 일대는 승강장뿐만 아니라 역내 개찰구와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까지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미 만원으로 승강장에 들어온 사당 방면 2호선 열차에 일부 승객이 무리하게 탑승을 시도하다가 수십 초 동안 출발이 지연되기도 했다.
지하철 타기를 포기하고 버스를 타려는 시민이 늘면서 버스정류장도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구 광화문 버스정거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 씨(36)는 “평소보다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고, 길도 너무 막힌다”고 했다.
이날 파업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노조(제1노조)만 참여했다. 파업을 예고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제2노조)는 이날 파업 돌입 직전 복귀했다. 통합노조 관계자는 “전날 최종 교섭에서 사측이 제시한 안에는 역사 안전 인력을 충원하고 ‘(인력 감축은) 노사가 합의하에 인력 재선정에 들어간다’는 합의 문구가 포함됐는데 수용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의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는 처음부터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노총 소속 노조원이 1만146명으로 한국노총(2742명), 올바른노조(1915명)에 비해 많아 현장에선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
민노총 소속 노조와 사측의 추가 교섭은 이날 오후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민노총 소속 노조는 당초 예고한 대로 10일 오후 6시까지 경고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노사의 필수유지업무 협정에 따라 10일 출근시간(오전 7∼9시)에는 평소처럼 열차가 운행된다.
서울시와 공사는 이날 파업 미참여자, 협력업체 등 총 1만3500명의 인력을 확보해 공백 최소화에 나섰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 모두 17조6808억 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파업에 돌입한 노조에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소정 기자, 이상환 기자, 이문수 기자, 임재혁 인턴기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