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민주당 빼고 다 행복한 전략
민심을 따를까, 팬덤을 따를까 이재명 대표는 후자 선택할 듯
민주당 울타리 뛰어넘는 전면적 ‘반윤 전선’ 구축
진보당·정의당·강성 시민단체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여권도 웃음 참으며 표정 관리 문제는 단 하나, “민주당만 불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및 수산물 수입 반대 국민서명운동 발대식에 참석하며 지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
이른바 당심과 민심이 어느 정도 괴리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컨대 민주당 지지자들이 인권이나 노동 이슈에 대해선 우호적이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성장과 안보 이슈에 대해서 전향적이다. 그런데 최근 중도층과 민주당 지지층 간 괴리도가 가장 높은 이슈는 코인 의혹 김남국 의원에 대한 국회 제명 여부다. 그전에는 이재명 대표 거취 문제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국 전 장관 문제가 그랬다. 요컨대 최근 몇 년간 일반 국민과 민주당 지지자 사이가 가장 벌어졌던 지점은 정책이나 이념이 아니라 도덕성에 대한 잣대라는 이야기다.
이러다 보니 “욕망이 없는 자, 김남국에게 돌을 던져라” “대장동 게이트는 윤석열 게이트다” “딸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입시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 같은 독창적 논리가 사후적으로 개발된다.
이러면 민심과 당심의 괴리도가 더 높아지고 중도층에 가까운 지지자들부터 차례로 떨어져나간다. 당 지지율은 낮아지지만 “뭐가 문제냐, 저쪽은 더하다”는 강성 지지층의 비율은 더 높아진다. 그러면 다시 괴리도가 더 높아지고 또 지지율이 낮아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다. 민심을 따르든가, 강성들을 규합해서 끝까지 가보든가. 이 중에 이재명 대표가 선택할 카드를 예측하기 어렵진 않다. 후자 쪽일 것이다. 당원 권한 강화와 민주당 울타리를 뛰어넘는 전면적 ‘반윤 전선’ 구축의 길이다.
그 길은 민주당이 처음 가본 길도 아니다. 십여 년 전 지난 19대 총선이 그랬다. 반MB 깃발 아래 당시 야권이 하나로 뭉쳤다. 먼저 당외에 있던 친노그룹이 혁신과 통합이라는 조직을 만든 이후 시민통합당이라는 일종의 페이퍼 정당을 결성, 손학규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 합당해 민주통합당을 만들었다. 친노그룹의 또 다른 흐름으로 유시민이 주도하던 참여당은 종북 논란으로 갈라졌던 NL 주도의 민주노동당과 심상정·노회찬의 진보신당을 다시 모아 통합진보당을 만들었다. 두 통합당은 선거 연대에 돌입했고 민주통합당은 127석, 통합진보당은 13석을 얻었다.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81석, 민주노동당이 5석이었으니 숫자로는 상당한 약진인 셈이다. 그 여세를 몰아 혁신과 통합의 수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
이 정도면 성공 스토리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연대한 야권은 노무현의 유산조차 부정했다. ‘굴욕적인 협상으로 무효’라며 한미FTA 막바지 협상을 반대했고 제주 해군기지 예정지 앞에선 참여정부의 총리를 지냈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문정현 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손을 맞잡고 공사를 막았다. 서울 관악에선 야권 단일후보 부정 경선 파동이 터졌고 통합진보당 내부에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 부정 경선 파동이 터졌다. 민주당 공천을 받은 나꼼수 멤버 김용민의 막말 논란도 터졌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이미 기소된 상태였던 김선동, 경기동부의 실세였던 이석기 등이 민주당 우산 아래서 금배지를 달았다. 이러니 애초에 과반 이상의 의석을 자신했던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그해 말 대선에서도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다가 사퇴했지만 그 결과는 박근혜 후보의 승리였다.
최근 이재명 대표는 거리에서 진보당, 정의당 주류, 강성 시민단체와 손을 맞잡는 횟수를 점점 늘리고 있다. ‘후쿠시마’가 간판이다. 이 대표의 파트너들은 ‘윤석열 탄핵’까지 입에 담고 있다. 만약 19대 총선처럼 전면적 반윤 연대가 결성된다면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들로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국면이 열린다. 진보당과 정의당 주류 입장에서 보자면 호남과 수도권 몇몇 강세 지역에서 단일 후보 자리를 따낼 경우 원내 입성이 보장되는 데다가 민주당이 신원 보증인 역할을 해주니 이념적 의구심도 어느 정도 희석될 수 있다. 오는 8월에 정치 방침을 정하겠다는 민주노총도 편해진다.
이재명 대표와 ‘개딸’들도 마찬가지다. 전투력이 강한 바깥 사람들과 호흡이 척척 맞을 것이다. 민주당 의석은 꽤 줄어들겠지만 의원들의 충성도는 지금보다 강해질 것이다. 그러면 공천 과정은 물론이고 선거 이후에도 장악력이 더 커진다. 기세를 몰아가면 다시 대선 후보다. 무엇보다 여권 입장에서도 고마운 일이다. 지금도 이재명 대표나 강성 노조 말고는 믿을 구석이 별로 없는데 이들이 아예 야당의 주류가 된다면? 표정 관리가 어려울 것이다.
단 한 곳이 문제인데, 바로 민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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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설]
의원 비위 뭉개는 일 하는 국회 윤리위, 김남국 징계엔 어떨까
거액의 코인 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30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지역사무소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100억원대 코인’의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를 논의했다. 징계안이 특위에 회부된 지 12일 만이다. 비교적 신속하게 회의가 열렸다. 여야는 자문위 의견 제출 기한도 30일로 줄였다. 그만큼 ‘김남국 코인’에 집중된 국민적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윤리특위가 실제 김 의원을 징계할지는 미지수다.
한국 국회 윤리위는 비위 의원을 징계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 문제를 뭉개기 위한 기구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은 2020년 4월 시작한 21대 국회에서 윤리위에 올라온 의원 징계안 38건 중 처리된 것은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비슷했다. 징계가 의결된 사례가 18대 국회 4년간 1건, 19대 국회 4년간 1건이었고, 20대 국회에선 전무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마지못해 동료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지만 그걸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좌관 성추행 혐의로 민주당 스스로 윤리특위에 제소한 박완주 의원, 위안부 후원금 유용 등의 혐의로 제소된 윤미향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박덕흠 의원 등도 그렇게 유야무야 됐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김남국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앞선 38건의 징계안은 그대로 두고 김남국 징계안부터 처리하자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윤리위에서 여야가 제명에 합의해도 실제 김 의원을 제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이는 개헌 발의와 똑같은 수준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제명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 의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수십억원대 신생 코인을 거래·보유한 의혹, 가상 자산 과세를 유예하고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법을 만드는 등 이해 충돌 논란,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도중 수시로 코인을 거래한 정황 등으로 비판이 커지자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 자체 조사와 징계, 코인 매각 지시는 없던 일이 됐다. 그동안의 관행으로 보면 이제 여야가 갑론을박하다 김 의원 징계 결론을 못 내리는 순서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