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ESPN은 지난 8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김선우가 홈경기서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의 호투로 팀의 4-2 승리를 이끈 경기 중계를 끝내며 ‘난 푸르른 나무들과 붉은 장미들을 볼 수 있네. 그것들이 당신과 나를 위해 꽃을 피웠다고 생각하지’라는 가사의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를 선사했다. 정말 아름다운 노래였고 김선우가 고대하던 2연승에 잘 맞는 노랫말이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우리 선수 중 김선우가 가장 먼저 2승을 올려서 흥이 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지난 7년간 미국 프로야구에서 흘린 그의 눈물과 땀이 생각나서 더욱 그 노래가 가슴에 와 닿았다.
휘문고~고려대를 나와 지난 1997년 11월 미국에 가 보스턴 구단의 마이너리그팀을 거쳐 2001년 6월에 빅리그에 올라간 김선우(27)는 다음해 몬트리올로 옮겨 첫 승리를 따냈다. 이제까지 총성적이 53게임 등판에 5승3패, 방어율은 4.70이다.
더구나 그의 이날 승리는 라이벌인 팀내 일본인 투수 오카 도모카즈(28)가 선발순위에서 밀린 틈을 타 거둔 승리이기에 의의가 크다.
보스턴에서부터 같은 팀에서 생활한 오카는 숙명적인 경쟁자였다. 둘은 트리플 A팀인 포투켓 레드삭스에 있을 때인 2000년 6월 15일 주먹 다툼까지 벌였다. 둘 다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선우가 오카에게 잘못한 것을 지적하자 오카가 뒤에서 김선우의 머리를 쳐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 싸움으로 김선우는 왼쪽 눈 옆에 작은 멍이 들었고 오카는 입술이 터지는 등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게 상처가 났다.
둘은 경쟁을 벌이다 오카가 1년 먼저 빅리거가 됐고 몬트리올에 와서도 인정을 받아 올해 연봉이 오카는 234만달러인 데 비해 김선우는 30만3000달러(약 3억4000만원)이다. 오카는 올 시즌 몬트리올의 제3선발로 나왔으나 5게임에 5패만 기록해 프랭크 로빈슨 감독은 순서를 바꿔 김선우를 선발로 올린 것이다.
4월 한달 지고 있는 경기의 중간 계투로만 8번이나 뛰게 했던 로빈슨 감독에게 김선우는 지난 2일 LA 다저스 노모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날은 오카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 신뢰감을 쌓았다. 로빈슨 감독은 지난해부터 김선우를 가리켜 “루키 수준의 투구를 하는 선수”라고 낮게 평가하며 외면해왔다. 이제 김선우는 부상을 극복하는 일만 남았다.
보스턴의 김병현이 지난달 29일 홈에서 선발 등판해 승리를 따낼 때도 장내 방송으로 흘러나왔던 ‘What a wonderful world’가 우리 선수들에게 항상 따라다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