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25개국 출전, 내년 4월까지 12전 치러…경주차 최대출력 520마력 2005년 9월 25일 영국의 브랜즈 해치 경기장에서는 기존의 모터스포츠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모터스포츠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A1 그랑프리가 역사적인 첫 개막전을 가졌다. ‘월드컵’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2002년의 뜨거웠던 6월을 상상하게 한다. 이번에는 많은 이들의 귀에 익숙한,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는 많은 정보가 없는 A1 그랑프리에 대해 알아보자.

2004년 3월말,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의 두바이에서 'A1 GP'의 첫 발표가 있었다. 이 A1 GP는 두바이의 왕자인 세이크 막토움(Sheikh Maktoum Hasher Maktoum AL MAKTOUM)이 막강한 배경을 통해 창설한 대회이다.
사실 이때만 해도 ‘정말 이 경기가 치러질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04년 8월말 A1 GP의 1호차가 스페인의 Jerez(헤레즈)에서 최초의 테스트를 갖자 전 세계는 이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결국 9월말에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포르투갈, 파키스탄과 레바논 등 6개국이 A1 GP와 프랜차이즈 계약(A1 GP에 대한 자국 팀 운영은 물론 국내에서의 모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을 하는 첫 나라들이 되었다. 이후 많은 국가들이 계약을 하기도 했고 계약에 대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이들 국가 중 하나로 계약 성사 직전에 이를 기획했던 회사의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5월말에 잠정 스케쥴을 발표했고 7월초에는 12개 팀에게 차량이 첫 출고되었다. 이로부터 한 달 뒤 첫 팀 테스트를 영국 실버스톤에서 가졌고 첫 경기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9월 중순에 오스트리아, 이태리와 일본을 마지막으로 세이크 막토움이 누차 장담하던 25개국의 참가가 이루어졌다.
그동안 각 나라의 프랜차이즈 발표회에는 그 나라의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정치인들과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참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나 브라질의 호나우두, 펠레, 포르투갈의 피구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러한 사실은 A1 GP가 그 나라들에서 얼마나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는지 알 수 있는 한 단면이다. 경기의 관중도 마찬가지였다. ESPN 스타 TV는 물론 각 대륙의 유명한 스포츠 채널에서 생방송하는 이 경기는 브랜즈 해치 경기의 표가 이미 2주전에 매진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A1은 알파벳과 숫자의 첫 단어, ‘하나의 세계’ 의미
먼저 A1 GP란 이름부터 풀어보자. ‘A’는 세계 각 대륙인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남양주(Australasia), 남극(Antarctica)과 유럽(유럽만은 A로 시작하지 않는다)의 앞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1’은 모든 것을 하나로, 즉 ‘하나의 세계’라는 의미를 지닌다. GP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랑프리(Grand Prix)의 약자이다.

2005~2006년 시즌에 A1 GP에 참가하는 25개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80%에 해당한다. 이를 보면 ‘세계를 하나로’란 그들의 캐치프레이즈가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A1 GP란 쉽게 말해서 모터스포츠에 지금까지 없었던 국가대항전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 경기에는 어떤 모터스포츠에서나 가장 조명 받는 ‘드라이버 챔피언쉽’이 없다. 다만 국가 챔피언쉽만이 존재할 뿐이다. 25개국에서 각 한대의 차량이 경기에 참가한다. 드라이버는 최고 3명의 자국 드라이버 중 팀 대표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 이때 한국팀의 드라이버로 유경욱 선수가 나가서 우승을 하던 안석원 선수가 나가서 우승을 하던 한국팀이 우승한 것이다. 마치 축구 국가 대항전에서 박주영 선수가 골을 넣던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던 한국이 한 골 넣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A1 GP에서의 우승은 드라이버나 팀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 국가의 승리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A1 GP에서 가장 까다롭게 지키는 규정이 ‘팀의 대표와 드라이버가 자국인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스폰서 역시 자국회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A1 GP 레이스카에는 우리가 경주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번호가 없다. 바로 차량의 도색을 그 나라의 국기로 하기 때문이다. 방송을 들어보면 보통은 아나운서가 드라이버 이름을 대거나 차량의 번호를 말하는데 A1 GP는 다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 한국, 한국이 미국을 마지막 랩에 추월하고 먼저 체커기를 받습니다. 그 뒤로 일본, 프랑스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경주차 최대출력 520마력, 6단 시퀀셜기어 장착
A1 GP에 있어서 세이크 막토움이 국가 대항전 개념이외에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평등한 기회’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모든 팀이 진보된 기술이 적용된 차량으로 경기를 하기 바라지만 그 결과는 인간에 의해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기계가 많은 부분을 책임지는 F-1과는 전혀 다르다. 또한 공식연습을 제외한 개별적인 테스트는 철저하게 규제된다. 트랙에서 달리고 있는 25대의 차량은 도색과 팀의 노하우가 결정하는 셋업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 모두 같은 차량이다.

이 차의 기본적인 디자인은 세이크 막토움이 직접 디자인팀에 영감을 준 것으로 상어와 가오리의 독특한 형상을 적용한 것이다.섀시는 영국 Lola에서 제작한 것으로 예전 F-3000의 변형된 모델이다. 엔진은 역시 영국의 자이텍(Zytek)에서 A1 GP를 위해 개발한 V8, 3,400cc의 모델명 ZA1348이다. 최대출력은 520마력이며 최대토크는 45Kgm이다.
드라이버는 스프린트 레이스에 4번, 피처레이스에 8번 파워부스트 버튼을 쓸 수 있다. 이 파워부스트 버튼은 트로틀이 80% 이상 열려있고 속도가 60KPH 이상일 때 작동하며 다시 트로틀이 40% 이하로 떨어지면 작동하지 않는다. 이 버튼을 누르면 엔진은 또 다른 30마력을 발휘해 550마력이 된다. 이 550마력의 엔진이 120Kg의 경량으로 이는 현존하는 3.4L 레이싱 엔진 중 가장 가벼운 것이다. 대쉬보드 및 데이터 로거는 가장 널리 쓰이는 PI Research의 제품을 썼고 연료 탱크는 135L의 용량으로 1시간 혹은 100마일(160Km)의 피처 레이스를 재급유 없이 완주하는데 충분하다.
차량의 무게는 600Kg이고 트랙션 컨트롤은 적용하지 않았다. 드라이버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코너에서 타이어 록 등으로 벌어지는 레이스의 재미를 관중들과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기 위함이다. 안전도 면에서도 A1 GP 주최측은 HANS(헤드 앤 넥 서포트) 시스템을 비롯하여 가장 안전한 레이스 카임을 자랑한다. 거의 모든 경기장에서 3.5G 이상의 횡가속력을 받을 차량임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것이다.

타이어는 미국의 쿠퍼 타이어가 공식 공급업체로 모든 팀에게 동일한 제품을 동일한 수량만큼 공급한다. 각 팀은 매 이벤트 당 슬릭 5대분과 웨트 2대분만을 사용할 수 있다. 앞 타이어의 사이즈가 245/540R13이고 뒤 타이어의 사이즈는 370/660R13이다.
이 차에서 기계가 하는 가장 큰 일은 아마도 기어박스일 것이다. Lola와 Zytek, X-trac이 공동으로 개발한 6단 시퀀셜 기어박스는 F-1과 같은 패들 쉬프트 방식으로 BMW 코리아 이레인 팀의 엔지니어이자 A1 인도 팀의 치프 엔지니어인 패트릭 로버츠씨의 말에 의하면 쉬프트 업, 다운이 완벽하게 컴퓨터에 의해 컨트롤되어 이와 관련된 기계적인 결함이 발생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한다.
피쳐 레이스 등 하루 결승 두 번 치러
경기방식은 먼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매 경기 한 팀에 3명의 드라이버(자격은 국제 B 라이센스를 소지한 자국인)까지 둘 수 있으며 금요일 두 번과 토요일 오전 한 번의 각 1시간짜리 공식연습을 어느 드라이버가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팀 대표가 결정한다. 이 공식연습에 참가한 드라이버라면 누구나 예선과 두 번의 결승에 참가할 수 있다.

예선은 토요일 오후에 총 네 세션을 갖는데 한 세션당 3랩, 즉 F-1처럼 한번의 플라잉 랩만을 시도한다. 예선 첫 세션은 A 드라이버가 두 번째 세션은 B 드라이버가 뛸 수도 있다. 이 네 번의 예선 중 팀의 가장 빠른 두 세션의 랩을 합산하여 예선결과가 나오고 이 결과가 일요일 오후 1시 30분에 열리는 스프린트 레이스의 스타트 그리드를 결정한다.
스프린트 레이스는 25-30분 혹은 50마일(80Km)의 경기로 롤링 스타트로 치러진다. 이 경기의 결과로 1-10위까지의 팀들이 10점부터 1점까지의 점수를 부여받고 피쳐 레이스의 스타트 순서를 정하게 된다. 오후 3시에 열리는 하이라이트, 피쳐 레이스는 스탠딩 스타트로 50-60분 혹은 100마일(160Km) 거리의 레이스이다.
타이어 교환(앞, 뒤 모두)을 위한 의무 피트인이 규정으로 1명이 타이어 하나를 바꾸는 이때의 모습은 과거 F-1에서 피트인 시 총 22명의 피트 크루가 기계처럼 움직여 단 6-7초에 타이어 교환은 물론 재급유까지 끝내던 것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피쳐 레이스도 스프린트 레이스와 같은 점수제가 적용된다. 또 스프린트 레이스나 피쳐 레이스 중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한 팀은 추가로 1점을 얻는다. 즉 한 경기를 통해 팀이 얻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21점이다. 순위에 따라 단 1점의 차이만 나므로 시즌 내내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기대된다.
A1 GP 코리아팀, 탄생 직전에 좌초
필자는 이 A1 GP라는 경기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주위에 이와 관련된 사람들이 꽤 있음을 알았다. 이 경기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매력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태극기로 도색을 한 차량이 태극기를 가슴에 단 팀 크루와 드라이버들에 의해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모습을 그려보면 2002년의 6월을 기억하는 이들 누구나 가슴속 깊은 곳에서 회오리치는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A1 GP 코리아 팀이 탄생된다면 드라이버는 누가 할 것인가? 솔직히 국내의 토종 드라이버 중에서 바로 투입해 상위권에 오를만한 이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A1 GP 참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거의 F-1 드라이버들을 포함하여 이름이 꽤 알려진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2년 동안 해외 여러 경기장에서 국제 경기의 경험을 쌓은 유경욱 선수가 가장 가깝다.
올해 초 네덜란드에서 F-3 테스트를 할 때도 너무 빨리 적응해 함께 있던 모두를 놀라게 했던 유경욱이라면 한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해외교포를 쓰기에는 이 경기의 취지와는 전혀 안 맞는 것 아닌가? 이런 이유로 A1 GP 중국 팀에서도 처음부터 호핀퉁이나 마치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드라이버가 중국의 표준어인 ‘만더린’을 못 하기 때문이다. 두 드라이버를 기용했다면 최소한 처음부터 지금 드라이버처럼 최하위는 안했을 것이 분명하고 어느 정도의 성적은 보장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화’정신에 입각한 그들은 자신들의 자존심에 더 중점을 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믿음을 등에 업은 어린 드라이버는 매 경기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띤다.
작년부터 진행되던 A1 GP 대한민국 팀이 올해 초 탄생 직전에서 좌초한 것이 너무도 아쉽다. 하지만 현재도 당시 A1 GP 프랜차이즈를 추진했던 회사의 핵심인물들과 또 다른 2-3개 업체에서 대한민국 프랜차이즈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05-2006 시즌이야 이미 늦었다고 생각되지만 다음 시즌에는 그 누가 하던지 꼭 A1 GP 코리아 팀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이들이 서로 지나치게 경쟁하여 제살 깎아 먹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여 협력한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A1 GP가 한국인에게 가장 잘 맞는 모터스포츠라고 본다. 사실 우리국민만큼 애국심이 강하고 한다면 끝까지 하는 국민이 또 어디에 있는가? 모두가 똑같은 차량을 가지고 겨루고, 인간에 의해서 결과가 나온다는 개최자의 정신에 의해 창설된 국가대항 모터스포츠, A1의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은 바로 우리 대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A1은 알파벳의 첫 글자와 첫 번째 숫자로 조합된 단어로 ‘가장 좋은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이크 막토움은 ‘각국의 가장 좋은 드라이버들이 모두 모여 국가의 이름을 걸고 경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가장 좋은 드라이버가 우리의 조국을 세계에 알리며 당당히 맞서 경쟁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