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하고 싶었던 두 여자의 이야기
눈부신 조명과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자신의 재능과 기량을 맘껏 펼치는 무대. 그러나 한 명의 예술가에게 무대만큼 고독한 장소도 없다고 말하죠. 대중과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가 내려지는 예술의 세계, 특히 공연예술은 두 번의 기회가 없는 시간예술이기에 공연을 준비하는 퍼포머들은 더욱 집중하여 철저하게 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대란 공간이 주는 중압감을 매일같이 버텨내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분명 자신이 준비한 공연을 잘 해내고 싶을 것입니다. 때로는 잘 해내고 싶은 그 마음이 완벽주의가 되어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기도 하겠죠. 끓는점을 넘어 증발해버리는 액체처럼, 지나친 완벽주의에 시달리다 자신이란 존재가 깨져버린 두 여성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블랙스완>(2010)과 곤 사토시 감독의 애니메이션 <퍼펙트 블루>(1998)입니다.
영화 <블랙스완>과 <퍼펙트블루>는 줄거리도, 만들어진 시대와 배경, 인물도 다르지만 왜인지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어떤 영화 및 만화 애호가들은 ‘두 영화가 연출이나 어떤 장면들에서 너무 비슷하다. 먼저 만들어진 <퍼펙트블루>를 표절한 영화가 아니냐,’라고 말할 정도였지만 <퍼펙트블루>의 감독인 곤 사토시는 <블랙스완>이 개봉하던 해에 사망하였고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죠.
영화 <블랙스완>의 ‘니나’
영화 <퍼펙트블루>의 ‘미마’가 보는 과거 아이돌 시절 복장을 한 자신의 환상 <블랙스완>의 주인공, ‘니나’는 <백조의 호수> 공연을 준비하는 발레리나입니다. 동료 발레리나와 비교당하며 백조 ‘오데뜨’와 흑조 ‘오딜’을 둘다 잘 연기하길 강요받는 니나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환각을 보게 됩니다. <퍼펙트블루>의 주인공 ‘미마’는 일본에서 아이돌 그룹의 리더역할을 하다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대중의 평가에 고통을 겪고 여러 트라우마 상황을 겪으며 역시 환각과 실제가 구분되지 않는 혼란의 상태에 빠지게 되죠.
좌측은 <퍼펙트블루>의 장면, 우측이 <블랙스완> 내가 본 무시무시한 장면은 현실일까 아니면 그저 내 머릿 속에서 만들어진 상상일까,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예술은, 무대는 대체 무엇일까. 나는 정말로 할 수 있을까, 아니, 완벽하게 해야만 한다… 니나와 미마는 각자의 다른 세계에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퍼포머로서 지독한 고민과 함께 고독한 자책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결국 니나와 미마의 현실감각은 파탄이 나고 이들의 인생도 파국으로 치닫게 되죠.
영화 <퍼펙트블루>
예술은 인간이기에 만들어 낼 수 있는 멋진 창조활동 중 하나이지만, 행복지기는 어쩌면 무대가 주는 중압감과 완벽한 예술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고뇌는 한 사람이 오롯이 견뎌내기에 지나치게 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가의 고통을 스산한 스릴이 넘치는 연출과 줄거리로 그려낸 또 하나의 예술적 산물, 두 영화 <블랙스완>과 <퍼펙트블루>를 비교하며 감상하고 새로운 사유의 길로 여행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행복한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