走 爲 上 計
走: 달릴 주
爲: 할 위
上: 윗 상
計: 꾀 계 /셈할 계
(불리하면 달아났다가 후일을 도모함)
중국 남북조시대 제나라 5대 황제인 명제(明帝)는 제나라를 세운 고제의 증손인 3, 4대 황제를
차례로 시해하고 제위를 찬탈했다.
즉위 후에는 고제의 직손은 물론 자기를 반대하는 자들을 무참히 죽였다.
개국 공신인 회계 태수 왕경측이 두려움에 떨었다.
명제 역시 그가 불안했다.
명제가 대부 장괴를 장군에 임명해 회계 인접 지역으로 파견하자
왕경측은 1만여 군사를 이끌고 제나라 도읍으로 향했고,
도중에 농민들이 가세해 병력이 10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병석에 누운 명제를 대신해 국정을 돌보던 태자 소보권이 피란을 서둘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왕경측이 껄껄 웃었다.
“서른여섯 가지 계책 중 도망치는 게 최고의 계책(三十六計 走爲上計)이라고 했다.
너희 부자에게 남은 건 이제 도망가는 길밖에 없느니라.”
왕경측은 자신의 운명은 몰랐다.
그는 난전 중 관군에게 포위당해 목이 잘려 죽었다.
자치통감 (제서)에 나오는 얘기다.
삼십육계는 36가지 전술을 여섯 항목으로 묶은 병법서다.
5세기까지의 고사(故事)를 17세기 명나라 말에서 청나라 초기에 수집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고사와 교훈이 곳곳에 들어 있어 (손자병법)만큼이나 자주 인용된다.
여기에 나오는 전술 중 하나가
‘세가 불리하면 도망쳤다가 후일을 도모하는 게 최상의 계책’이라는 주위상(走爲上)이다.
흔히 쓰는 ‘삼십육계 줄행랑’은 구어체적 파생이다.
용기는 물러서고 나아가는 것을 아는 거다.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서고,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가는 거다.
물러서야 할 때 나아가는 건 만용이고, 나아가야 할 때 물러서는 건 비겁이다.
병사를 보전해야 후일을 도모하고, 힘을 모아야 큰일을 꾀한다.
진퇴를 아는 건 삶의 큰 지혜다.
물러설 줄 알고, 그칠 줄 아는 건 큰 지혜다.
부족하다 싶으면 채우고 무디다 싶으면 버리는 게 순서다.
공을 이루면 한발 물러서는 게 덕이다.
무딘 칼은 벼리는 게 우선이다.
급할수록 한숨 고르는 게 지혜다.
움츠린 개구리가 더 멀리 뛴다.
뒷걸음질은 때론 도약의 준비다.
출처 : 자치통감(資治通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