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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은화] 공무원의 집단행동이나 공금 횡령, 음주운전 등 불법행위가 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해당 기관은 ‘엄중 징계’ ‘근무기강 확립’ 등의 입장을 내놓습니다. 공무원이 업무나 사생활에서 잘못하면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징계를 받습니다. 직위해제·면직 등 처분을 받기도 합니다. 징계와 처분이 가혹하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은 소청심사위원회의 문을 두드립니다. ‘공무원의 신문고’ 소청심사위원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은화 기자
9일 오후 2시쯤 서울 무교동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 6층. 교실 절반 넓이의 조그만 심사장 안쪽에 5명의 심사위원이 나란히 앉았다. 그 앞에 17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한 A씨와 변호사가 자리 잡았고, 이들의 맞은편에 20일 전까지 A씨가 근무하던 경찰서의 청문감사실 소속 경찰관 2명이 무표정하게 마주 보고 앉았다. A씨는 업체로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해임된 상태였다.
“최후변론 하세요.”
심사위원 5명의 질문과 네 남자의 답변이 1시간 넘도록 오간 뒤 주심위원이 말했다. A씨는 “부적절하게 행동했지만 친분이 두터워 사적으로 받은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청문감사실 소속 경찰관은 “공무원은 어떤 이유로도 금품·향응을 받을 수 없는데 20차례 넘게 돈을 받았다”며 징계 수위를 낮춰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네 사람이 퇴장한 뒤, 5명의 위원은 한 표씩 의견을 냈다. 결과는 전원일치로 ‘기각’이었다.
징계는 승진의 큰 걸림돌
소청심사위원회는 1963년 4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만들어졌다. 징계·처분에 불복한 공무원이 행정소송을 내려면 반드시 소청심사제도를 거쳐야 한다. 소청심사 결정에도 불만이 있으면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90일 안에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공무원들이 소청심사위원회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승진하는 데 징계가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이 한 계급 승진하는 데 평균 6.8년 걸린다. 9급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려면 30년 넘게 걸린다. 아무런 징계가 없을 때 이야기다. 징계를 받으면 최장 21개월까지 승진할 수 없다. 승진심사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공무원의 징계 내용은 ‘주홍글씨’처럼 심사 자료에 들어가 있다. 근무연수를 채워도 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성인 소청심사위원회 행정과장은 “위법·부당하게 처분받은 공무원을 구제하고, 재판으로 가기 전에 사건을 걸러 법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97만여 명의 공무원 중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26만여 명이다. 행정부 소속 국가공무원 중 일반직·기능직 공무원들이다. 외교관·경찰관·소방관은 물론이고 국가정보원·대통령경호처 소속 공무원도 포함된다. 그러나 정무직·별정직·계약직은 대상이 아니다. 지방공무원은 각 시·도의 소청심사위원회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교원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군인은 국방부와 각군 본부의 소청심사위원회를 찾아가야 한다. 검사는 소청제도가 없다. 입법부·사법부·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독자적인 소청심사위원회를 운영한다.
수요일에는 야간심사
행안부 소청심사위원회는 월·수·금요일에 심사를 한다. 신청이 밀려 최근 야간심사가 생겨 수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심사를 한다. 위원회가 열리려면 7명의 위원 중 5명이 참석해야 한다. 소청을 신청한 공무원은 자신이 받은 징계보다 더 높은 징계를 받지 않는다.
심사는 재판과 비슷한 점이 많다. 주심판사가 있듯, 위원회에는 주심위원이 있다. 주심위원은 자신이 맡은 사건 자료를 샅샅이 훑어보고 심사를 주도한다. 소청인(징계 공무원)과 피소청인(감찰 부서)이 낸 자료가 평균 A4용지로 500장이 넘는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위원들은 심사장에서 사실확인에 들어간다. 궁금한 점을 양측에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다.
다른 점도 있다.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재판과 달리, 위원회는 심사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소청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심사에는 소청인과 피소청인만 참석한다. 다만 소청인은 변호사와 함께 참석해도 된다. 합의제인 법원과 달리 위원회에서는 위원이 한 표씩 의견을 낸다. 의견이 나뉠 경우에는 소청인에게 가장 불리한 의견부터 세 번째에 해당하는 안을 선택한다. 한 사건을 두고 여러 차례 심리하는 법원과 달리, 위원회는 심사 당일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다음날 소청인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결과를 통보한다.
읍소형에서 적반하장형까지
소청인은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애쓴다. 해명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위원들 앞에서 무릎부터 꿇고 다짜고짜 비는 읍소형이 가장 많다. “징계처분을 받은 후에 스스로 봉사활동도 하면서 참회하고 있다”며 엉엉 소리 내어 울기도 한다. 다음으로 많은 유형은 ‘적반하장형’이다.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소리 지르고 난리를 피운다. 심사 때는 고분고분하다가 결과를 놓고 시비를 거는 ‘공정성 시비형’도 있다. “심사장에서 위원들이 눈을 감고 있었다”든지 “충분한 소명기회를 안 주고 죄인 다루듯 수사했다” 등 꼬투리를 잡고 소란을 피우는 이들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들먹이는 ‘동정유발형’도 있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아들이 대학에 다니는 데 학비를 대줘야 한다”며 울먹이는 이들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음주운전 > 직무태만 > 금품수수
위원회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사건은 ‘품위손상’ 관련 사건이다. 음주운전을 비롯해 공무원으로서 불미스러운 일을 해 징계당한 것이 여기에 속한다. 지난해 752건 중 285건으로 38%를 차지했다. 업무를 소홀히 했거나(직무태만), 돈을 받은 사건(금품수수)이 각각 177건, 155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소청심사위원회의 단골은 경찰관이다. 지난해 585명(78%)이 이용했다. 경찰관이 많은 것은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할 수 있는 26만 명의 공무원 중 경찰이 38%(10만명)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인원이 많으니 당연히 소청도 많다. 작은 실수도 센 벌을 내리는 경찰의 일벌백계식 징계도 이유의 하나다. 공무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걸리면 보통은 견책·감봉 수준의 징계를 받지만 경찰관은 정직을 당한다.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라도 내면 파면·해임의 중징계를 받는다. 지난해 4월 경찰청은 ‘특별사정활동100일 계획’을 정해 강도 높게 감찰활동을 벌여 한 해 동안 1169명을 징계했다.
신청인의 40%는 ‘감경’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606건이 처리됐다. 이 기간에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받은 인원은 연평균 1876명. 징계를 받은 이의 32.3% 정도가 소청심사위원회의 문을 두드린다. 소청심사위원회를 찾으면 자신이 받은 징계보다 약한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용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은 ‘소문’이 무서워서다. 소청을 제기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공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기관 안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기관에까지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위원회의 결정으로 징계 수위가 떨어지는 비율은 40% 정도다. 보통 한 단계 낮춰진다. 파면은 해임으로, 강등은 정직으로 바뀌게 된다. 정직과 감봉의 경우 징계는 같아도 기간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소청심사에 참석하는 위원들은 청탁을 받더라도 그 내용을 동료위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하고 있다. 위원들이 공정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결정 망치를 두드리는 순간 모두 잊는다. 박재영 소청심사위원은 “심사과정에서는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나뉘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많지만 심사가 끝나고 문을 나설 때는 다음날 심사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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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계의 종류>
징계는 중징계와 경징계로 나뉜다. 중징계에는 파면ㆍ해임ㆍ강등ㆍ정직이 있다. 파면과 해임은 공직에서 배제되는 것은 같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법에 따라 파면이 되면 퇴직급여를 반밖에 받지 못한다. 5년 동안 다시 공직에 임용되지 못한다. 해임의 경우 퇴직급여는 전액 받을 수 있으나 3년간 재임용할 수 없다.
강등의 경우 직급이 한 계급 아래로 떨어진다. 고위 공무원은 3급으로, 연구관ㆍ지도관은 연구사ㆍ지도사로 낮춰진다. 직위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3개월간 일을 못하게 ‘근신명령’이 떨어지고, 21개월 동안 승진을 할 수 없다. 보수는 3개월 동안 3분의 1만 받는다.
정직은 정도에 따라 1~3개월을 받는다. 이 기간 중 업무를 할 수 없고 보수는 3분의 1을 받는다. 정직 처분 기간에 18개월을 더해 이 기간 중 승진을 할 수 없다.
경징계로는 감봉ㆍ견책이 있다. 감봉은 1~3개월 동안 보수를 3분의 2를 받게 된다. 감봉 기간에 12개월을 더한 기간 동안 승진이 제한된다. 견책은 6개월 동안 승진이 제한된다.
징계처분은 아니나 문제를 일으킨 공무원은 ‘직위해제’ 된다.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중징계가 예상되는 비리·비위 행위를 한 경우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이 대상이다. 직위해제 기간 중 출근을 못하며, 보수는 5분의 3만 지급된다.
첫댓글 잘 봤습니다.
"화이팅"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