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27](월) [동녘이야기] / [성소부부고 톺아보기] 033#
✦권5 문부2 서(序) 북경(北京)에 가는 조지세(趙持世)를 전송한 서(序)1
https://youtu.be/wKdX_mc2hAI
오늘도 지난번과 똑같이 앞쪽에 ‘북경에 가는’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제목입니다. 그러니까 북경에 가는 조지세를 전송하면서 덧붙인 글입니다. 바로 이어가 보겠읍니다.
나의 벗, 조지세(趙持世, 조위한의 자로 형인 유한과 아우인 찬한을 두고 있음)는 나이 마흔이 되도록 급제하지 못하고 아직도 박사 제자업에 (博士 弟子業)에 시달리고 있으며 나도 갈의(褐衣, 베옷)를 벗은 지 16년이 되도록 낮은 벼슬에 머물러 있으면서 아직도 붉은 옷을 입지 못했으니 오직 그 지취(旨趣, 어떤 일에 대한 깊은 맛)가 같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도 같다.
그러므로 서로 친구가 되어 몹시 좋아하며 마음에 거슬림이 없으니 아침 저녁으로 서로 찾고 따라서 잠시도 헤어지려 않았다. 날마다 풍아(風雅, 시를 짓고 읊조리며 멋을 부리며 노는 것으로 시를 가리킴)를 비평하고 고금(古今, 예나 지금을 이르는 말)을 상존하는 것으로 일을 삼으로 다시 세고(世故, 세상을 살면서 기억나는 여러 옛일들)에 걸려들지 않은지 여러 해가 지났다.
언젠가 나의 이야기가 상국(上國,작은 나라의 조공을 받던 큰 나라) 행역(行役, 여행으로 인한 피로와 괴로움)의 고초에 미치자 지세(持世, 조위한)가 “우리들이 우리가 중국에 태어나지 못한 것이 이미 불행이라 하겠는데 하물며 사행(使行, 사신이 되어 길을 가는 일)의 수고로움으로 위대하고, 장려한 구경을 포기할 것인가? 이는 우물안 개구리의 소견과 무엇이 다르겠는가?”하고 이어서 “내가 발탁되어 급제하고 그대가 붉은 옷을 입으면 만리의 장한 구경을 어찌 같이 하지 않겠나?”하기에 내가 “꼭 그와 같이 되기만 한다면 어찌 두 번이라고 꺼리겠는가? 모르겠네만 하늘이 과연 사람의 욕심을 따를 것이며 조화(造化) 소아(小兒)가 훼방을 놓지나 않으려는지?”하고는 드디어 서로 보고 크게 웃었다.
기유년(己酉年, 1609년) 여름에 나는 태학관 과시에 세 번 장원하여 계급이 올라 형조 참의(刑曹 參議, 조선 시대, 형조에 속한 정삼품 벼슬로 참판과 함께 판서를 보좌하였음)가 되었고, 겨울 초에는 전시(殿試, 조선의 3차 최종 시험으로 왕 앞에서 치렀던 시험)의 대독관에 임명되었다. 지세(持世)는 사책(射策, 한나라 때 과거 시험으로 경서나 대책을 죽간에 써 놓고 그 죽간을 뽑아 해석하게 하여 우열을 가렸던 시험)으로 갑과(甲科, 조선의 과거 시험으로 성적에 따라 갑, 을, 병의 세 과로 나눌 때 그 첫 등급)에 합격하여 명성과 기림이 자자하였다. 내가 찾아가 축하하자 그가 “예전 조천(朝天, 궁궐에 들어감)의 약속이 과연 내년에 실천되지 않으려나?”하기에 내가 “그대가 이미 급제하였고, 나도 또한 붉은 옷을 입었으니 이미 소원을 푼 것이지만, 잘 모르겠네.”하였다.
그 후 겨우 달이 넘자 나는 병을 얻어 위경(胃痙, 위 경련)에 헤매면서 연달아 소를 올려 해임을 빌었는데 군이 와서 간(諫)하였다. “노력하여 탕약을 들면 병마가 응당 저절로 물러 갈 걸세. 그대의 재주로 나이와 벼슬이 어찌 이에 그치겠는가? 명년에 또한 전일의 약속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일세. 하늘이 병을 내려 끝내 우리들의 소원을 이루려는 것일지 어찌 알겠나? 만약, 그래서라면 조화(造化) 소아(小兒)가 그대로 잠시 곤고(困苦, 곤한, 힘든 고통)하게 준 것이 아닐런지?”하며 극진히 위로하고 갔다.
나는 결국 이 때문에 견책을 받아 면직되었는데 지세(持世)는 도리어 의제랑중(儀制郞中)으로 승급되어 사은사의 서장관을 제수받았다. 내가 한탄하며, “하늘이 끝내 사람의 욕망을 따라주지 아니하고, 조화(造化) 소아(小兒)가 질투하여 훼방 놓은 것이 아니겠는가”하니 그도 역시 한스럽게 여겼다.
오늘은 ‘북경(北京)에 가는 조지세(趙持世)를 전송한 서(序)’를 끝까지 다 마무리짓지 못하고 중간쯤인 여기에서 끊으려고 합니다. 너무 길어 한 번에 넣기가 벅차기 때문입니다.
교산 허균의 정신인 님의 얼을 톺아보면 좋으련만 그것 보다는 글 잘하는 한 선비의 뽑냄을 살펴 보는 정도에 지나지 않은 듯하여 아쉬움이 서려 있긴 합니다. 하지만 교산 허균이라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그냥, 만족하려고 합니다.
이런 오늘도 교산 허균의 성소부부고를 통하여 님의 친구인 지세 조위한을 만났읍니다. 이래저래 고마울 뿐입니다. 정말, 고마워요.
첫댓글 오늘은 월요일이라 교산 허균의 성소부부고를 읽었읍니다.
지난 번과 같이 '북경에 가는'이가 앞쪽에 수식으로 똑 같이 붙었읍니다.
이번에는 친구라고 하는 지세 조한위를 떠나 보내면서 남길 글입니다.
일찍 마무리짓고 제때에 방송 틀을 잡고, 방송을 켰읍니다.
다만, 이렇게 댓글을 다는 것이 늦었네요.
기회가 되시면 한번,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