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나 정유회사가 소재한 지역에 전기, 휘발유ㆍ경유 등 에너지 가격이 차등 적용돼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미국에는 지역 경제발전 요금제(EDR)라는 게 있어 차등적용 특구에 입주한 기업에는 그만큼 전기요금이 할인된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전자파, 송전선로의 위험을 보상하는 셈이다. 또 전기요금이 할인되면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산업체들이 찾아들 것이고 그에서 비롯되는 인력 고용을 지역 주민들이 수용하는 선순환 방식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경기, 인천, 서울 등 수도권 전력 자급률은 72로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훨씬 많다. 반면 울산, 부산, 경남 등이 포함된 동남권은 128이다. 전기생산량은 많은데 소비는 적은 셈이다. 그런데 이런 전기 생산은 대부분 원전에서 나온다. 석유제품 가격도 사회적 비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거대 정유사가 소재하고 있지만 지역에 대한 지원ㆍ보조금 혜택은 전혀 없다. 예를 들어 울산 휘발유ㆍ경유 생산량은 각각 전국의 57.2%, 47.8%를 차지한다. 그에서 발생하는 환경 폐해가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 휘발유, 경유 가격에 대한 교통세는 울산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거대 원전과 정유사가 울산에 있어 발생하는 인적ㆍ물적 피해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게다가 미래 피해 예상치도 엄연히 존재한다. 원전 방사능 유출 가능성 시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석유화학 공단과 온산공단의 폭발 사고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탈원전ㆍ친환경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 하나하나가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원전이 잠시 가동을 멈추기만 해도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정유회사 불길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기만 해도 120만 울산시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원전을 신설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을 이주시키는 정도론 울산시민들의 원전 거부감을 상쇄할 수 없다. 석유화학 기업이 자체 안전을 강화하고 시민들에게 이를 아무리 열심히 홍보해도 굴뚝 불꽃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에너지 가격 차등제를 적용해 울산시민들이 원전이나 정유사에서 나오는 실질적 혜택을 체감하게 해야한다. 또 싼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전기 소비 기업들이 몰려오고 그에서 비롯된 고용효과를 울산시민들이 피부로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