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조선왕조실록 110년만에 고향 돌아왔다
일제강점기 불법 반출됐던 유물
2006년 환수뒤 고궁박물관 보관
실록박물관 새로 지어 제자리로
강원 평창군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상설전시실에 9일 전시된 국보 오대산사고본 실록들. ‘중종실록’(왼쪽에서 두 번째)에는 도쿄제국대와 경성제국대의 소장인이 찍혀 있다. 1913년 오대산 사고에서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1932년 다시 경성제국대로 옮겨진 흔적이다. 문화재청 제공
국보인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보물인 조선 왕실 의궤(儀軌·왕실이나 국가 중요 행사 내용을 정리한 기록)가 100여 년 만에 원래 자리인 오대산으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된 이후 실록은 110년 만이고, 의궤는 101년 만이다.
문화재청은 9일 강원 평창군 오대산에 새로 마련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관된 실록과 의궤를 공개했다.
조선은 임진왜란으로 실록이 전주 사고본만 남고 모두 소실되자 4부를 재간행해 오대산 등 4곳의 사고(史庫)에 나눠 보관했다. 오대산 사고본은 1913년 도쿄제국대로 반출됐다가 1923년 간토대지진으로 일부 소실됐고, 남은 27책이 다시 경성제국대(현 서울대)로 옮겨졌다. 뒤늦게 일본 도쿄대가 ‘성종실록’ 9책, ‘중종실록’ 30책, ‘선조실록’ 8책 등 47책을 더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006년 3월 오대산 월정사 등은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를 꾸려 환수 운동을 시작했고, 도쿄대는 석 달 만에 전부를 국내에 기증했다. 2017년 ‘효종실록’ 1책까지 돌아와 모두 75책이 돌아왔다.
의궤는 일제가 1922년 반출한 것으로 82책이 일본 왕실도서관에 있다는 것이 파악되자 2006년 환수위원회가 꾸려져 반환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2011년 돌려받았다. 돌려받은 실록과 의궤는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에 보관돼 왔다.
박물관은 1606년 오대산에 사고를 지어 전쟁이나 화마로부터 실록과 의궤를 지켜왔던 조선 왕실의 뜻을 이어받아 마련됐다. 오대산 사고를 수호하던 월정사가 2017년 건립해 ‘왕조·실록의궤박물관’으로 운영하던 건물을 문화재청에 기부 채납했다. 박물관엔 일단 실록 9책과 의궤 26책 등 35책이 먼저 이관됐고, 수장고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까지 나머지를 옮길 계획이다.
박물관은 상설전시를 통해 실록과 의궤를 선보인다. 전시에선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만든 국새(보물) 등 관련 유물 50여 점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초입엔 실록과 의궤가 박물관으로 돌아오는 여정이 디지털 실감 영상으로 펼쳐진다. 박물관은 12일 개관한다.
평창=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