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이탈리아,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이탈리아 북부의 우거진 숲을 뒤져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 살던 여성 아나 크네제비치 헤나오의 흔적을 찾고 있다고 미국 일간 마이애미 헤럴드가 지난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콜롬비아 출신인 헤나오는 지난 2월 초 이혼 소송 중이던 남편 다비드 크네제비치(36)에 의해 스페인 마드리드의 아파트에서 납치된 것으로 FBI는 보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그녀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FBI는 지난 2월 2일 크네제비치가 그녀의 시신을 가방 속에 넣어 마드리드 아파트를 나선 것으로 믿고 있다. 세르비아 출신인 그는 렌트한 푸조 308 승용차에 가방을 실은 뒤 같은 달 5일 베오그라드까지 간 것으로 파악됐다.
크네제비치가 렌트한 차량의 GPS 신호가 같은 달 4일 베네치아 서쪽, 베로나 동쪽에 자리한 비첸차 지방의 숲 지대에서 발신된 것이 확인됐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수사관들은 그가 아내 시신을 유기하려고 고속도로를 벗어나 숲 길로 우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은 마드리드를 떠난 그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로 가는 전체 여정의 3분의 2쯤 된다.
지난 주 하루 반 나절 동안 두 나라 경찰과 소방관들, 경찰견 부대, FBI 요원이 비센차에서 북쪽으로 25마일 떨어진 코골로 델 센지오 마을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별 성과가 없어 잠정 중단됐다고 현지 일간 일 지오르날레 디 비첸차가 보도했다. 하지만 수사관들은 같은 지역 수색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네제비치는 이미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아내 납치 혐의로 기소돼 있다. 2월 2일 밤 마드리드 아파트를 나설 때 여행 가방을 엘리베이터에 싣고 나오는 모습이 폐쇄회로(CC) TV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이다. 그가 베오그라드까지 손수 운전한 사실도 확인됐다.
FBI 대변인은 아내 시신 수색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하면서 정황 증거에만 의존하고 있어 이 국제적인 사건에 의문스러운 대목들이 많다고만 언급했다. 이 커플은 플로리다주 남부 브로워드에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을 갖고 있어 수백만 달러의 재산 분할을 놓고 이혼 소송 중이었다.
헤나오는 지난해 12월 혼자 스페인으로 왔다. 남편은 뒤따라 2월 초에 마드리드로 왔다. 그녀는 "미래로 나아갈 길을 찾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었다고 한달 전쯤 통화한 오빠(또는 남동생) 후앙 펠리페 헤나오는 5월에 전했다.
크네제비치의 마이애미 변호인 제인 와인트라웁은 이탈리아 수색 작업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이 사건의 다른 증거가 제출된 것인지 의문을 표했다. 이달 초 마이애미 법원 심리 과정에 와인트라웁은 아내가 납치됐다는 마드리드 아파트 안에서 "어떤 혈흔도 나오지 않았다"는 스페인 부검 결과를 강조했다. 변호인들은 재판 전에 구금하고 있는 크네제비치를 석방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크네제비치는 어머니가 살고 있는 세르비아에서 귀국하는 길에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FBI 요원들에게 체포된 뒤 마이애미의 연방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 단순 납치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도 종신형이 선고되고 상당한 돈을 벌금으로 토해내야 하는 실정이다. 그는 보석을 신청했는데 순회판사는 그가 해외에도 자산이 있어 달아날 염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연방 검찰은 그가 아내를 쫓아 마이애미를 떠나기 전부터 자신의 행적을 감추기 위해 애를 썼다고 봤다. 곧장 스페인으로 향하지 않고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갔다가 여러 나라를 경유해 마드리드에 이르렀으며 마드리드와 베오그라드를 자동차로 왕복할 때도 적어도 두 차례 훔친 번호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아내가 지내던 마드리드 아파트를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스프레이 페인트를 CCTV 카메라에 뿌려 자신의 모습이 찍히지 않도록 했다. 스페인 경찰은 그가 마드리드의 가게에서 문제의 스프레이 페인트를 구입하는 모습도 확인했다. 가게 점원은 그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크네제비치가 렌트한 차량을 반환했을 때 차량 창문이 선팅돼 있었고 번호판 틀이 변형돼 있으며 두 개의 스티커가 제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FBI는 전했다. 법원 기록을 보면 그는 1월 30일과 다음달 5일 사이에 베오그라드에서 마드리드까지 갔다가 다시 베오그라드로 돌아왔는데 구글 맵스의 왕복 거리는 3240 마일인데 그가 3월 15일 차량을 반납했을 때 주행 거리는 4800 마일로 기록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