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기온차가 장난이 아니도록 오르락 내리락이다.
무심코 나선 길에 어쩌면 온 몸으로 봄날 찬기운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따스함과 차가움이 교차하는 그런 날들이 계속되면서 몸의 기운도 잦아들고 있다.
이 봄날에 소진을 말하기는 참으로 어려울 일이나 시국이 그러하고 개인 일상이 꽃피는 봄날을 마주 대하며
마냥 즐거움을 누리기엔 이미 역부족인 감정의 고갈상태.
다시금 신새벽에 일어나 습관처럼 음악을 듣는다....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멜로디와 노랫말은
한승윤이 커버한 콜드플레이의 "Everglow"로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노래이지만
그 노랫말이 늘 가슴 한 켠에 담길 정도로 잔잔하지만 큰 파문을 일으키는 그런 곡이어서도 좋아한다.
또한 그 노래를 들으면서 동시다발로 킹크림슨의 "Epitaph"을 엄청 좋아하던 친구가 슬그머니 떠오른다.
지금은 항암투병중이고 두문불출이며 소식 한 자락을 건네지 않는 무소식의 친구.
오랫도록 절친이었던 그 친구가 죽음의 문턱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때마침 들려오는 한승윤의 목소리...노랫말이 얼마나 절묘한지.
Oh, they say people come Say people go 올 사람은 오고 갈 사람은 가기 마련이라지만........
And though you might be gone And the world may not know 네가 떠나간다고 해도, 세상이 몰라준다고 해도
Still see you, celestial여전히 난 너를 바라 볼 거야 나의 천사......................노랫말과 정말 딱 들어맞는 그런 친구.
그 친구는 정말 우연히 만나져 지금까지 친구이기도 하고 쥔장 결혼식에서는 부케를 받아들었던 그런
우연히 만나 절친으로 이어져 인연지기가 된 전혀 허물없고 이해심 많은 친구 강ㅎ정.
세상에 둘도 없을 인연은 참으로 웃기게 만나졌다..
초창기 방송시절, 그 시절만 해도 르포라이터가 유행이었고 가장 유명한 이는 유ㅈ순이었으며
나름 반드시 저 여자만큼은 해내리라 다짐하던 그런 시절에 강남 부동산 투기와 장안평 중고차 거래시장
그리고 아주 대담하게 미아리 텍사스촌과 이태원 게이들의 성소수자와 그들의 은거처 카페 취재 등등
남다른 포부가 있었던 만큼 온 몸을 바쳐 잠입하고 가장하여 온갖 정보를 얻어내며
르포라이터로서의 존재감을 갖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지 지금 생각하면 철이 없었던 건지
무식하면 용감하다를 실천했던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정말 최선을 다하던 시절이었다.
하여 웬만한 부동산은 어찌 굴러가며 누가 왜 어떤 이유로 조작들을 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그 즈음에 부동산 큰손들은 돈을, 실물경제를 어떻게 쥐락펴락하는지, 부가가치세 라는 것은 어떤 이가 만들어냈는지
그들은 어떤 경로로 야합을 하여 부동산을 부추기며 그들의 재산 증식을 늘리는데 미쳐가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세상은 참으로 치사하고 비겁하며 얼마나 야료가 판치며 부패덩어리로 몰락해가는지를 알게 되었던지라
노회한 어른들을 상대하는 것은 참으로 버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무렵의 일이다.
강남하고도 강남구청 근처에 무더기로 뻔한 부동산 간판을 달고 재산 증식에 미친 사람들과
그들과 담합하여 다른 이의 재산을 어떻게든 노략질을 하는 패거리들의 한심 따라지 같은 행태에 지쳐 갈 즈음에
우연히 잠깐의 휴식을 위해 찾아들었던 자그마한 카폐겸 소품 전문점에서 그 친구 강ㅎ정을 만났다.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지라 첫 수다발 부터 투기를 일삼은 꾼들의 언어와는 사뭇 다른 말들이 오가던 시절.
그 따라지들과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격이 다른 언어를 구사해가며 우리는 점심 시간의 자유를 누렸다.
그녀 또한 강남에서도 한가닥 한다는 지역구민이었으므로 자주 만날 기회를 갖게 되면서는 완전 절친이 되어갔다.
하지만 나의 역할은 석달이었으므로 그 친구와의 만남은 거기까지 인가 하였으나
그 시절에도 여전히 글쓰기를 좋아했던지라 소식이 궁금하면, 늘 일상이 궁금하다 싶으면 손편지를 써대고
집전화를 통해서도 인연의 끈은 이어졌으며 그후로도 계속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절친이 되었다.
특히 그녀와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좋아하는 음악 코드가 같다는 것이며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쓴다는 점이었다.
사막같은 사람들과 삭막한 3개월의 르포라이터의 잠입은 끝이나고 조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임무는 끝나고
다시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가 영혼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계속 그녀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오아시스 같은 친구 하나 건짐을 얼마나 기뻐하였던지........나름 잠입의 성과이기도 하였다.
강남시절, 그때의 명칭은 미스리....참으로 어색한 호칭이었으나 무심히 듣는 경지에 이르기 까지는 한참 걸렸다.
그 시절에도 이미 제 이름 석자로 존재감을 누리던 시절이라 미스리 라니? 이건 또 뭐임......
한참을 익숙하지 않은 단어로 어리둥절한 채로 헤맸다....그 시절에도 ***씨로 불리웠던 관계로
어쨋거나 그런 일탈은 내 삶에 한 자락으로 존재하였을 터이나 오래도록 잊고 살았다.
하지만 새삼 그런 적이, 그런 때가 있었지 라고 조용히 내뱉으며 읊조리게 되고
그 시절의 열정과 에너지가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 같아서도 글을 쓰는 동안에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하여간 그렇게 만나진 그 친구와는 전생에 인연이 있었는가 보다.
사는 동안에는 무슨 빚진 사람 마냥 그녀에게 해 줄 일 투성이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워낙 그 친구의 마음 자락이 넓었던, 어떤 상황에서도 불평이라고는 할 줄도 모르는
인내심의 끝판왕 같은 친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느날 천상의 공주였다가 지옥같은 나락으로 떨어진 삶을 곧추 세우느라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여유 잃지 않는 그녀를 보며 한켠으로는 안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던 고로....
갑자기 교통 사고로 세상을 버린 남편을 떠나보내는데 7년이라는 세월을 혼자서 묵묵히 견뎌온 그녀였던지라
감히 그 시공간을 넘겨 볼 생각도 못했던 친구다.
7년이 지나고서야 억지춘향으로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온 그녀는 그저 망연자실의 세월을 보내고
의지라고는 1도 없는 삶을 영위하느라 초췌하고 남루하며 비루하기까지한 시간들에 함몰된지라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 중요했다....하여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너무나 지난하고 지루하며 고단한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잘도 버텨내던 그 친구를 보며 감탄하기도 했었다.
참 삶이란 부질없고 덧없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무던하고 온갖 부유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은 "내 손 안에 있소이다" 였던 천상의 그녀가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은 순간, 산다는 것이 아닌 그냥 살아진다 는 것을 보여주는 현실과
그것을 감내하며 인내하고 인정하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했으며 그런 시간들은 삭막 그 자체였다.
그렇게 그렇게 살아진다 속에서도 살아가던 그녀가 인내의 끝판왕이 지닐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속으로 삭이던 화는 결국 치유의 길이 없는 세상 속으로 끌어당기고 지금 그녀는 고군분투 중
홀로 그 세상에서 처절하게, 저 홀로 병마와 싸우는 중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어밀지 못한 채, 아니 스스로 고립되기를 자처하고 밀어내는 중이므로.
문득 귓가를 울리는 노랫말에 정신이 훅....
when I should, butI can't you go 난 아직도 너를 보내지 못했는데
There's a feeling you give me, and everglow 네가 준 그마음은 영원히 빛날 거야...................라는 노랫말에
그야말로 소름이 끼쳤다.
아직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이별이라니.... 이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휘청휘청인다.
Oh, the light that you left me will everglow 오, 네가 내게 남기고 간 이마음은 영원히 빛날 거라고
라는 노랫말이 더욱 가슴을 저릿저릿, 온몸으로 슬픔의 기운이 스며든다.
아직 쥔장 역시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그녀를 보낼 준비 따윈 해보지도 못했다.
여전히 그녀는 사투중이지만 늘 "난 괜찮아" 라고 말한다.
"집콕인 것이 오히려 좋아...아무도 날 찾지 않으니까. 다만 이 꽃피는 봄날을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생각하면
괜히 슬퍼..."라고
여전히 아려오는 가슴, 마음 한켠이 서늘해짐을 느낀다.
올 사람은 오고 갈 사람은 간다지만 함께 부르며 좋아하던 "Epitaph"은 누구와 불러야 하며
아웃사이더 "킹크림슨"에 대해 누구랑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어야 하는지...
But I fear tomorrow I'll be crying 하지만 난 내일의 내가 울게될까 두려워 라는 Epitaph의 가사가 절절하게 기억난다.
엄청나게 좋아하던 우리네 애정곡이지만 아싸들만 좋아한다는 자부심도 충만하였던 그 기억들은 죄다 어쩌나.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여명의 기운을 받아
그녀가 그나마 소진되지 않을 에너지라도 가졌으면
좋. 겠. 다.....한승윤의 "Everglow" 보컬 음색이 유난히 깊다.
첫댓글 난 요즘도 가끔 영상없이 연주만 들려줘도 유튜브 통해 들으며 엄청 좋아했던 중딩때로 타임머신 타고 간다오. 에효 우쨔스꺼나 아프던 이들이 벌써 여럿 속절없이 사라졌는디 오늘은 비가 종일...
ㅎㅎㅎㅎ 어젠 카톡 보낸 친구 왈
우리는 추억을 기억하는 세대가 되었다 라고.
지난 얘기만 실컷 하다가 백신 맞고 만나자는 웃픈이야기로 끝남.
마음은 각오를 해야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투병 중이니 기대를 2프로 정도라도 갖고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