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이상률
(자료원: 서울공대 웹진 124호)
Q. 안녕하십니까. 서울대 공대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원장입니다. 1980년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해 항공공학과 학사, 86년에 석사까지 마쳤습니다. 졸업 후 제 첫 직장은 항공우주연구원이었는데요. 당시에는 천문우주과학연구소라는 명칭으로, 우리나라에서 우주를 제일 처음 다룬 출연연구소였습니다. 이후 1989년 항공우주연구소를 만들면서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서 우주를 담당했던 분들의 소속이 자동으로 변경이 되었어요. 저는 86년도에 연구소 생활을 시작해 현재까지 36년째이며, 우주 분야 1호 엔지니어에서 기관장 위치까지 오게 됐습니다.
Q. 학창시절 기억이 나는 추억이나 은사님이 있으신가요?
A. 제가 석사할 때 지도교수님이었던 故위상규 교수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유도제어실험실에 있을 때 위상규 교수님께 많은 걸 배우고 경험했어요. 그리고 당시 유체역학, 공기역학 가르쳤던 노오현 교수님께도 우주 분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때 동기가 네 명이 있었는데, 현재 한 명은 서울대 교수로, 한 명은 미국에, 한 명은 울산대학교 교수로 있고, 연구원에 있는 건 저뿐입니다. 그때 동기들과 라면 끓여 먹으며 밤을 새우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Q.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대한 소개와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분야를 소개해주세요.
A.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항공분야와 우주분야를 총괄하는 우리나라 대표 정부 출연연구기관입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이룬 것은 항공기 분야의 개발, 그중 대형 항공기보다는 소형 유인기이며 현재는 무인기 위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민들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각인된 것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2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는 엔진을 포함한 모든 구성품을 우리가 개발했습니다. 2010년 3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어느새 12년이 넘었네요.
그 외에 올해 8월에 발사되는 한국형 달 궤도선은 대국민 명칭 공모전을 진행해 알려졌고, 우주 분야 중 위성 쪽은 90년대 초반부터 했던 아리랑 위성, 다목적 실용위성이라고 알려진 고해상도의 지구관측 위성 쪽을 개발했습니다.
현재 후속으로 개발되고 있는 다목적 실용위성 6호 역시 영상레이더 위성이고 7호, 7A호는 고해상도 대형 위성입니다. 처음 우리가 다목적 실용위성 개발할 때는 무게가 약 500kg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의 1.9톤 정입니다. 약 3.5톤~4톤 되는 정지궤도 공공복합통신위성도 현재 개발하고 있습니다.
항공 쪽은 조금 더 소규모이긴 하지만 요즘 많이 부각되는 도심항공교통 UAM쪽에 대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고, 성층권에서 한 달 이상을 장기 체공할 수 있는 태양광 배터리 기반의 무인기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을 국민 모두 염원하고 있는데요. 발사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굉장히 순조롭게 가고 있습니다. 사실 작년 (발사)결과에서 산화제 탱크 거기에서 누설이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서 3단 로켓엔진이 조기 연소종료가 됨으로써 목표하는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투입하지 못했었습니다.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한 하드웨어 3단 산화제 탱크, 헬륨 탱크에 대한 하부 고정 장치나 위의 덮개 이런 부분은 이미 다 보강을 했습니다. 현재 예상으로는 발사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상에서 아무리 준비를 잘하더라도 또 비행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지상에서 할 수 있는 바를 차분히 준비하면서 이번에 꼭 성공의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우주산업의 미래(지향점)에 대한 원장님의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A. 저희가 30여 년 개발했지만 우주산업에서 성취한 것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우주 시장 전체 규모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게 비중이 1%가 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뉴스페이스’가 대두되면서 우주 분야 자체가 멀리 있는 게 아닌,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는 추세인데요. 우주 시장에서 우리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도 많이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산업이 인류가 점점 활동 범위나 영역을 넓히면서 커졌듯이, 우주산업 자체도 멀리 있는 일이 아니라 우리 생활의 일부, 지구를 벗어나는 활동 공간 자체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우주산업 자체로 우리가 좋은 기회를 맞을 수도 있고, 또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예측합니다.
누리호 1차 발사(사진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Q. 공대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리더 양성을 강조하는데요. 오피니언 리더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로서 활약하기 위해 공대 학생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A. 서울공대 학생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세계적인 트렌드 자체는 어떤 면에서는 한 우물을 파는 전문성도 요구 되지만. 과거와 달리 서로 다른 분야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혁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자신이 하는 일 하나만 잘하면 됐는데 요즘은 하나를 잘하면서 주변도 잘 살펴서 다른 분야와 소통하고 교류하며 혁신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 과정을 통해서 더 많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 분야 외에 주변을 잘 보고 좀 더 크게 넓게 봤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중근 의사가 붓글씨로 썼던 것 중에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 한자 말 그대로 하면 ‘인무원려(人無遠慮)’ 즉 먼 생각이 없으면, ‘난성대업(難成大業)’이라는 구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좌우명이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할 때 가급적 멀리 내다보고 크게 보려고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그런 자세가 여러 업무성취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서울공대 동문들께 인사를 전하신다면?
A.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요. 우리 서울대 동문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역량을 좀 더 사회에 기여하고 베풀어 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