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절 수행... 장애이기고 홀로서다-
*한경혜의 [오체투지]*
불교 신자가 삼보께 올리는 큰절을 오체투지라고 한다.
고대 인도에서 행하여지던 예법 가운데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접족례에서 유래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삼보께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방법으로 ,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기 때문에 오체투지라고 한다.
[대지도론] 제 10에서는 "예를 표하는 데는 세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말로 하는 것이며
두번째는 머리를 땅에 닿지 않고 숙이는 것이며,
세번째는 머리를 땅에 닿는 것이다.
이는 최상의 머리를 최하인 발에 닿음으로써 예를 표한다"고 했다.
오체투지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예경과 귀의의 뜻도 있지만 교만을 떨쳐버리고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의미도 들어있다.
벌레처럼 온몸을 땅에 대는 것만큼 자신을 낮추는 자세는 없을 것이다.
절을 하면 이외 건강을 회복한다든지 번뇌를 가라앉히는 '부수적' 효과도 얻는다.
그래서 많은 스님들이 수행법으로 절을 권하기도 한다.
불교식 절 하면 가장 대표되는 사람이 전 종정 성철스님이다.
스님을 친견하기 위해서는 지위고하 신분을 막론하고 삼천배를 해야했다는 이야기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다.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삼천배 절을 하게 된 한 뇌성마비 어린이가 절 덕분에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화가가 되어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을 펴냈다.
'오체투지'는 23년 간 매일 천 배를 하며 뇌성마비 장애를 극복한 동양화가 한경혜의
절 이야기다.
그녀에게 있어 절은 생명과 같다.
그녀는 오늘까지 23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천 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생애 세 번의 '만 배 백일 기도'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경남 진영 주남저수지 곁에 빨간 지붕의 동화 같은 집을 짓고 사는 한국화 작가 한경혜는
대한민국 미술 대전에서 일곱 번이나 수상을 하고 뒤늦게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미술계의 재원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며 작업을 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알려지면서 동양화 그리기. 도자기 굽기, 김치 담그기,
한복 입어보기, 다도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공간 역할도 한다.
그녀는 뇌성마비라는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던 일곱 살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엄마의 손에
이끌려 막연히 성철스님을 찾아갔다.
어린 아이는 이틀 밤낮을 비틀린 몸뚱아리를 바닥에 던지며 삼천 배를 마치고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둥그런 원 하나를 그린 화선지 한장과 "네 몸을 건사하려거든 매일 천 배를
하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그렇게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그녀는 지금까지 2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원상을
걸어두고 절을 하고 있다.
성철스님과의 약속으로 숙제처럼 시작된 절 수행은 해를 거듭하면서 그녀의 몸에
서서히 변화를 일게 했다.
걸음걸이에 중심이 잡혔고 말도 또렷해졌다. 절은 그렇게 정상인과 별반 차이 없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적을 낳았다.
책 속에는 당시 백련암에서 아이들을 좋아하셨던 성철스님과의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장애인으로 살아온 피멍든 아픔을 털어내고 도전한 실크로드 답사기,
히말라야 트레킹, 만배 백일기도와 매일 천 배하는 절의 의미 그리고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작품에 얽힌 이야기가 색다른 흥미와 감동을 자아낸다.
페이지마다 화가로서 필자의 특색을 살린 수묵화풍의 삽화와 수상작품을 함께 실어
이 책이 가진 의미를 더한다.
비록 몸은 장애인이지만 정신은 결코 장애인이 아닌 강인한 아이로 홀로 설 수 있도록
키운 어머니의 지혜와 포용도 우리에게 절실한 깨우침을 전해준다.
이 책은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절 수행을 통해 극복해 가는 한 여류 동양화가의 준엄한
30년 삶의 기록이다.
선천적 장애를 축복으로 승화시킨 그녀의 이야기는 상실감에 젖은 이 시절의 우리들에게
도전과 용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도서출판 반디미디어-
* 이 가을 이 한권의 책을 더 추천해 봅니다.
카페 게시글
연꽃들의 만남
-목숨 건 절 수행 . 한경혜의 [오체투지]-
청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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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1.1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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