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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만남이란 고귀한 인연
만남이란 운명의 하나
만남이란 인생의 오차
만남이란 모두의 시작
-하이렛트 대신전의
창세기 2절. [만남]중에서
"아이, 제인, 벌써 갈 거란 말이야?"
"너무해!"
에렌 항구의 유명한 유흥가 거리. 밤이 되면 허벅지가 다 드러나고 반
투명한 옷을 입은 잘빠진 웨이트리스들과 창녀들이 지나가는 순진한 남자
들을 겁탈(?)하는 곳이라고나 할까.
그곳에 몇몇의 매혹적인 웨이트리스들이 한 남자에게 엉겨붙었다.
남자는 20대로 보였으며 은빛 머리칼을 짧게 자르고 장난기가 가득 남
긴 하늘색 눈동자를 빛내는 봐줄 만한 남자였다.
남자는 씨익 웃으며 검지손가락을 들어올려 여자들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이봐, 난 말야, 눈이 높다고."
"그럼 어느 정도가 제인의 기준이야?"
"음~ 아마 엘프보다 예쁘야겠지?"
그러고는 순수하게 싱긋 웃는 것이 아닌가.
웨이트리스들은 어머 하는 소리와 함께 까르르 웃더니 제인라고 불린
남자의 볼에 살짝 키스하려고 했다.
"이런... 무슨 짓이야."
제인이 픽 웃으며 웨이트리스들의 손을 탁 쳐댔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순결만 지킬 거라니까."
"뭐어야?"
"후후훗."
알 수 없는 웃음만을 웨이트리스들에게 날린 제인은 바람처럼 몸을 부
드럽게 돌렸다. 실력 있는 자들이라면 제인의 몸놀림이 수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제인의 몸놀림 하나하나에 소리가 없다는 것을.
제인이 여자들에게 떨어져 나가자 누군가 다가왔다. 푸른 머리카락에
남색 눈동자를 가진, 자신이 신뢰하는 비서이자 친구인 아로켄이었다.
푸른 머리덕분에 머메이드(머맨)이 폴리모프 한 것이라고 오해를 받긴
하지만 푸른 머리칼은 아로켄의 부모들이 가지고 있던 색소들의 문제라는
것을 제인은 알고 있다. 푸른색을 좋아하는 제인이기에 어쩌면 둘의 관계
는 아로켄의 푸른 머리카락이 매개체가 되어 이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뭐 하는 짓이야 도대체. 언제까지 이곳에서 노닥거릴 생각이냐고. 이제
업무처리 하러 갈 때 안 됐어? 길드 마스터씨. 언제까지 내게 일을 맡길
셈이야."
아로켄이 남자답지 않은 예쁘장한 얼굴에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하소연
했다.
그의 잔소리는 들어준 제네케인 엘 마스터. 세계의 길드 모두를 담당하
고 있는 길드마스터인 제인은 픽 웃으며 말했다.
"나도 늑대란 말이야. 굶주린 것이 분명해."
"네네, 어련하겠어요."
고개를 살래살래 저은 아로켄은 아무 말 없이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길을 걸으면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바라보며 끔찍하다는 표정
을 지은 제인은 아로켄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에라, 이 자식아. 오늘은 마음 푹 놓고 놀잔 말이야! 그 머리 아픈 서
류는 때리 치우고."
제인의 주먹을 막기 위해 아로켄은 반사적으로 한 손을 올렸고 서류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꿀밤을 맞을 부분은 손으로 문지르며 아로켄은 제인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가 갑자기 씨익 웃었다 이상한 불길함에 제인은 아로켄에게서 주
춤 물러서며 물었다.
"왜...왜 그래? 화났냐?"
"오늘 놀아드릴 테니까 내일은 일하기입니다."
아로켄이 방긋방긋 웃으며 요구해왔고 제인은 어떨 결에 고개를 끄덕이
고 말았다.
"아...젠장. 또 저 녀석의 마이 페이스에 휘말렸군."
머리를 긁적인 그는 픽 웃고는 에렌의 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웃음에는 약간의 씁쓸함이 배겨있었다.
제인의 지켜보던 아로켄인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마스터...오늘 이상해."
아무리 게으른 제인이라지만 세계길드 마스터가 장난으로 되는 것이 아
니다. 그만큼 제인은 서류를 다 정리한 다음에 노닥거렸고 힘든 의뢰가
생기면 자신이 직접 나섰다. 그만큼 제인의 실력도 대단했으며 그의 일에
는 오차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제인은 길드에서 에렌 항구로
왔고 벌써 1주일 째 여자들과 노닥거리기만 하는 게 아닌가.
그 모습에 길드원들이 조금씩 동요했고 아로켄도 의아해 했다. 무엇 때
문일까. 그 당당하던 길드 마스터가 갑자기 왜...?
아로켄은 고개를 저어 제인을 의심하는 상념을 떨쳐 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처음 믿은 존재가 제인이니까, 그에게 실망감 같은 건 주지 안을
테다.
제인은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달콤한 말 한마디씩 던져주며 광장으로 걸
어갔다. 자신도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 도대체 왜? 무엇 땜에 자신이 이
렇게 몇 일 동안 흥분감에 들뜨고 동요하고 있는 것인가.
'그 날' 때문인가? 하지만 '그 날'이 되려면 아직 보름이나 가까이 남았
다.
그리고 '그 날'이 올 때의 흥분감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지금은...훨씬 묘하고 갈구하는 자신이 처음으로 발견하는 감정이었다.
발이 닫는 대로 그는 걸었다. 광장으로 가면 좋은 주점들이 있을 것이
다. 그곳에서 자신의 친우와 오랜만에 말을 터놓으며 진정하는 것이다.
그는 입술을 깨물고는 오직 걸었다. 그의 앞에 광장이 가까워지고 있었
다.
마차가 한 두 대 지나가고 중앙에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천사상과 함
께 물을 내뿜는 분수대가 보였다. 물은 빛내며 화려함을 자아냈고 꼬마아
이들이 분수대 물을 만지며 장난치고 있었다. 밤이었기에 건물에 달려있
는 램프들이 노란빛을 내어 분수대가 더욱 돋보였다.
아까부터 이런저런 혼란스러운 생각에 그 모습을 그냥 지나치려고 했던
제네케인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분수대를 바라봤다.
분수대 앞에 한 소녀가 서서 분수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흑발을 단정하게 엉덩이까지 기르고 망토를 두른 소녀였는데 손에는 길
다란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어찌나 그 뒷모습이 익숙했는지...
어찌나 그 어깨가 가녀려 보였는지...
어찌나 그 모습이 자연스러웠는지 꼭 광장에 동화된 모습 같았다.
제인은 걸음을 멈췄고 뒤따라오던 아로켄도 흠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기
묘한 기운을 뽑는 그 소녀를 발견했다.
광장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소녀를 슬쩍 보고 지나갔다가 다시 한번 더
보고 지나가기를 반복했다.
주위에 고요함을 뿜으며 분수대를 바라보던 소녀가 몸을 돌려 제네케인
과 눈을 마쳤다.
그녀의 엘프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번 더 그녀
를 돌아봤다
공허한 눈동자.
어둠의 눈동자.
차가운 눈동자.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
상상할 수 없는 감정들이 담긴 눈동자.
그리고 제인은 그 속에서 따스함을 찾아 낼 수 있었다.
둘은 그렇게...주위에 존재라는 이름은 없었다는 것처럼 서로를 응시하
기만 했다.
카페 게시글
카슈미르[소설방]
신간이닷~볼래??
:: 이츠로베느 -만남-(1) ::
별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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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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