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1. 너
그네는 꽃밭에 들어섰다
길이 난만큼
더 들어서면 화사하게 핀 꽃들을 만나련만
사람들이 들어섰던 만큼만 들어섰다
여인아, 무얼 찾느냐?
꽃은 모두 백일홍?
잘 핀 꽃을 찾느냐?
덜 핀 꽃을 찾느냐?
백일홍 말고 천일홍을 찾는지..
해는 서산으로 뉘엿뉘엿
그렇게 찾다간 백일홍도 천일홍도
다 지고 말겠네.
2. 나
내가 그랬다
꽃밭이 어디 있는지
마음에 드는 꽃은 어디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해는 서산으로 지고 말아
어느 날 통나무 한 토막 뒹굴어왔다
영락없는 통나무였다
생김생김이 그랬지
땅에서 자랐는지
바다에서 솟았는지
구비 진 나이테는 또 왜 그 모양이었던지
아유타국 공주를 맞는 설렘으로
분황사탑 깎아 올린 대목(大木)의 마음으로
고이고이 맞아들였다
여인상을 만들려 들었는데
사르르 여닫는 입술 빚어 이브라 할 참이었는데
보르르 떠는 가슴 올려 마돈나라 할 참이었는데
허나, 통나무는 목수를 잡아 뒤흔들고 말았다
허튼 손찌검을 거부하는가
통나무이기를 고집하는가
흩어진 끌밥 긁어모아 가슴을 덮고
밀어 내린 대패 밥 입술에 얹어보니
통나무는 다시 영락없는 통나무가 되는구나
아름다운 인연은 따로 있는 법
신기(神技) 들린 목수 다시 끌 끝을 세우는 날
통나무는 그제사 변신도 꿈꾸리라.
3. 너
그네는 꽃밭에서 나왔다
나와서 어디로 갔는지 나는 모른다
그네의 마음을 어찌 알랴
그네만이 알뿐
그네가 웃음꽃을 피우던 날
그네 옆엔 무언가가 있었고
그네의 낯빛이 흐린 날
그네 옆엔 아무것도 없었다
4. 동행
나는 안다
그네가 바라는 걸
그러나 나는 모른다
그네가 찾는 게 무언지
오늘도 태양은 떠오르고
나는 그네와 동행한다
둘이
또는 따로.
어제는 능동 어린이대공원을 찾았다.
손주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들렸었는데
그 모습이다
손주는 고3 재수생이 되어 도서관에 갔다.
집엔 아무도 없다.
나와 아내 둘뿐.
그래서 둘이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거다.
이곳엔 골프장이 있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책에 따라 골프장을 밀어내고
어린이 동산을 조성하게 되었다(1970년도)
"어린이는 미래의 주인공이다"
기념탑엔 박정희 글씨가 새겨있고
손주는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으며
나와 내 아내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엉거주춤하고 있다.
그게 나와 내 아내의 동행인 것 같다
나의 동행
나의 삶.
첫댓글 좋은 글로
남성방에서
동행하게 됨을
기쁘게 여깁니다!
저도요!!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 처럼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 가 주는 사람이 있다는것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 인지요. 오래 오래 그리 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이곳 남성휴게실에서도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겠지요.
그러길 바라지만 카페의 속성이 따로이 고유하게 있기도 하데요.
같은 길을 우리는 함께 가고
늘
동행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맞아요, 먼 길 동행자가 없다면 참 따분하기도 하겠지요.
너
나
너
동행
많이 생각하게 하십니다.
네에, 고마워요.